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A 경험한 직장인 4인의 생생토크 "직장 힘들다고 도피처 삼아선 안돼"

입력 2017-10-11 16:11 수정 2017-10-12 09:34

지면 지면정보

2017-10-12D2면

경력 로드맵 그려본 뒤 도전

정제현 하이엠카 대표
"다양한 인적 네트워크가 큰 자산"

오지선 삼성전자 인력개발원 차장
"학사관리 깐깐 … 시간 관리는 필수"

신형순 GE헬스케어코리아 부장
"영어로 된 소설·신문으로 독해 공부"

양형우 한국3M 디지털마케팅 대리
"졸업 이후 분명한 성취 목표 가져야"
국내 각 대학이 운영하는 한국형 경영전문대학원(MBA)을 찾는 사람이 꾸준히 늘고 있다. 적지 않은 시간과 비용을 투자해야 하는 해외 MBA보다 국내 MBA가 훨씬 실속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국내 비즈니스에 필요한 전문성과 네트워크를 쌓는 데 국내 MBA가 오히려 유리하다는 장점도 부각되고 있다. MBA 졸업장으로 업무 전문성을 키우고 경력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경험자들은 “현재 직장생활에 불만이 있다고 ‘도피성 MBA’를 택할 게 아니라 구체적 청사진을 그려야 한다”고 조언한다. 기업 경영, 해외시장 진출이나 업무 전문성 강화 등 분명한 목표를 갖고 MBA 과정을 이수해야 직장 생활을 하거나 창업하는 데 실질적 도움을 얻을 수 있다는 얘기다. 한국경제신문은 국내 주요 대학 MBA 과정을 마쳤거나 이수 중인 경험자 4인의 의견을 직접 들었다.

정제현 하이엠카 대표(왼쪽부터), 신형순 GE헬스케어코리아 커머셜오퍼레이션스 부장, 오지선 삼성전자 인력개발원 차장, 양형우 한국3M 디지털마케팅 대리가 한국형 MBA 경험을 나누며 웃고 있다. 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각 MBA 과정의 장점은 무엇인가요.

▷정제현 (주)하이엠카 대표=“저는 한양대 ‘인터내셔널MBA’의 ‘글로벌YES’ 과정을 이수했습니다. 가업 승계와 가족 창업에 특화된 MBA라서 경영자로서의 네트워크와 경영능력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었죠. 세계에서 모인 중견기업 2세들과 수업을 들으며 ‘지속가능한 경영’을 함께 고민해볼 수도 있었고요. 졸업 전에 논문 대신 사업계획서를 발표하는데 베네수엘라 출신 동기는 ‘한국에서 남미음식 프랜차이즈 사업을 해보겠다’며 직접 음식을 해와서 나눠먹기도 했어요. 2주간 터키 등 해외 현지 시장조사를 하고 사업계획을 구상해본 ‘글로벌 필드스터디’도 기억에 남습니다.”

▷오지선 삼성전자 인력개발원 차장=“제가 속한 고려대 ‘코리아 MBA’의 가장 큰 강점은 훌륭한 교수진이에요. 분야별 국내 유명 교수들은 물론이고 미국 MBA를 가르치다 온 교수들의 강의도 들을 수 있습니다. 또 고려대 MBA만의 ‘3교시’도 빼놓을 수 없죠. 2교시 수업이 끝난 뒤 동기, 선후배들과 안암에서 함께 술잔을 기울이면서 고려대 특유의 친밀한 교우관계를 쌓을 수 있습니다.”

▷신형순 GE헬스케어코리아 커머셜오퍼레이션스 부장=“저는 알토대(옛 헬싱키경제대) MBA를 이수했는데 알토대의 다양성이 가장 큰 매력으로 다가왔어요. 교수진도 학교에 소속된 분들이 아니라 미국, 호주 등 해외 대학과 국내 유수대학 교수들이 강의하기 때문에 다양한 문화와 관점을 학습할 수 있죠. 2주간의 ‘인터내셔널 위크(Iweek)’를 통해 핀란드 헬싱키 본교와 북유럽 회사들을 방문했던 것도 뜻깊은 시간이었습니다.”

