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난달 27일 가전업계 최고경영자(CEO)들과 간담회를 했다. 김종호 삼성전자 사장(글로벌품질혁신실장), 송대현 LG전자 가전담당 사장 등이 참석했다.

백 장관은 비공개 간담회에서 “삼성 냉장고를 써보니 디자인이 소비자에게 불편하게 돼 있더라”며 “그 뒤부터 삼성 가전제품은 안 쓰고 LG 제품만 쓴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는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세탁기에 대해 세이프가드(긴급 수입제한 조치) 발동을 위한 절차를 밟고 있던 때였다. 어려움을 호소하러 간 자리에서 삼성 측은 물론 LG 측도 백 장관의 발언에 당혹스러워했다는 후문이다. ITC는 지난 5일 “삼성전자와 LG전자가 판매하는 세탁기가 미 전자제품산업에 피해를 입혔다”고 판정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당시 상황과 관련해 “아이스브레이킹(서먹한 분위기를 깨는 것)을 위한 발언이지 심각하게 한 말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백 장관의 ‘돌출 발언’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달 18일 디스플레이업계 간담회에서는 산업부에 중국 공장 증설을 승인해달라고 한 LG디스플레이에 “중국에 투자하는 것보다 국내 투자를 확대하는 것이 어떻겠느냐”는 취지의 말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백 장관의 발언 이후 LG디스플레이 주가는 10% 가까이 하락했다.

백 장관은 지난달 4일 자동차업계 간담회에선 금호타이어 매각과 관련해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컨소시엄을 구성하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금호타이어 매각을 위해서는 산업부 장관의 승인이 필요하기 때문에 특정인을 지지하는 듯한 백 장관의 발언은 업계에서 논란이 됐다.

백 장관이 업종별 간담회를 할 때마다 돌출 발언을 하자 산업계에서는 “간담회를 안 하는 게 도와주는 것”이란 말까지 나온다. 백 장관이 업계의 어려움을 듣기 위해 간담회를 자처하고서도 구설수에 오르는 걸 피하려면 좀 더 신중한 처신이 필요할 것 같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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