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돌을 가져다 놔도 팔 수 있었다.”

유통업계 관계자들이 종종 하는 얘기다. 지금을 말하는 게 아니다. 10여 년 전 백화점, 마트가 ‘황금기’를 맞았던 때를 회상하면서다. 그만큼 지금 상황이 녹록지 않다는 것을 설명하는 말이기도 하다. 2012년 정점을 찍은 이후 백화점과 마트의 성장은 정체됐다. 출점 제한, 의무 휴업 등 유통산업에 대한 규제는 갈수록 강화되고 있다. 밖에선 중국의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보복 직격탄을 맞았다. 롯데마트, 이마트는 중국 시장 철수를 결정했다. 면세점은 줄줄이 적자를 내고 있다.

유통업체들은 새로운 시도를 통해 돌파구를 찾고 있다. 온라인 쇼핑이 주지 못하는 ‘체험’과 ‘경험’을 제공하는 게 업계 화두다. 신세계의 초대형 복합쇼핑몰 스타필드가 대표적이다. 쇼핑 테마파크란 콘셉트로 쇼핑몰 안에 수영장, 찜질방, 체육시설 등을 대규모로 넣었다. 남성 전문 편집숍, 체험형 완구숍 등 새로운 전문 매장도 선보였다. 쇼핑뿐 아니라 육아, 여가 등의 개념을 넣은 것이다.

롯데마트도 새로운 형태의 매장을 냈다. 지난 4월 문을 연 서울 양평점은 매장 1층을 실내 공원인 ‘어반 포레스트’로 채웠다. 주민들이 편하게 들러 쉬고 약속을 잡는 공간이 되게 했다. 식자재 코너에는 스테이크를 사서 그 자리에서 바로 구워 먹고, 횟감을 골라 회를 떠서 먹는 공간을 꾸몄다.

대형 유통업체들은 또 시장 상인들과 ‘상생’하려는 시도도 하고 있다. 이마트는 작년 충남 당진시장에 처음 ‘상생형 매장’을 열었다. 시장 상인들이 판매하는 축산물, 신선식품은 일절 들여놓지 않았다. 가정간편식(HMR)이나 이마트 자체브랜드(PB)인 노브랜드 상품 위주로 매대를 채웠다. 대형마트를 선호하는 젊은 고객층을 시장으로 불러 모아 이마트와 당진시장 모두 ‘윈윈’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마트는 이후 경기 안성시 안성맞춤시장, 경북 구미시 선산봉황시장 등에도 상생형 매장을 잇달아 열었다. 각 시장 특성에 맞게 상품 구색과 매장 규모 등을 시장 상인과 협의해 결정했다.

현대백화점은 서울 문정동 가든파이브 상권 활성화를 위해 ‘상생형 쇼핑몰’을 지난 5월 처음 열었다. 장사가 안 되는 상인 매장을 현대백화점이 빌려 쓰고 매출 일부를 돌려주기로 했다. 인근 문정동 로데오 거리와 상생하기 위해 간판도 ‘아울렛’이라고 쓰지 않고 ‘현대시티몰’로 달았다.

온라인 부문 강화를 위한 인수합병(M&A)과 해외 시장 진출 노력도 이어졌다.
롯데와 신세계는 SK의 오픈마켓 11번가와 손잡고 투자·인수 등의 방안을 논의했다. 이와는 별도로 다른 온라인 쇼핑몰업체를 M&A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사드 사태로 중국 사업이 타격을 받자 이를 상쇄하기 위해 동남아 국가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롯데는 베트남과 인도네시아를 전략 지역으로 정하고 대대적으로 확장 중이다. 백화점, 마트, 시네마, 롯데리아, 호텔 등 10여 개 계열사가 이들 지역에 나가 있다.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매출이 올해 각각 1조원과 2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이마트도 동남아 시장에 더 적극적으로 진출할 계획이다. 몽골, 베트남에 진출해 있는 이마트는 앞으로 캄보디아, 라오스 등에도 매장을 내는 것을 검토 중이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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