▷양형우 한국3M 디지털 마케팅 대리=“제가 이수한 KAIST ‘테크노MBA’는 전일제(풀타임) 과정이에요. 2년이라는 시간을 온전히 공부에 투자할 수 있다는 게 특징입니다. 학생 개개인에게 연구실(랩)이 제공되고 1년간 기숙사 생활을 하기 때문에 인적 구성이 다양한 동기들과 자연스럽게 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다는 것도 강점이고요.”

▶MBA를 선택하게 된 계기는.

▷오 차장=“커리어에 대한 고민이 결정적인 계기였어요. 부서 이동을 하면서 커리어 절반은 해외영업과 상품기획, 절반은 인사(HR)로 채워져 있었거든요. MBA를 통해 이런 고민을 해소하고 앞으로의 방향을 정할 수 있었습니다. 또 교육기획 관련 업무를 하다 보니 신입사원부터 경영진까지 다양한 수요에 맞춘 비즈니스 트렌드를 따라갈 필요성을 느꼈고요.”

▷신 부장=“MBA를 시작하게 된 2015년 한국 나이로 39세였습니다. 29세에 회사생활을 시작했으니 10년쯤 됐을 때였죠. 저만의 가치관과 역량이 필요한 때가 왔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약회사에 근무하다 보니 제품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에 대해 고민하고 공부할 시간도 필요했고요. 또 국내 제약회사와 협업하는 업무 특성상 제품 처방부터 시작해 마케팅, 정책 이슈와 재정까지 전체 영역에 대한 지식이 필요했습니다. 학부 때 화학공학을 전공해 경영 전반을 공부할 기회가 제한적이었거든요.”

▷양 대리=“흔히 ‘3·6·9연차’에 직장생활에 대한 회의감이 온다고 하잖아요. 3년차가 되니 스스로에 대한 고민이 많았어요.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정말 나에게 맞는 일인가’ ‘나의 경쟁력은 어디서 올까’ 하는 의문이 커졌죠. 하지만 업무가 바쁘게 돌아가는 회사 안에서는 이런 질문에 답을 찾기 쉽지 않았습니다. 저만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결론에 도달했고 MBA를 택하게 됐습니다.”

▷정 대표=“제가 대학을 졸업한 게 1993년도였어요. 대학을 졸업한 지 20년 됐는데 어느 순간 저 자신이 너무 무식하단 생각이 들더라고요.(웃음) 다시 공부하고 싶다는 욕구가 가장 큰 계기가 됐습니다. 또 어느 정도 나이가 되다 보니 사회생활을 하면서 남들의 멘토가 되는 경우가 많은데 정작 내가 멘티로서 멘토링을 받을 기회를 찾기 쉽지 않았어요. MBA를 통해 만난 교수님뿐 아니라 동기들도 훌륭한 선생님이 돼 주셨습니다.”

▶MBA가 실제 업무에서 어떤 도움이 됐나요.

▷양 대리=“2년간 각종 케이스스터디를 반복하다 보니 돌발 상황이 생겨도 당황하지 않고 문제 해결을 위한 과정을 머릿속에서 미리 설계하게 됐어요. 문제를 진단하고 가설을 설정하고 대안을 찾는 식으로요. 또 다양한 분야에서 일하는 동기들과의 네트워크가 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몇 시간 동안 끙끙대며 검색할 정보를 전화 한 통으로 끝내는 경우도 있었지요. 무엇보다 저는 학교를 통해 지금 회사에서 스카우트 제안을 받아 재취업했으니 경력 전환에 결정적인 역할을 해주신 셈이죠.”

