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obal CEO & Issue focus]

글로벌 크루즈 선사 카니발 아널드 도널드 CEO

입력 2017-10-12 16:38 수정 2017-10-12 16:38

지면 지면정보

2017-10-13B3면

뉴올리언스 빈민가 출신 경영인
비틀대던 세계 최대 크루즈 기업
3년만에 완벽 부활시킨 '구원투수'

일러스트=이정희 기자 ljh9947@hankyung.com

올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전자쇼 ‘CES 2017’ 기조연설자 가운데 눈길을 끈 사람이 있었다. 세계 최대 크루즈 운영사 카니발 코퍼레이션의 아널드 도널드 최고경영자(CEO)였다. 정보기술(IT) 박람회와는 어울리지 않아 보이는 그의 연설에 전 세계가 주목했다. 도널드 CEO는 ‘오션 메달리언’이라는 웨어러블 기기를 소개했다. 손목에 차서 사용하는 이 기기를 활용해 크루즈 선실 출입, 물건 구입, 정보 안내 등을 쉽게 이용하고, 가족과 친구의 위치 파악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여행에 IT를 접목해 맞춤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계획에 대중은 큰 박수를 보냈다.

카니발, 프린세스, 홀랜드 아메리카 등 10개 크루즈 브랜드를 가진 카니발은 103척의 크루즈선으로 매년 1200만 명의 여행객을 전 세계 700여 곳의 여행지로 안내한다. 50% 가까운 점유율로 부동의 1위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도널드 CEO는 끊임없는 혁신을 주문하고 있다.

◆뉴올리언스 빈민가 자신감 넘치던 소년

도널드 CEO는 미국 대기업에서 몇 안 되는 흑인 CEO다. 1954년 미국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에서 태어났다. 유년기를 보낸 9번구는 대표적인 우범지역이었다. 5남매 중 하나였던 도널드는 가난했지만 가족의 사랑과 꿈이 있었다.

당시는 흑인 시민권 운동이 한창이었다. 흑인과 백인은 화장실도 따로 이용하고, 버스도 함께 타지 못했다. 도널드가 초등학교에 들어갈 때쯤 상황이 바뀌기 시작했다.

도널드가 꿈을 키울 수 있게 된 것은 생오거스틴 고교에 입학하면서다. 환경이 열악한 동네를 벗어나 더 큰 꿈을 가질 수 있게 됐다. 그는 CNN머니와의 인터뷰에서 “노력하면 원하는 무엇이든 될 수 있다고 격려해준 선생님들이 없었다면 성공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회고했다. 도널드는 자신감이 넘치는 학생이었다. 고교 3학년 때 포천 50대 기업의 임원이 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인문학과 공학 두 가지 공부를 하겠다고 결심했다.

그는 1976년 칼튼칼리지에서 경제학, 1977년 세인트루이스 워싱턴대에서 공학 학사학위를 받았다. 또 미국 최고 경영대학원 중 하나인 시카고대 경영대학원에서 경영학석사학위(MBA)를 취득했다.

◆농업 전문가에서 세계 최대 크루즈 선사 CEO로

카니발에 합류하기 전 도널드는 세계 최대 종자기업인 몬산토에서 20년 넘게 일했다. 세인트루이스 워싱턴대 공대 학장 조교로 있을 때 졸업생 취업을 지원하면서 몬산토와 연이 닿았다. 도널드를 눈여겨본 몬산토의 상사들은 그가 MBA를 취득하자 다른 회사로 가지 말라며 더 좋은 일자리를 제안했다. 시장조사 분야에서 일하던 그는 농업 부문 책임자로 올라섰고, 이후 인공 감미료 제조회사 메리산트의 CEO를 지냈다.

그가 카니발 CEO에 오른 데는 12년간 이사회에서 활동한 경력이 도움이 됐다. CEO 제의를 받은 2013년 당시 카니발은 위기 상황이었다. 2012년 1월 카니발 소속 코스타 콩코르디아호가 이탈리아 해상에서 좌초해 33명이 희생된 사건이 발생했다. 2013년 2월엔 카니발 트라이엄프호가 멕시코만 인근에서 엔진실 화재로 5일간 표류했고, 승객들은 정전된 배 안에서 화장실도 쓰지 못한 채 고통을 겪어야 했다.

두 사건은 카니발 실적에 직격탄을 날렸고 주가도 급락했다. 창업자의 아들로 30년간 CEO로 재직한 미키 아리슨은 사고 후유증을 극복하지 못하고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아리슨이 도널드를 차기 CEO로 지명하자 의외라는 평가가 나왔다. 크루즈 회사를 경영하는 데 전문가가 아니라는 지적이었다. 일각에선 아리슨이 세간의 이목을 피하려고 자기 사람을 앉혔다고 꼬집었다. 도널드에게도 카니발호의 선장을 맡는 것은 큰 부담이었다. 하지만 이사회 멤버로 활동하며 여러 차례 위기를 경험한 그는 회사를 정상궤도에 올려놓겠다고 결심했고, CEO 제안을 받아들였다.

도널드가 4년간 CEO로 일하는 동안 카니발의 평판과 시장 가치는 턴어라운드했다. 지난해엔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티켓 가격 상승과 승객들의 선상 지출 증가, 비용 절감 등에 힘입은 결과였다. 2016회계연도 순이익은 28억달러로, 전년도(18억달러)보다 50% 이상 증가했다. 매출도 157억달러에서 164억달러로 늘었다. 시가총액은 취임 당시 250억달러에서 480억달러 수준으로 커졌다.

◆IT 접목해 젊은 층 끌어들이고 아시아 시장 공략

카니발은 독보적인 업계 1위다. 전 세계 크루즈 여행객의 절반이 카니발의 배를 탄다. 저렴한 상품부터 럭셔리한 상품까지 가장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가진 것도 강점이다. 하지만 시장점유율이 높다는 것은 성장할 여지가 적다는 뜻이기도 하다. 연료비 상승과 환율 변동 등 위험 요인도 많다. 최근에는 초대형 허리케인 하비와 어마, 마리아 등이 잇따라 발생해 타격을 입기도 했다.
3분기 매출은 55억달러로 전년 동기(51억달러)보다 증가했다. 하지만 순이익은 13억3000만달러로 전년 동기(14억2000만달러) 대비 감소했다. 그러나 시장에선 카리브해에 닥친 허리케인에도 불구하고 예상보다 좋은 실적을 냈다고 평가했다.

도널드 CEO는 낡은 배를 교체하고, 이미지를 새롭게 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고 있다. 젊은 층을 고객으로 확보해야 하는 것도 과제다. 이를 위해 크루즈산업에 IT를 적극 도입하는 등 혁신적인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CES에서 선보인 ‘오션 메달리언’이 대표적이다. 승객들은 오션 메달리언으로 승선 체크인, 객실 출입, 원하는 시간과 장소로 주문 배달, 컨시어지 서비스 등을 이용할 수 있다. 오는 11월부터 리갈 프린세스호에서 운영하고, 점차 다른 배로 적용을 확대할 계획이다. 지난 9월엔 디지털 스트리밍 채널 ‘오션뷰’와 모바일 게임 ‘플레이오션’도 선보였다.

도널드 CEO는 급성장하는 동아시아 여행 수요를 잡기 위해 중국에 합작사를 설립하고, 새 크루즈선도 도입했다. 도널드 CEO는 “우리는 제조업과 다르다”고 강조한다. 그는 “더 빨리 만들어 더 많이 파는 것은 불가능하고, 원한다고 객실이나 크루즈선을 늘릴 수도 없다”며 “승객들이 원하는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양준영 기자 tetriu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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