신고리 5·6호기 운명 '카운트다운'

속 타는 원전업계
글로벌 원전시장 계속 커지는데 한국 멈칫하는 동안 중국 맹추격
1기 수주땐 자동차 100만대 수출효과…유지보수 시장은 건설액의 3배
유럽도 한국 원자로 안전성 인정…"우리가 내친 원전 해외서 사겠나"

원자력발전소인 신고리 5·6호기 건설의 운명을 결정할 공론화위원회의 결정이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다. 위원회는 13일부터 2박3일간의 합숙심사를 거쳐 오는 20일 정부에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다. 건설 중단론과 재개론이 팽팽한 가운데 원전업계는 초조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당장의 건설 중단에 따른 매출 손실과 매몰비용도 부담스럽지만 반도체산업에 버금가는 경제적 효과를 갖고 있는 원전산업이 한국의 ‘성장동력 리스트’에서 사라지는 것 아니냐는 위기감에 휩싸여 있다.

정부는 한국형 원전의 해외진출을 적극 지원하겠다는 방침을 밝히고 있지만, 자기네 나라에서 경제성과 안전성을 이유로 내친 원전을 어떤 명분으로 해외에 내다팔 것이냐에 대해선 어느 누구도 답을 주지 않고 있다. 업계는 무엇보다도 세계 원전시장의 폭발적 성장세에 주목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세계원자력협회(WNA)에 따르면 2035년까지 계획된 신규 원전은 총 27개국에 800조원 규모로 추산된다. 올해 사상 최대 호황을 질주하고 있는 메모리 반도체시장의 세계시장 규모가 140조원 정도인 점을 감안할 때 엄청난 금액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의 전망도 크게 다르지 않다. 2014년 2535TWh(시간당 테라와트, 1테라와트는 1000기가와트)였던 원자력 발전량은 2025년 3405TWh, 2040년 4532TWh로 불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상황에서 한국이 섣불리 ‘탈(脫)원전’의 가속 페달을 밟을 경우 경쟁국에 뒤처질 뿐만 아니라 오랫동안 쌓아올린 국제신인도를 한순간에 잃어버릴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 외국의 경쟁업체들은 문재인 정부 집권 이후 한국 원전산업의 불확실성을 ‘물실호기(勿失好機)’로 여기고 있다. 당초 한국이 사업자 후보로 유력하게 거론돼온 21조원 규모의 영국 무어사이드 원전사업에 중국이 뛰어든 것이 대표적 사례다.

업계 관계자는 “대형 수주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신고리 5·6호기 건설이 중단되면 중국 기업들은 틀림없이 이 사실을 자사에 유리한 방향으로 떠들고 다닐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 이후로 예정된 사우디아라비아와 체코 원전 입찰에서도 한국 기업들의 고전은 불을 보듯 뻔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전 세계적으로 원전을 해외에 수출할 만큼 경쟁력을 가진 나라는 미국, 유럽, 러시아, 중국, 한국 정도다. 미국 웨스팅하우스와 프랑스 아레바는 현재 원전사업을 접는 분위기여서 한국의 경쟁상대는 러시아와 중국뿐이다.
원전은 1기만 수주해도 중형자동차 100만 대 수출에 맞먹는 경제효과가 있다. 여기에 운영, 유지보수, 건설 등에 따른 부가가치도 무척 높다. 2009년 한국이 처음으로 수출에 성공한 아랍에미리트(UAE) 원전의 경우 총 4기를 수주한 금액은 20조원이었다. 하지만 향후 60년 운영기간을 감안하면 약 80조원의 매출, 연간 19만 명의 고용창출 효과가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안전성 문제를 거론하는 건설 반대론자들의 주장이 합리적이지 않다는 얘기도 나온다. 우선 한국형 원자로(APR 1400)는 최근 유럽으로부터 세계 최고 수준의 안전성을 인정받았다. 경쟁국인 중국은 아직 안전성에 대한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다.

원전 사고와 폐기물 처리 문제도 일반인의 불안감을 지나치게 자극하는 쪽으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는 불만도 있다. 한국 원자로는 진도 7.0에서도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됐으며 발전 과정에서 나오는 폐기물량도 석탄 등 다른 발전원에 비해 현저히 적다.

특히 한국 주변의 중국 동부 해안에 원전 56기가 집중 건설됐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우리가 원전 건설을 하지 않더라도 원전 사고 자체로부터 안전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안대규 산업부 기자 powerzani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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