▷정 대표=“회사 전반을 조망할 수 있게 된 게 MBA 이후 가장 큰 차이점이죠. 과거에는 임원들과 얘기할 때 각 업무에 대해서만 지시했는데, 이제는 업무 프로세스 전체를 조망하면서 지시가 가능합니다. 스스로 ‘업그레이드’된 기분이에요. 또 MBA를 통해 구축한 네트워크가 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동기들이 각 분야에 퍼져 있다 보니 관련 분야 동기끼리 지속적으로 교류하면서 회사 실적에 실질적인 도움을 얻고 있습니다.”

▶MBA 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부분은.

▷오 차장=“학업과 직장생활을 병행하려다 보니 스케줄 관리가 가장 중요했어요. 세 번 결석하면 F를 주는 등 학사관리도 엄격했거든요. 나중에는 최대한 효율적으로 시간을 배분하려 노력하는 게 습관화돼서 업무에 플러스 요인이 됐습니다.”

▷정 대표=“나이 어린 동기들과 프로젝트를 함께하는 게 처음에는 낯설었어요. 20대와 50대가 똑같은 발언권을 갖고 분담하다 보니 너무 아는 척해도 곤란하고 동시에 어느 정도 팀을 이끄는 역할도 해야 하니까요. 또 사례가 대부분 해외 중심이다 보니 자료를 찾기 쉽지 않아 12시간 ‘구글링’한 적도 있습니다. 그래서 나중에는 아예 가족그룹 학회를 하나 꾸려 지속적으로 교류하고 공부하는 데 도움도 얻었습니다.”

▶언어적 측면에서 어려움은 없었나요. 어떻게 극복하셨습니까.

▷정 대표=“영어로 전문적인 수업을 따라가기가 쉽지 않았어요. 한국인 교수님이 ‘세계경제동향’ 영어수업을 하는데 처음에는 하나도 못 알아듣겠더라고요. 그래서 다음 수업 전에 교수님이 한국어로 낸 책을 구해서 다 읽어보고 갔어요. 수업편람을 미리 보고 강의내용을 예습해가는 습관을 들였죠.”

▷신 부장=“저는 영어소설, 영자신문을 틈틈이 읽었습니다. 외국계 회사에 있어 기본적인 대화를 영어로 하는 데는 큰 어려움이 없었는데도 영어로 논리를 펼치고 남을 설득하는 건 쉽지 않았습니다. 영어로 된 소설책을 틈틈이 보면서 좋은 표현을 적어두고 비유법을 사용해야 할 때 요긴하게 써먹었습니다.”

▶MBA 이수하려는 지원자들, 학교 측에 하고픈 조언이 있다면.

▷양 대리=“저와 같은 풀타임 과정을 택한 분은 재취업 등 리스크가 크다 보니 더 많은 고민을 안고 오셨을 것 같습니다. 단순히 현재 상태가 불만스럽기 때문에 회사를 그만두고 MBA로 도망치기보다는 MBA 이후에 대한 큰 그림을 그리고 나서 지원하는 게 바람직합니다.”

▷오 차장=“저는 무엇보다 건강관리를 강조하고 싶어요. 학교 다니는 동안에는 따로 시간을 내서 운동하기도 힘들고 네트워크를 위해 술도 많이 마시게 돼 체력이 정말 중요하거든요.(웃음)”
▷정 대표=“저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놓치지 말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결국 MBA는 지적 욕구와 사람에 대한 욕구, 크게 두 가지 이유로 시작하잖아요. 공부가 바빠도 인적 네트워크에 소홀해지지 않도록 노력해서 성숙한 교류관계를 놓치지 않기를 바랍니다.”

▷신 부장=“주변에서 흔히 ‘MBA 하면 진급이 보장되나요?’ 묻곤 합니다. ‘가성비’를 따지는 거죠. 하지만 학업 가치, MBA 과정을 밟으면서 자신이 겪는 변화상에 목표를 뒀으면 합니다. 그래야 중간에 힘들 때 마음을 다시 한번 가다듬을 수 있더라고요. 또 해외 사례뿐 아니라 남북한 관계, 지정학적 위치 등 한국의 특징을 반영한 한국의 유사 사례도 함께 살펴보면 국내 비즈니스를 하는 학생에겐 더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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