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

보험사들의 올해 최대 이슈는 세 가지다. 저금리와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대비, 그리고 새로 도입하는 정부 규제 등이다. 이 가운데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는 가운데 IFRS17이 도입되는 게 큰 걱정거리다. IFRS17은 과거 보험사들이 판 고금리 저축성보험에 대해 더 강해진 기준으로 부채를 쌓도록 해 부채 규모가 급증할 수밖에 없다. 새 정부가 시도하고 있는 보험업계의 규제도 주요 이슈다. 정부는 실손보험과 자동차보험 등의 보험료를 낮추고 위험률이 높은 소방관 등의 보험 가입을 추진하고 있다.

생보사, 저축성보험 판매 줄여

IFRS17의 직격탄을 맞는 것은 생보사다. IFRS17은 매출에서 저축성 보험료를 제외하고 ‘시가’ 기준으로 보험부채를 계산한다. 현재 저축성 보험료는 전부 매출로 잡힌다. IFRS17은 저축성 보험료에서 나갈 것으로 예상되는 보험금과 사업비를 제외한다. 일부 마진만 매출에 포함하도록 허용한다. IFRS17이 도입되면 국내 보험사의 매출은 지금의 30% 수준까지 급락할 것으로 보험개발원은 예상했다.

다음으로 보험사가 고객에게 내줄 보험금, 즉 보험 부채 계산 기준도 ‘원가’에서 ‘시가’로 바뀐다. 현재는 고객에게 고금리를 약속한 보험상품 부채를 계산할 때도 고금리를 적용한다. 회계장부에 부채 규모를 작게 잡아도 보험금 지급 시점까지 충분히 자산을 불리면 된다. 하지만 앞으로는 현재 금리 수준을 반영해야 한다. 저금리 상황에선 부채 규모를 더 크게 잡아야 고객에게 줄 보험금 수준에 도달할 수 있다.

이 같은 측면에서 생보사들은 상대적으로 불리하다. 지금까지 저축성보험 판매에 주력해서다. 이제부터는 저축성보험을 대폭 줄이는 대신 보장성보험과 변액보험 비중을 늘릴 수밖에 없다. IFRS17에 따르면 저축성보험에서 올릴 수 있는 매출이 현재 수준에서 70%가량 떨어질 뿐 아니라 수익성 측면에서도 도움이 안 된다.

이에 따라 생보사들은 보장성보험 판매에 주력하고 있다. 생보사들의 보장성보험에 따른 수입보험료 규모는 2014년 말 33조원 규모에서 2016년 말 40조원가량으로 급증했다. 반면 저축성보험의 수입보험료는 같은 기간 44조원대에 머물러 있다.

그나마 최근 시장금리가 상승한 것은 생보사들로서는 긍정적인 신호다. 생보사는 고객으로부터 받은 보험료를 보험금으로 지급하기 전까지 적절한 금융투자 상품에 투자해 차익을 거둔다. 2016년 9월 말을 기점으로 국내외 금리가 완만한 오름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작년 9월 말 1.42% 수준이던 한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최근 2.2%대 안팎을 유지하고 있다.

손보사, 자동차보험 수익성 개선

손해보험회사들도 IFRS17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손보사 상품 중에도 저축성 기능이 있는 상품이 일부 있어서다.

강화된 감독회계도 문제다. 금융당국은 보험사들이 IFRS17을 준비할 수 있도록 감독회계를 강화하고 있다. 보험사 자산과 부채의 듀레이션 차이가 클수록 재무 건전성 지표를 계산할 때 불리하도록 설계한 것이 대표적이다. 금리에 따른 부채 변동폭이 커진 만큼 자산과 부채의 듀레이션을 맞춰 변동폭을 줄이려는 의도에서다. 하지만 국내 자본시장의 한계로 보험사들은 장기 자산 투자가 부족한 실정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손보사들의 자동차보험 부문 수익성이 개선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경미한 사고는 과잉 수리하지 못하게 하는 등 자동차보험 보상제도가 바뀌면서 손해율이 하락했다. 날씨 덕도 봤다. 지난 겨울 눈이 많이 내리지 않아 폭설로 인한 차량 피해가 적었다. 보험금 지급 요인이 줄어든 것이다. 보험료를 인상한 효과도 적지 않았다. 2015년 금융당국의 보험료 자율화 조치 이후 손보사들은 자동차보험료를 지속적으로 올렸다.
손보사들은 올해 상반기 사상 최대 실적을 올렸다. 삼성화재와 현대해상, 동부화재, KB손해보험, 메리츠화재 등 5개 대형 손보사가 2조원에 가까운 순이익을 거뒀다.

최고 실적 경신에도 손보사들의 표정은 밝지 않다. 정부가 지속적으로 보험료 인하 압박을 가하고 있어서다. 정부는 연말까지 ‘건강보험과 민간 의료보험 연계법’을 제정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동안 건강보험 보장 범위를 확대하면서 손보사 수익성이 개선된 만큼 (손보사들이) 실손보험료를 낮춰야 한다는 게 정부 방침이다.

◆ IFRS17
보험회사에 적용하는 새 국제회계기준(international financial reporting standards). 세계 보험회사의 재무 상황을 같은 기준에 따라 평가·비교하는 제도다. 보험사가 가입자에게 지급해야 하는 보험금을 계약 시점의 원가가 아니라 매 결산기 시장금리 등을 반영한 시가로 평가하는 게 핵심이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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