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환기의 1957년작 반추상화 ‘산월’.

김환기의 16억~25억원대 그림, 이우환의 추상화, 일본 현대미술의 거장 구사마 야요이(88)의 작품, 조선시대 화가 심사정의 산수화와 채용신의 초상화, 백범 김구의 글씨, 정상화·박서보의 단색화 등 고가 미술품 192점이 미술시장에 한꺼번에 쏟아진다. 미술품 경매회사 K옥션이 오는 18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본사 경매장에서 여는 가을 기획 경매를 통해서다.

경매에 나온 작품의 추정가 총액은 130억원으로, 지난 8월 메이저 경매(130억원)와 비슷한 규모다. 경기 침체로 미술품 가격이 조정을 받고 있는 만큼 비교적 싸게 투자할 기회라는 얘기가 많다. K옥션은 스마트폰으로 경매 미술품을 검색하고 서면으로 응찰하는 서비스도 제공한다.

가장 눈길을 끄는 작품은 김환기의 1957년 파리 시절 제작한 1m 크기의 반추상화 ‘산월(山月)’. 추정가 16억~25억원으로 이번 경매 최고가에 도전한다. 산과 달, 백자, 학이 한 화면에 모아진 동양적 서정 추상의 정수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고향의 산천과 풍정(風情)에 대한 애착과 정신을 담백한 화면에 풀어낸 게 이채롭다.
회화와 설치미술을 넘나드는 이우환의 1976년작 ‘점으로부터 N0.760162’(100호 크기)도 추정가 16억~20억원에 새 주인을 찾는다. K옥션 측은 “1970년대 단색화 운동과도 밀접하게 연관된 작품으로 행위와 매체 사이의 관계를 탐구한 작가의 철학과 미학이 잘 드러난 수작”이라고 평가했다. 정상화·박서보·윤형근 등 단색화 작품도 시대별로 골고루 출품됐다. 한국 근·현대 화단을 이끈 이대원·도상봉·천경자·장욱진·김종학·김창열 등 대가들의 작품도 비교적 합리적인 가격에 경매에 오른다.

해외 미술품으로 국내 경매시장에서 인기가 높은 일본 작가 구사마 야요이의 추상화 ‘인피니티 넷츠(Infinity Nets)’가 단연 돋보인다. 세로 130㎝, 가로 193㎝인 작품 추정가는 14억5000만~18억원이다. 어릴 적부터 자신을 괴롭힌 강박과 환각 증세를 반복, 확산, 증식, 소멸이라는 예술적 방식으로 승화한 대표작이다.

조선의 생활모습을 28장으로 그려낸 화첩 ‘조선-경부선 개통 기념 화첩’, 철기 이범석이 대한민국 임시정부에서 외무부 참사로 복무한 김용철과 주고받은 서신으로 추정되는 ‘편지’, 백범 김구의 글씨 ‘추수문장불염진(秋水文章不染塵·가을 물같이 맑은 문장은 티끌에 물들지 않는다)’도 나와 있다. 출품작은 17일까지 K옥션 전시장에서 만날 수 있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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