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번가 별도 법인 전환 뒤 50 대 50 공동출자 논의 중
신세계, 온라인 강화 위해 티몬·위메프 등과도 접촉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연말께 깜짝 발표 있을 것"
SK플래닛이 운영하는 오픈마켓 11번가가 신세계와 투자 협상을 재개한 것으로 확인됐다. 신세계는 11번가뿐 아니라 다른 이커머스 기업들과도 접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9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신세계는 SK 측과 11번가에 투자하는 방안 등을 위해 최근 실무진 미팅을 했다. SK플래닛에서 11번가를 떼내 별도 법인을 만들고 여기에 SK와 신세계가 50 대 50으로 출자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협상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신세계가 당초 50 대 50 합작법인 설립에 부정적이었지만 롯데가 협상에서 빠진 뒤 다시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50 대 50 합작방안 논의

SK는 신세계와 지난 5월께부터 지분 매각 협상을 벌였다. 하지만 진전이 없었다. “11번가를 통째로 매각하라”는 신세계의 요구에 SK는 “지분 절반만 팔겠다”고 맞섰다. 협상이 난항을 겪자 SK는 롯데에도 투자를 제안했다. 임원 간 회동도 했다. 단독 협상인 줄 알았던 신세계는 반발했고, 지난 8월께 협상 종료를 선언한 뒤 실무팀을 철수시켰다. 공은 롯데로 넘어갔지만 신세계와 비슷한 이유로 협상이 결렬됐다. 롯데도 “11번가를 공동으로 경영하는 것은 어렵다”며 경영권까지 넘길 것을 요구했다. 롯데 측은 “50 대 50 합작투자와 공동 경영은 빠른 의사결정이 필요한 온라인 사업에 맞지 않다”고 했다. SK는 “경영권을 팔 수는 없다”며 합작 투자안을 고수했다. SK플래닛의 최대주주(지분율 98.1%)인 SK텔레콤의 박정호 사장까지 나서 “11번가 매각은 절대 없다”며 못박았다. 롯데는 지난달 ‘협상 결렬’을 선언했다.

SK는 롯데가 빠지자 신세계에 다시 “방안을 강구해 보자”며 접촉했다. SK 측에선 기존 유통 강자와 손잡아야 상품 조달, 물류 등 여러 면에서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애초에 관심을 보이지 않은 현대백화점을 제외하면 투자 여력이 있는 유통 기업이 드물다. 수익을 우선시하는 사모펀드(PEF) 등 재무적 투자자는 SK가 원하는 수준의 가격을 맞추기 어려운 구조라는 게 투자업계의 시각이다.

◆신세계, 온라인몰 확대 가속
온라인과 오프라인 시너지를 노리는 유통회사라면 얘기가 다르다. 신세계는 신세계백화점과 이마트, 트레이더스 온라인몰을 하나로 통합한 SSG닷컴을 2014년부터 운영 중이다. 오프라인 유통 기업 중에선 가장 앞서간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이커머스 기업과 비교하면 한참 못 미친다. SSG닷컴은 거래액이 연 2조원 규모로, G마켓과 옥션을 운영 중인 이베이코리아(거래액 연 15조원), SK플래닛의 11번가(약 8조원)는 물론 쿠팡(5조원) 등에도 크게 뒤진다. 판매자와 구매자를 연결해 주는 오픈마켓 부문이 없기 때문이다. 오픈마켓은 물건을 파는 다양한 구매자를 확보하는 게 핵심이다. 11번가도 이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데 10년 가까이 걸렸다.

신세계는 11번가뿐 아니라 위메프 티몬 등 다른 이커머스 기업과도 경영권 인수와 지분 투자 등 다양한 방안을 위해 접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기업에 실무진 미팅을 제안하고 의사 타진을 하고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지난 8월 스타필드 고양 개장 기념식에서 “11번가 인수를 비롯한 온라인 사업 강화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연말 전에 깜짝 놀랄 발표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온라인 부문을 어떤 식으로든 보강하겠다는 의미다. 업계 한 관계자는 “트렌드가 빨리 변하는 온라인 시장에선 속도가 생명”이라며 “신세계가 온라인 부문 강화를 결정했다면 조만간 방안이 나올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