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초연결 시대의 새 기술들

첫머리에서 많은 기술 중에 인간의 거래, 즉 경제활동을 돕는 네트워크 기술들은 잘 수용되고 큰 영향을 끼쳐왔다고 설명했다. 인간의 거래에는 통상 상품, 정보, 돈이 이동하고 이런 거래가 활발해지게 하기 위한 법적, 정치적 안전장치가 동원된다.

봉건시대 영주와 기사의 역할은 성 안 주민의 안전을 보장해주는 것이었다. 성을 넘어서 자유로운 거래는 불가능했다. 도시는 거래가 빈번히 일어날 수 있는 밀집된 공간을 제공한다. 그래서 도시화가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국경을 넘어 자유로운 물건의 거래를 보장하는 세계무역기구(WTO) 체제는 관세라는 마지막 장벽을 제거하자는 자유무역협정(FTA)이나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유럽연합(EU)처럼 지역 경제 네트워크로 진화하고 있다. 그중에서 EU는 상품과 사람의 자유로운 이동을 보장하는 발전적인 네트워크로 볼 수 있다.

물건과 사람을 빨리 움직이는 교통과 물류 기술은 언제나 주목받는 혁명이었다. 한 번에 135L의 물을 마시고는 161㎞를 물 없이 갈 수 있는 낙타는 중동에 부를 가져다준 큰 혁신이었으며, 사람과 짐을 인간의 능력 이상으로 멀리 나를 수 있는 낙타와 말은 전략무기로까지 쓰였다. 철도, 자동차, 비행기의 도입이나 먼 바다 항해를 가능하게 한 나침반은 인류 역사에 중요한 발명품으로 꼽힌다.

더욱 중요해질 '연결기술'

금융은 시간과 공간을 건너 가치를 이어주는 역할을 한다. 어부의 생선은 쉽사리 상하지만 돈은 상하지 않는다. 어부는 생선을 돈으로 교환하고 나서 부패 걱정 없이 다른 지역 상품을 원하는 시간에 살 수 있다. 이처럼 금융은 공간의 가치를 연결하고, 미래 소득의 신용으로 현재 구매력을 행사하는 시간의 가치를 연결해 경제활동을 돕는다. 화폐는 조개껍질에서 금화로, 그리고 신용화폐로 거래하기 편하고 거래비용이 낮은 것으로 진화해 왔다. 그중에서도 미국 달러가 국제 거래의 주요 수단으로 채택된 것은 거래에 관련한 불확실성이 작은 쪽으로 진화한 것이다. 화폐를 물리적으로 이동하지 않는 금융거래는 실시간 글로벌 금융 네트워크로 진화해 왔다. 가상화폐는 이런 거래를 더 신속하고 안전하게 하는 최초의 글로벌 화폐 가능성을 향해 줄달음친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고 있는 것은 지식정보 네트워크다. 문자의 발명, 인쇄술, 그리고 도서관은 정보의 기록과 대중화를 이룬 쾌거다. 정적인 정보들이 네트워크를 타고 본격적으로 흐르기 시작한 것은 학교와 우체국이다. 학교가 세대 간 정보의 흐름이었다면, 우체국은 동시대 최신 정보의 흐름을 가능하게 한 혁신이었다. 그것이 우체국의 편지와 전신환 그리고 전화를 거쳐 인터넷과 스마트폰으로 진화하면서 인류의 대부분이 실시간 정보 교환의 네트워크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은 사물인터넷(IoT)으로 대변되는 초연결 사회로 정의된다. 현재 인터넷에 연결된 기기는 약 100억 개에서 220억 개 정도로 추산된다. 2020년이면 적게는 500억 개에서 1000억 개의 기기가 접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혹자는 미래에는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사물의 99%가 연결될 것이라는 전망도 한다.

이런 연결을 가능케 하는 새로운 기술은 무엇일까? 하나는 기기를 구성하는 기술과 연결(링크)을 구성하는 기술이다. 기기를 구성하는 기술 중에는 프로세서, 저장장치가 꼽힌다. 반도체 수요는 계속 확대될 것이다. 기기의 두뇌인 임베디드 소프트웨어 또한 수요가 폭발하고 있다. 두 번째는 막대한 정보를 전달할 빠른 통신기술이다. ‘스마트 홈’과 ‘스마트 카’와 같은 작은 공간에서 많은 기기를 연결하는 근거리 통신 기술은 새로운 수요를 만들고 있다. 세 번째는 수많은 기기를 가동하는 에너지 기술이다. 산업혁명이란 기계를 생산에 활용하기 시작한 혁명이다. 모든 기계는 에너지가 필요하고 기계가 많아지고 정밀해지면서 품질 좋고 효율적인 에너지는 경제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해 왔다. 지금까지 2차 산업혁명의 대량생산을 가능하게 했던 전기는 가장 좋은 에너지로 자리잡고 있다.

에너지 기술을 장악해야

그렇다면 초연결 사회에서는 어떤 에너지가 주목받을까? 두 가지에 주목해야 한다. 이동성이 좋은 스마트 기기의 확산은 이동성 있는 에너지가 중요하다는 것을 말해준다. 즉 에너지를 빠르게 저장하고 이동하는 것이 중요하다. 배터리와 충전 장치가 주목받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테슬라는 자동차보다 충전장치로 미래를 장악하려 하고 있다. 그 결과 2013년에 비해 주가는 12배, 기업 가치는 25배 상승했다.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고, 전선 연결 없이 움직이는 수많은 기계들, 특히 드론과 자율주행차가 확산되면 인간 개입 없이 쾌속으로 공급되고 오랫동안 지속되는 이동성(mobility)이 극도로 확장된 에너지 기술이 미래를 지배하게 될 것이다.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