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스트레스가 '만병의 근원'이란 고정관념 버려라

입력 2017-10-12 19:13 수정 2017-10-13 07:17

지면 지면정보

2017-10-13A27면

스트레스는 어떻게 삶을 이롭게 하는가
우르스 빌만 지음 / 장혜경 옮김 / 심심 / 300쪽 / 1만6000원

E형 인간
변광호 지음 / 불광출판사 / 264쪽 / 1만5000원

뉴질랜드 럭비 대표팀 ‘올블랙스’가 지난 8월 호주 대표팀과의 경기에 앞서 마오리족의 출전 의식인 하카 춤을 추고 있다. /AP연합뉴스

2015년 10월 영국 런던에서 열린 럭비 세계선수권대회 결승전. 뉴질랜드 국가대표 ‘올블랙스’는 경기 직전 가슴과 팔, 허벅지를 마구 두드리며 마치 쥐라기공원의 공룡처럼 울부짖었다. 상대의 목을 자르겠다는 시늉도 했다. 남태평양 마오리족의 출전 의식인 하카 춤이었다. 그날 맞붙을 호주 대표팀의 기를 죽이고 자기 팀의 사기를 올리기 위해서였다. 올블랙스는 탁월한 공격 기술과 팀워크로 우승을 차지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단지 기분이나 심리적 요인일까. 독일 과학전문 저널리스트인 우르스 빌만은 “(흥분 상태가 초래하는) 스트레스 호르몬이 선수들의 힘을 키워 줄 뿐만 아니라 집중력을 강화하고 감각을 깨우며 반응속도를 높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빌만이 쓴 《스트레스는 어떻게 삶을 이롭게 하는가》는 ‘만병의 근원’이자 ‘현대인의 적’으로 지탄받아온 스트레스를 위한 변명이자 옹호다. 저자는 문제는 스트레스 자체가 아니라 스트레스에 대한 오해와 무지라고 강조한다. 스트레스라고 하면 흔히 심리적 과부하와 그에 따른 반응을 뜻하지만 이는 잘못이라는 것. 그는 “일상에서 경험하는 모든 스트레스는 인체의 스트레스 시스템을 활성화하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급격한 변화나 뜻밖의 상황, 위기, 심리적 부담 등에 직면했을 때 가동되는 대응 프로그램이 스트레스 시스템이다. 저자는 스트레스를 겪을 때 인체가 겪는 ‘스트레스 반응’의 긍정적인 효과에 주목한다. 스트레스 개념을 과학에 처음 도입한 캐나다 과학자 한스 셀리에를 비롯해 다양한 전문가의 연구결과를 인용하며 근거를 제시한다.

책에 따르면 스트레스를 겪으면 인체에서는 호르몬이 분비되고 심장 박동이 빨라진다. 스트레스 반응은 마치 터보엔진을 단 자동차처럼 인체의 성능을 빠른 시간 안에 극대화한다. 덕분에 집중력과 반응 속도가 높아진다. 270만 년 전 호모 하빌리스가 석기를 사용하게 된 것은 굶주림 스트레스 덕분이라고 한다. 채식에서 벗어나 육식을 하면서 고기를 자르기 위해 석기를 개발했다는 얘기다. 시험을 앞둔 벼락치기 공부가 효과를 거두는 것도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티솔과 아드레날린이 기억을 매섭게 하기 때문이다.

인간은 심지어 스트레스를 일부러 즐기고 이용한다. 고통을 감수하며 사우나를 즐기는 것, 놀이공원의 롤러코스터와 공포영화로 극한의 공포를 체험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책에는 축구선수, 곡예비행사, 영화감독, 설치미술가, 요리사, 헤비메탈 가수 등 스트레스를 활용해 일가를 이룬 사람들의 이야기가 빼곡하다.

문제는 인체가 견디기 어려운 ‘장기 스트레스’다. 우리의 스트레스 반응은 단기 사용을 위해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셀리에에 따르면 스트레스 반응은 경보기, 저항기에 이어 3단계 소진기로 진행된다. 이때 장시간 스트레스에 노출되면 에너지가 소진되면서 유기체는 병이 든다.
어떻게 해야 장기 스트레스를 막을 수 있을까. 셀리에는 스트레스를 유스트레스(eustress)와 디스트레스(distress)로 구분했다. 유스트레스는 첫 키스 직전의 흥분, 축구경기를 앞둔 기대감처럼 감정을 높여주고 활력을 불러온다. 디스트레스는 가족의 죽음, 이별, 원고 마감, 이웃집의 소음처럼 불쾌하고 위험하며 부담스러울 때 느끼는 스트레스다. 따라서 스트레스를 짧은 단위로 나눠 사이사이에 휴식을 취하고, 세상을 향한 관점과 자세를 바꿔 유스트레스를 늘리라고 저자는 조언한다. 그러면 스트레스는 만병의 근원이 아니라 인생에서 만나는 멋진 선물이 된다는 얘기다.

또 한 권의 책 《E형 인간》은 일상에서 크고 작은 스트레스 상황에 부딪혔을 때 이를 유스트레스로 전환하는 길을 알려준다. 저자는 1980년대 국내 최초로 스트레스 면역학을 도입한 인물. 그는 건강심리학계가 완벽주의, 낙천주의, 내성적 성격, 적개심 등으로 분류해온 사람의 네 가지 성격 유형에 E형을 추가했다. E형 인간은 일상의 스트레스를 긍정 에너지로 전환해 호르몬의 균형을 이루고, 심신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해 회복탄력성을 갖춘 인물이다. 저자는 E형 성격은 살면서 만들어지고 계발된다며 이를 위한 ‘333 정수법’을 제시한다. 3분 복식호흡(생각의 멈춤)-3분 정수(받아들임)-3분 복식호흡(긍정)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하루 세 번 실천하면 E형 인간으로 변화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서화동 문화선임기자 fire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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