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박근혜 재판에서 안종범 업무수첩 '정황증거'로 채택

입력 2017-09-29 15:16 수정 2017-09-29 16:23
朴측 '위법수집' 주장은 인정 안돼…법원 "내용의 진실성을 증거 삼은 것 아냐"
김한수 前 행정관 "최순실이 '대통령직 인수위 들어가라' 권유" 증언

안종범(58)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업무 수첩이 박근혜(65) 전 대통령의 재판에서 증거로 채택됐다.

법원은 수첩에 적힌 내용이 진실인지와 관계없이 일단 내용 자체를 정황증거로는 삼기로 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김세윤 부장판사)는 29일 박 전 대통령의 속행공판을 열고 "수첩에 증거능력이 있다고 인정된다.증거로 채택하겠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수사 당국이) 압수수색 절차를 위반했다고 볼 수 없다"며 "검찰이 '(수첩을) 돌려주겠다'고 말했었다는 이유만으로 압수 절차가 위법하다고 볼 수 없다"고 결정 이유를 설명했다.

문건 등이 재판에 증거자료로 사용되려면 원작성자가 임의로 만들거나 위·변조한 게 있는지 '진정성립' 여부를 판단하고 이어 증거로 사용할 수 있는 '증거능력'이 있는지를 살피게 된다.

일단 이 단계를 넘으면 증거로 채택한다.

다만 증거 채택 이후 그 증거가 혐의를 증명할 수 있는 '증명력'이 있는지는 또 다른 문제여서 재판부가 이를 검증하는 절차를 밟게 된다.

그간 박 전 대통령 측은 소유자인 안 전 수석이 아닌 안 전 수석의 김건훈 보좌관이 수첩을 제출했기 때문에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라고 주장해왔지만 인정되지 않았다.

재판부는 "김건훈 보좌관을 '수첩 소지자'로 보기에 충분하다"고 지적했다.

안 전 수석은 박 전 대통령의 지시 등을 수첩에 기재했다.

구체적으로는 박 전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2차 독대가 있던 2015년 7월 25일 이후 수첩에 '제일기획 스포츠 담당 김재열 사장, 메달리스트, 승마협회' 등 단어가 있다.

안 전 수석은 "대통령이 이 부회장과 개별 면담한 뒤 면담에서 나온 내용을 불러줘 (수첩에) 기재한 것"이라고 박영수 특별검사팀 조사에서 진술한 바 있다.

이 때문에 검찰은 안 전 수석의 수첩을 핵심 증거로 보고 있다.

다만 재판부는 "관련 사건(이 부회장 사건)에서와 마찬가지로 수첩 내용의 진실성이 증거가 되는 것이 아니고, 이 같은 내용이 수첩에 기재돼 있다는 자체만을 증거로 삼아 채택하는 것"이라는 단서를 달았다.

수첩에 기재된 내용이 독대와 관련한 주변 정황 사실을 설명하는 간접 증거는 되더라도, 박 전 대통령이 이 부회장으로부터 뇌물을 받았다는 등 공소사실을 증명할 직접 증거로는 인정할 수 없다는 취지다.
향후 증명력 여부도 별도 판단을 거치게 된다.

한편 김한수 전 청와대 홍보수석실 뉴미디어정책비서관실 행정관은 이날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자신이 2013년 1월 최씨로부터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 일하라"는 제안을 받고 인수위에 들어가게 됐다고 증언했다.

김 전 행정관은 최씨의 조카 이모씨의 고등학교 동창으로, 최씨가 사용한 태블릿PC를 개통한 인물이다.

2012년 박 전 대통령의 대선 캠프에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팀장을 맡았고, 대선 직후에는 인수위에 소속됐다.

그는 최씨로부터 인수위를 제안하는 전화를 받았을 때 최씨가 "태블릿PC를 네가 만들어줬다면서?"라고 언급했다고도 진술했다.

(서울연합뉴스) 황재하 강애란 기자 jae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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