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호 선임기자 겸 좋은일터연구소장 khpark@hankyung.com
촛불 시위 때 광화문 광장에 나부낀 노동계 깃발은 청구서가 되기에 충분했다. 새 정부 출범 이후 쏟아지는 친노동 정책들은 그래서 지급증명서인 듯 비쳐진다. 소득주도 성장론도 노동친화적 정책 기조를 두드러지게 만들었다. 소득이 증가한 근로자가 소비를 늘리면 경제 성장을 견인할 것이라는 프로세스는 그럴듯해 보인다. 울림 없이 끝나는 모양새이긴 하지만 기존 파트너인 고용노동부 장관과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장 외에 대통령도 노·사·정 테이블에 나오라고 노동계가 목청을 높인 것이 작금의 친노동 분위기를 투영한다.

쏟아지는 친노동 정책

새 정부의 친노동 정책은 6개 세트로 대별할 수 있을 듯하다. 정규직화, 불법파견 시정, 최저임금 인상, 통상임금 확대, 산업재해 범위 확대, 근로시간 단축 등이다.

인천공항의 ‘연내 100% 정규직화’로 불 붙은 비정규직 문제는 해결이 더디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가 기존 정규직 노조는 물론 협력업체와의 갈등 요인으로 비화한 탓이다. 불법파견에 대해선 유권해석을 통해 단호하게 시정을 지시하고 있다. 파리바게뜨의 제빵기사 5378명, 만도헬라와 아사히글라스의 협력업체 근로자 각 260명과 178명을 불법파견으로 규정하고 원청업체가 이들을 직접 고용하도록 명령했다.

관련 업계는 “하청근로자를 계속 고용했다가는 인건비 부담에 회사가 휘청거릴 판인데 구조조정이 뒤따를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단정적 예상을 내놓는다. 하청근로자의 강제적 직접 채용이 오히려 이들의 일자리를 구축(驅逐)하는 역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것이다. 중소기업이나 자영업자들은 가파른 최저임금 인상도 일자리를 걷어차는 결과를 초래할 것으로 우려한다. 지나친 인건비 탓에 사업을 접거나 직원 일자리를 줄이는 갈림길로 내몰릴 수밖에 없다는 하소연이다. 정부가 ‘최저임금 속도조절론’을 언급하고, 최저임금위원회가 개선책 마련을 위한 태스크포스(TF)팀을 구성한 것도 민심이 그만큼 거세다는 방증과 다름없다.

생산성 증가 뒷받침돼야
산업재해 범위를 출퇴근 시 발생 재해까지 확대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국회는 무결점 법안이라고 치켜세우며 통과시켰다. 하지만 늘어나는 기업의 보험금 부담은 어떻게 보전할 것이며, 기존 자동차보험과의 중복은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문제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게다가 산재 범위 확대는 노사정위원회가 노동시장 유연화를 위한 노·사·정 대타협 용도로 사측이 제시토록 한 카드였다. 노측의 양보가 전제되지 않은 산재 범위 확대는 당장의 이익을 위해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잡는 행위와 크게 다르지 않다. 국회에 상정된 근로시간 단축도 사회적 합의 없이 친노동 기조에 휩쓸려 입법화한다면 후폭풍을 맞을 수 있다.

친노동 정책 세트의 가장 큰 문제는 근로자 간 빈익빈 부익부 현상을 심화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노조가 있는 대기업 근로자와 무노조 중소기업-자영업 근로자들 사이에서 정책 효과의 명암은 극명히 엇갈릴 수 있다. 친노동 정책들을 감당할 수 없는 기업의 선택은 덜 주거나 폐업하거나 둘 중 하나다. 이런 까닭에 친노동 정책은 반드시 노동 생산성을 토대로 추진되는 게 맞다. 기업의 경쟁력 약화는 기업의 존재 가치 상실로 이어진다. 이런 처지에 있는 기업의 근로자가 갈 곳은 재취업 시장뿐이다. 스웨덴의 조선 도시 말뫼는 조선업 경쟁력을 잃고, 골리앗 크레인을 1달러에 팔면서 눈물을 흘렸다. 새 정부의 친노동 정책 세트가 우리 사회에 ‘말뫼의 눈물’을 쏟게 하는 최루액이 될까 걱정스럽다.

박기호 선임기자 겸 좋은일터연구소장 khpar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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