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화 가치까지 떨어뜨렸던 ‘카탈루냐 독립’이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다. 스페인으로부터 분리독립 여부를 묻는 카탈루냐 자치주(州) 주민투표에서 찬성표가 90% 나왔고, 엊그제는 독립선언 선포도 예정돼 있었다. 기세 좋던 분리독립 행진이 “스페인과 관계재정립을 위해 대화가 필요하다. 독립승인 절차를 몇 주간 중단해 달라”는 카를레스 푸지데몬 카탈루냐 자치정부 수반의 주의회 연설로 멈춰선 것이다.

기나긴 카탈루냐 독립투쟁이 멈춘 것에 대해 유럽 언론들은 다양한 분석을 내놓고 있다. 스페인 정부의 초강경 반대, EU의 부정적 시각 등이다. 이것만으로 다 설명되지 않는다. 18세기 스페인에 합병된 뒤에도 고유 언어와 관습을 지켜올 정도로 정체성을 유지해온 카탈루냐가 독립을 향한 긴 여정의 말미에서 멈춘 현실적인 이유는 무엇인가. 그 무엇보다도 ‘경제적 판단’과 떼어놓고 보기 어렵다.
외신은 기업 이탈에 주목했다. 투표 직후 스페인의 대표적 주가지수인 IBEX35에 포함되는 6개 대기업이 주도 바르셀로나 소재 본사를 마드리드 등지로 옮기겠다고 했다. 35개 IBEX 기업 중 7개가 바르셀로나에 본사를 뒀는데, 카탈루냐 1, 2위 은행까지 나가겠다는 것이다. 지역 부(富)의 원천이 엑소더스 채비를 하자 카탈루냐인들은 충격받고 있다고 한다.

EU의 만류와 독립국으로서의 회원국 가입 불확실성도 불안감을 더해줬다. 관세혜택 폐지 등 불이익은 보나마나다. 국제신용평가사 S&P는 벌써 지난주에 카탈루냐 주정부 채권의 신용전망을 ‘부정적’으로 바꿔버렸다. IMF도 ‘불확실성’을 언급하며 독립선언 이후를 경고했다.

경제가 관건인 시대다. 선진국으로 갈수록 경제여건이 정당 성쇠에 큰 영향을 미치고, 경제정책 점수가 정권 생명을 좌우한다. 카탈루냐의 고민을 보면서 한국의 지방자치를 돌아본다. 기업을 유치하고 끊임없이 일자리를 만들며 재정자립부터 다져야 자치도 분권도 가능하다. 지방자치단체들이 예외 없이 자율, 자치를 외치고 중앙정부도 ‘연방수준 분권’을 강조하지만 재정적, 경제적 기반 없는 분권은 허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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