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부작용에만 초점 맞춘 가상화폐 규제

입력 2017-10-11 18:06 수정 2017-10-12 09:39

지면 지면정보

2017-10-12A38면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
“가상화폐 규제가 필요하긴 합니다. 그런데 신기술의 싹까지 싹둑 자르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지난달 정부가 내놓은 가상화폐 거래 규제에 대해 가상화폐 거래소 고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정부 규제가 가상화폐라는 새로운 핀테크(금융기술)의 가능성보다 당장의 부작용에만 초점을 맞춘 것 같다는 우려다. 업계 불만도 크다. “모든 가상화폐 관련 기업, 업계 종사자를 준(準)범죄자로 취급하는 것”이란 격앙된 반응도 나온다.

그럴 만도 한 게 이번 정부 규제는 전 세계 주요국의 가상화폐 관련 규제 중 가장 강도가 높은 수준이다. 이달부터 신종 가상화폐를 발행해 투자자금을 조달하는 가상화폐공개(ICO)를 전면 금지한 게 골자다. 가상화폐로 인한 투기나 피해가 커지는 걸 원천 차단하기 위해서다. 정식 화폐도 아닌, 정체 모를 ‘상품’이 투기 수단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게 정부 판단이다.
업계도 이 대목에선 할 말이 없는 상황이다. 이미 가상화폐 발행을 빙자한 사기 등 유무형의 피해가 발생하고 있어서다. 그럼에도 금융권에선 이번 조치로 가상화폐 관련 신기술 개발이나 연구가 중단될 것이란 우려가 적지 않다.

가상화폐는 금전의 가치를 디지털 신호 형태로 저장해놓은 것이다. 개인과 개인이 은행과 같은 중개기관을 통하지 않고 송금·결제를 할 수 있는 신기술이 쓰인다. 가상화폐의 대표 격인 비트코인이 2009년 개발된 뒤 관련 기술은 꾸준히 발전하고 있다. 차명훈 코인원 대표는 “가상화폐를 부정적으로만 보는 분위기가 확산되는 게 걱정된다”며 “해외 송금 수수료를 절감하는 기술 등 기존 금융계에선 시도하지 않던 혁신 측면도 분명히 존재한다”고 말했다. 은행권에서도 “투기 등 부작용을 없애는 규제정책과 함께 가상화폐의 긍정적 기능을 키우는 산업정책적 고려가 병행돼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가상화폐 규제가 불필요한 건 아니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하기 위한 신성장 전략을 마련해야 할 시점에 과도한 규제는 신기술의 싹이 자랄 토대까지 없앨 수 있다는 지적도 타당하다. 가상화폐 규제를 둘러싼 업계의 우려에 정부가 귀를 기울여야 할 때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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