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수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 석좌교수 사례로 본 미국·중국의 '인재 모시기'

수백만달러 지원하며 그를 '창장학자'로 모셔간 중국
6년마다 미국 의회가 결의하는 ‘고속도로 법안(Highway Bill)’, 여기에 단골처럼 등장하는 연구지원 사업이 하나 있다. 김영수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NCSU) 공대 석좌교수(사진)의 도로포장 설계에 관한 연구다. 1994년 여름, 김 교수의 박사 논문에 주목한 미 연방교통국이 500만달러를 투자하면서 시작된 김 교수에 대한 투자는 올해로 23년째다. 경험에 의존하던 도로포장 설계법을 체계적인 방식으로 바꾸고, 아스팔트를 재활용하면서도 성능을 향상시킬 수 있는 김 교수의 연구모델은 상용화를 눈앞에 두고 있다.

김 교수의 차세대 도로포장 기술은 중국 정부의 ‘인재 레이더망’에 포착됐다. 중국 교육청이 작년 말 김 교수를 ‘창장(長江)학자’로 선정한 것이다. 이 제도는 연간 50명만 뽑는 중국 최고 권위의 학술상 격에 해당한다. 주로 미국 등 해외에 있는 중국계 인재나 중국 내 석학에 수여하는 상으로 재미 한국인이 선정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김 교수는 올여름부터 3년간 중국 창안(長安)대에서 교수, 학생, 실험실을 제공받아 공동 연구를 하고 있다. 지원받는 금액만 200만달러에 달한다.

조지아공대 인벤션 스튜디오에서 한 학생이 전기전자회로 관련 캡스톤디자인 작품을 제작하고 있다. 인벤션 스튜디오는 조지아공대가 창의적 인재 양성을 위해 조성한 대형 작업공간이다. /조지아공대 제공

미국의 최대 강점은 풍부한 인재풀

김 교수는 국경 없는 ‘인재 전쟁’의 한 가지 사례일 뿐이다. 4차 산업혁명이란 새로운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정부, 기업, 대학 모두 인재 영입에 공을 들이고 있다. 미 샌프란시스코주립대가 캘리포니아 주정부의 후원 아래 세계 줄기세포 연구의 ‘메카’로 올라서기 위해 가장 먼저 한 일은 일본 교토대의 야마나카 신야 교수를 ‘스카우트’하는 일이었다. 야마나카 교수는 2012년 유도만능줄기세포를 만든 공로로 노벨생리의학상을 받았다.

전문가들은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는 미국의 최대 경쟁력으로 ‘인재풀’이 크다는 점을 꼽는다. 비즈니스 소셜미디어인 링크트인이 분석한 ‘글로벌 AI(인공지능) 분야 인재보고’에 따르면 올 1분기 기준 세계 AI 기술 종사자(약 190만 명) 중 85만 명가량이 미국인이다. 중국이 7위고, 한국은 순위권 안에 아예 들어 있지도 않다.

미국만 해도 대학이 ‘인재 화수분’으로서 역할을 충실히 해주고 있다. 구글은 최신형 딥러닝 AI 가속기인 TPU를 만들기 위해 데이비드 패터슨 버클리대 교수에게 지난해 석좌 엔지니어 자리를 내줬다. 삼성전자가 AI 분야를 육성하기 위해 NCSU에서 ‘교수 창업’에 성공한 이인종 교수를 부사장으로 영입한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기업, 대학 활발한 인재 교류

10여 년 전만 해도 미국 역시 지금의 한국 사회와 비슷했다. 2000년대 중반 구글과 애플은 직원들이 경쟁사로 이직하는 일이 잦자 서로 빼가지 않기로 ‘휴전 협정’을 맺기도 했다. ‘고인 물’로 전락할 뻔한 위기였다. 하지만 두 회사는 몇 년 뒤 협정 문서를 휴지조각으로 만들었다. 직업 이전의 자유를 침해당했다며 연구원들이 2007년 소송을 낸 게 직접적 원인이었지만 인재 양성을 위한 생태계를 형성하는 것이 장기적으론 양사에 도움이 된다는 판단에서였다.
애플 본사에 근무 중인 한국인 연구원은 “한국에선 삼성 같은 대기업에 들어가면 가급적 오래 있으려 하지만 실리콘밸리에선 2~3년에 한 번 직장을 바꾸는 게 정상”이라며 “아무리 큰 기업에 있어도 한 자리에 머물면 최신 기술 흐름에 뒤처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대학 사회도 마찬가지다. 김영수 교수는 “교수들 역시 대학 간 인력 교류가 활발히 이뤄진다”며 “다른 대학의 스카우트 제의를 받아보지 않은 걸 수치로 여긴다”고 말했다. 믈라덴 A 보크 NCSU 부총장은 “유망 연구 분야가 있으면 다른 대학에서 통째로 연구팀을 데려오는 일도 흔하다”고 말했다. 교수들이 기업인으로 활약하는 것에 대해서도 관대하다. 이인종 부사장이 삼성전자로 올 때 NCSU가 교수직을 6년간 유지시켜주기로 한 게 대표적 사례다.

랄리=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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