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중국·일본 등 주요 업체 전전긍긍
업계 "불순물 섞였을 가능성"
지난달 출시된 애플 아이폰8(사진)에서 배터리가 팽창해 본체까지 휘어지는 불량이 나타나면서 세계 배터리 제조업체들이 긴장하고 있다. 불량이 특정 배터리 제조업체의 문제로 밝혀지면 주요 고객사 중 하나인 애플에 공급할 물량이 줄어들 수 있어서다. 애플에는 LG화학과 삼성SDI 등 한국 업체를 비롯해 일본 무라타와 소니, 중국 ATL 등이 물량을 나눠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다.

아이폰8의 배터리가 부풀어 오르는 불량 신고는 지난달 대만과 일본 등에서 시작돼 최근에는 중국까지 일곱 차례 있었다. 기기 결함에 대해 좀처럼 의견을 내지 않는 애플이 이례적으로 지난 6일 “문제를 주시하며 조사 중”이라고 밝히고 공식 조사에 들어가는 등 문제의 심각성이 점차 부각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배터리가 부풀어오르는 것은 배터리 내부에 가스가 찼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이 같은 가스가 생긴 원인은 불분명하다. 업계에서는 제조 과정에 불순물이 섞였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배터리를 구성하는 음극재로 가스 발생에 취약한 소재가 사용됐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기계적으로는 배터리의 특정 부분에 과전류나 과부하를 발생시키는 설계 오류가 있었을 가능성도 있다.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소재나 설계의 문제였다면 배터리 팽창이 훨씬 광범위하게 나타났을 것”이라며 “배터리 공급회사 중 하나가 공정 관리를 하지 못해 불순물이 유입됐을 가능성이 좀 더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해 삼성전자 갤럭시노트7의 배터리 발화도 배터리 제조 과정의 과실로 드러나 관련 업체들이 손실을 입었다. 특히 제조 과정에서 중대한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된 ATL은 올해부터 삼성전자 스마트폰 공급사에서 제외되며 매출과 손익에서 타격을 입었다.

스마트폰 등 중소형 배터리 시장 점유율은 2016년 말 기준으로 삼성SDI 22.9%, LG화학 17.2%, 파나소닉 16.9%, ATL 12.7% 등이다. 지난해 9월 초 발생한 갤럭시노트7 배터리 발화의 최종 원인 발표가 올해 1월 이뤄진 점을 감안하면 아이폰8 배터리 팽창 원인도 내년 초에나 드러날 전망이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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