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

은행, 가계대출에만 치중
벤처기업 대출 확대 유도

카드가맹점 수수료 인하
장기·소액 연체자 빚 탕감
70만여명 혜택 볼 것

최종구 금융위원장(앞줄 왼쪽 두 번째)이 지난달 서울 신촌 연세로에서 은행권청년창업재단 디캠프(D.CAMP)가 주최한 ‘IF 2017’에 참석해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서비스를 시연해보고 있다. 금융위원회 제공

금융위원회는 지난 5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빠르게 정책 기조를 바꿨다. 새 정부의 정책 기조에 맞춰 서민·취약계층 지원에 방점을 찍었다. 일각에선 ‘금융홀대론’이 제기되지만 금융산업 육성을 위한 정책도 차질없이 진행하겠다는 게 금융위의 구상이다.

생산적 금융·포용적 금융에 집중

지난 정부에서 금융위는 기업 구조조정과 금융개혁을 최우선 정책과제로 정했다. 대우조선해양, 한진해운 등 부실기업 구조조정을 마무리했으며 금융현장점검반을 가동해 금융권의 보이지 않는 규제 개혁을 추진했다. 하지만 새 정부 들어 정책추진 방향은 대폭 바뀌었다.

지난 7월 취임한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생산적 금융’과 ‘포용적 금융’을 새로운 정책 목표로 제시했다. ‘생산적 금융’은 은행 등 금융회사들이 가계대출을 늘리는 데만 치중할 게 아니라 중소·벤처기업 금융 지원을 늘려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게 한다는 게 핵심이다. 최 위원장은 “모든 시중은행이 과거 가계대출 위주로 영업하던 국민은행과 같아져 버렸다”며 “은행이 수익 원천을 가계대출로 삼고 주택담보대출에 치중하는 행태는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은행들의 영업 행태를 ‘전당포식’이라고 꼬집었다. 금융위는 이런 관행을 개선하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은행 등에 벤처캐피털 투자를 늘려줄 것을 요청한 데 이어 금융회사의 자본규제를 손질해 가계대출보다 벤처기업 대출을 늘리도록 유도하는 안을 짜고 있다.

‘포용적 금융’은 서민·취약계층의 금융 빚 부담을 덜어주자는 개념이다. 세부 추진 과제는 세 가지다. 먼저 카드가맹점 수수료율 인하다. 이미 금융위는 지난 7월 수수료를 덜 내도 되는 영세가맹점과 중소가맹점 범위를 대폭 넓혔다. 내년에는 카드가맹점 수수료율도 낮출 계획이다.

장기·소액 연체자의 빚 탕감대책도 조만간 내놓는다. 금융위는 당초 국민행복기금이 보유 중인 장기·소액연체채권을 대상으로 하려던 빚 탕감을 금융공기업, 민간 금융회사 등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70만여 명이 빚 탕감 혜택을 볼 것으로 예상된다. 벤처 등 창업기업을 위해선 연대보증도 폐지할 계획이다. 지금은 ‘창업 5년 이내 기업’에 대해서만 연대보증을 없앴는데 내년부터 모든 창업기업으로 범위를 넓힌다는 방침이다.

금융산업 육성은 지속 추진

새 정부의 금융정책이 꼭 ‘포용’에만 방점을 찍고 있는 건 아니다. 핀테크 등장 이후 금융산업이 급변하고 있다는 판단에 따라 금융위는 국내 금융산업의 성장·도약을 위한 정책 과제도 추진 중이다.
대표적인 게 ‘제3 인터넷은행’ 추가 인허가다. 올해 케이뱅크(K뱅크)와 카카오뱅크가 영업을 시작하면서 인터넷은행의 성공 가능성은 이미 입증됐다는 게 금융위의 판단이다. 금융위는 이에 따라 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보유를 엄격히 제한한 은산분리 규제 완화 여부와 관계없이 추가 인허가를 내주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시기는 내년 상반기가 유력하다.

초대형 투자은행(IB)도 곧 출범시킬 예정이다. 초대형 IB는 정부가 ‘한국판 골드만삭스’를 육성하기 위해 올해부터 자기자본 4조원 이상 증권사에 한해 허용하기로 한 사업이다.

증권사들은 은행과 달리 자금 조달에 제한이 있지만 초대형 IB 인가를 받으면 각사 자기자본의 200% 한도에서 어음(발행어음)을 찍어 조달한 돈으로 투자에 나설 수 있다. 미래에셋대우 NH투자 KB 삼성 한국투자 등 대형 증권사들이 이미 인가 신청서를 제출한 상태다.

초대형 IB가 출범하면 그동안 은행 전유물이던 기업금융 시장에서 증권사와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될 전망이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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