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가 개발 중인 자율주행차. 네이버 제공

네이버는 인터넷·포털 서비스 기업에서 인공지능(AI) 기술을 바탕으로 한 기술 기업으로 성장하고 있다. 올해 초 AI 스피커, 자율주행차 등 신기술 분야에 향후 5년간 50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글로벌 기업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이 같은 기술이 필수적이라는 판단에서다.

한성숙 대표

◆세계 4대 AI 연구소 인수

네이버의 의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지난 6월 세계적인 AI 연구소 제록스리서치센터유럽(XRCE·현 네이버랩스 유럽)을 인수한 것이다. 1993년 설립된 XRCE는 AI와 머신러닝을 비롯해 컴퓨터 비전과 자연어 처리 등 다양한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프랑스 그르노블 지역 외곽에 자리잡은 이 연구소에는 세계적 AI 연구자 80여 명이 포진해 있다. 2013년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가 선정한 ‘가장 혁신적인 기업·연구소 50’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구글의 딥마인드, 페이스북의 AI리서치센터, 마이크로소프트의 MS리서치센터와 함께 세계 AI 연구를 선도하는 4대 연구소로 꼽힌다.

송창현 네이버 최고기술책임자(CTO)는 “네이버가 인공지능 연구에서 세계적 수준으로 도약하는 기회를 잡은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네이버는 AI 전문가를 영입하는 것은 물론 유럽 시장 진출을 위해 XRCE를 인수했다. 현재 글로벌 투자 최고책임자(GIO)를 맡고 있는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가 인수를 성사시키기 위해 심혈을 기울인 것으로 알려졌다.

◆자율주행차 ‘눈’에 6500만달러 투자

지난달 투자를 발표한 이스라엘의 이노비즈 테크놀로지스(이노비즈)도 같은 맥락이다. 네이버는 글로벌 전장업체인 델파이 오토모티브, 마그나인터내셔널 등과 함께 이노비즈에 6500만달러(약 728억원)를 투자했다.

이 회사는 자율주행차의 ‘눈’으로 불리는 라이다(LiDAR) 센서를 만든다. 직진성이 강한 레이저를 활용해 물체 위치와 거리를 정밀하게 측정하는 센서다. 이를 통해 획득한 3차원(3D) 데이터로 주변 수십m 반경 상황을 실시간으로 분석해 장애물, 앞차와의 거리 등을 파악한다.

이노비즈는 이스라엘 국방부 산하 기술연구소 출신들이 지난해 창업한 회사다. 자체 보유한 특허를 활용해 빛, 기상 조건 변화와 관계없이 차량 주변 환경을 인지하는 기술을 갖고 있다. 자율주행 상용화를 위해 필요한 라이다 센서 소형화와 가격 인하에 주력하고 있다. 네이버는 이미지를 자동으로 분류하는 원천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이노비즈의 라이다 기술을 결합하면 인식한 정보를 더 정확하게 분석할 수 있다. 네이버의 자율주행 기술 개발에 한층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자율주행차 시장 공략을 준비해온 구글, 애플, 시스코, 퀄컴 등 글로벌 정보통신기술(ICT) 기업들과 본격적인 기술 경쟁을 벌인다는 전략이다.

◆“글로벌 기업과 경쟁에 AI 중요”
네이버는 기술 기업 투자도 아끼지 않고 있다. 기술 관련 자회사인 네이버랩스가 이 같은 방향을 주도하고 있다. 올해 초 미국의 음성인식 업체 사운드하운드와 지도 개발 업체 파토스, 미국 AI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오벤 등에 투자했다. 컴퓨터 비전과 기계학습을 연구하는 딥픽셀과 AI 학습용 데이터를 만드는 크라우드웍스 등도 네이버의 투자를 받았다. 이 같은 네이버의 공격적 움직임은 AI를 바탕으로 한 기술력 확보와 신사업 추진을 위한 전략적 판단이 깔려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네이버는 그동안 개발해온 기술을 바탕으로 AI 스피커 ‘웨이브’를 공개한 데 이어 차량 공유업체 그린카와 함께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시스템(IVI) ‘어웨이’를 선보이기도 했다. 네이버는 번역 서비스 ‘파파고’, 이미지 검색 서비스 ‘스마트 렌즈’, 콘텐츠 큐레이션 앱(응용프로그램) ‘디스코’ 등에 AI 기술을 적용하고 있다. 자체 개발한 AI 플랫폼 ‘클로바’를 다양한 분야로 확산시킨다는 계획이다. LG전자, 퀄컴, 소니, 도요타 등 ‘클로바 연합군’도 늘려가고 있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는 지난 7월 2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글로벌 기업과의 경쟁에서 AI가 굉장히 중요한 요소”라며 “지금까지 해온 서비스의 사용 편의성을 개선하는 데 AI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