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병진노선 호언 속 자력갱생·과학 강조로 자구책 모색

북한이 작년 5월 이후 17개월 만에 7일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2차 전원회의를 열어 본격화하는 국제사회 대북제재에 대한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조선중앙통신은 8일 '조성된 정세에 대처한 과업'을 토의했다고 밝혔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제재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가 주된 논의 주제인 것으로 분석된다.

김정은은 이번 회의에서 경제-핵무력 건설 병진노선의 정당성을 강조하면서 앞으로도 이 노선을 계속 이어갈 것을 강조했다.

김정은 체제 출범 2년 차인 2013년 3월 31일 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핵무력의 질량적 확대를 명시했던 병진노선을 지속할 것임을 분명히 함으로써 앞으로 핵실험이나 각종 미사일의 발사를 계속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그러나 이날 전원회의에서 북한은 미국 등을 향한 구체적인 군사적 조치를 통해 핵 무력의 질량적 확대를 어떻게 보여줄 것인지는 명시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오히려 이날 전원회의에서 김정은의 보고는 대북제재에 대응한 조치에 많은 분량을 할애했다.

이는 역으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결의를 통한 국제사회의 제재가 조금씩 효력을 발휘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낳고 있다.

북한 매체 보도에 따르면 제재에 대응해 김정은이 이번 회의에서 강조한 것은 '자력갱생'이다.

자력갱생은 북한이 1960년대 중소분쟁으로 중국과 소련의 원조가 삭감되어 5개년 계획(1957∼1961년)에 차질이 생기자, 주민의 노력동원을 목적으로 내건 구호이다.

특히 자력갱생의 주요 수단으로 과학을 강조했다.

김정은은 과학기술을 '사회주의 강국 건설의 기관차'라고 치켜세우기도 했다.

자력갱생의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 5월 평안남도 순천시 순천화학연합기업소에 착공된 탄소하나화학공업 창설을 위한 대상(시설)이다.

탄소하나화학공업은 석탄으로 메탄올과 일산화탄소 등의 화합물을 만들고 이를 바탕으로 유기 및 고분자 화합물을 생산하는 원리다.

국제사회의 제재로 수출길이 막히고 외화획득원이 차단되면서 수입에도 어려움을 겪는 만큼 과학을 통한 신기술 개발로 '무에서 유'를 창조하겠다는 것으로 마땅한 대응책이 없음을 시사한 셈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최근 기자들과 만나 북한 내부 사정과 관련, "최근 채택된 안보리 결의 2375호 이후 유가는 상승세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면서 "8월 중순 이후 급등세를 보였고 휘발유는 연초에 비해 3배로, 큰 폭으로 뛴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지난달 11일 채택된 유엔 안보리 결의 2375호는 섬유수출 차단과 해외 노동자 고용 제한을 통해 각각 연 8억 달러와 2억 달러 등 총 10억 달러의 북한 외화수입 차단 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앞서 8월 5일 채택한 안보리 결의 2371호는 북한에 대한 석탄 및 철광석, 수산물 수출금지로 연간 10억 달러의 자금 차단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게 우리 정부 예상이다.
이런 추산이 맞는다면 두 결의만으로 20억 달러 정도의 북한 외화수입원이 차단되는 셈인데 이는 연간 30억 달러 정도로 추정되는 북한의 전체수출규모의 3분의 2에 해당하는 액수이다.

특히 이들 제재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중국의 동참이 필수적인데 최근 시진핑 정부가 중국 내 북중 합작기업, 합자기업, 외자 기업들은 모두 폐쇄할 것을 지시하는 등 중국도 적극적으로 호응하는 모양새다.

정부 당국자는 "잇단 유엔의 대북제재 결의와 중국의 동참으로 북한의 외화수입이 심하게 줄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과거와 달리 시장이 존재하고 있어 고난의 행군 같은 국면이 생기지는 않겠지만, 달러로 돌아가던 경제에는 어려움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장용훈 기자 jy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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