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도 기술시대…은행, IT 외주화는 업의 핵심 버리는 꼴
무한한 확장성 지닌 블록체인, 금융산업 트렌드 바꿀 것
검색·탐색 위주의 디지털 비즈니스, 정보 추천의 시대로
비대면 투자 일임계약 허용해야 핀테크 시장 활성화될 것

한국경제신문사와 한경닷컴이 공동 주최하고 금융위원회, 한국핀테크산업협회가 후원한 ‘제2회 한경 핀테크 대상’ 시상식이 28일 서울 여의도 글래드호텔에서 열렸다. 김기웅 한국경제신문 사장(뒷줄 오른쪽 첫 번째)과 김용범 금융위 부위원장(두 번째), 고광철 한경닷컴 대표(세 번째)가 수상업체 임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강명호 비티웍스 이사(보안·인증부문 최우수상), 김종민 한화생명 상무(보험 서비스부문 최우수상), 김정철 한패스 본부장(대상), 윤종규 KB금융 회장 겸 국민은행장(대상), 김창호 기업은행 부행장(은행 서비스부문 최우수상), 김우섭 피노텍 대표(핀테크플랫폼부문 최우수상), 고성엽 시스메틱 대표(자산관리부문 최우수상), 서일석 모인 대표(해외송금부문 최우수상), 김항주 투게더앱스 대표(P2P대출부문 최우수상).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국내에선 빅데이터 활용에 제약이 너무 심해 금융업에 접목하기가 어렵습니다. 핀테크(금융기술)산업 발전을 위해선 관련 규제를 풀어야 합니다.”(이대기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28일 서울 여의도 글래드호텔에서 열린 ‘한경 핀테크 콘퍼런스(KFC) 2017’에선 핀테크산업 육성을 위한 전문가들의 제언이 쏟아졌다. 한국경제신문사와 한경닷컴이 주최하고 금융위원회, 한국핀테크산업협회가 후원한 이날 콘퍼런스는 ‘디지털 혁신하의 금융혁명’을 주제로 국내외 금융회사와 핀테크 기업 관계자 등 3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기술이 금융을 바꾼다”

이날 콘퍼런스에서는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인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블록체인 기술 발달에 따른 금융산업의 변화를 다뤘다.

첫 번째 세션인 ‘AI, 빅데이터를 통한 금융업의 재설계’에서는 AI를 활용한 ‘로보어드바이저’ 자산관리에 관한 정부 규제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성복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비(非)대면 투자 일임계약을 금지하는 규제를 풀어야 로보어드바이저 시장이 활성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다만 로봇들이 비슷한 예측을 내놓으면서 나타날 자산 쏠림현상, 고객과 금융회사 이익 상충 등의 문제를 막기 위해 최소한의 규제는 둬야 한다”고 말했다.

김성환 데일리인텔리전스 인공지능본부장은 “은행에서 상담챗봇, 음성인식뱅킹, 신용평가, 이상거래탐지 등 다양한 분야에 AI가 활용되고 있다”며 “(음성상담 등) 일부 기술은 아직 개발이 덜 돼 있고 서비스도 미흡하지만 1~2년 안에 편하게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기술이 발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블록체인의 무한한 가능성에도 주목했다. 이대기 연구위원은 “금융거래 장부를 수많은 곳에 분산 저장하는 블록체인을 활용하면 각종 금융사기나 비리가 줄어들 것”이라며 “거래비용을 절감할 수 있고 오류의 가능성도 줄어든다”고 말했다. 차명훈 코인원 대표는 “해외송금에 블록체인 기반의 가상화폐를 사용하면 수수료를 절감하는 등 응용분야가 다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블록체인을 이용한 금융회사 간 네트워크가 조만간 상용화될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금융회사 블록체인 컨소시엄인 R3 APAC의 하재우 한국총괄 이사(디렉터)는 “금융에 최적화한 블록체인 플랫폼 코다(CORDA)를 사용한 시제품을 다음달 선보일 계획”이라며 “모든 참여자에게 공개되는 일반 블록체인과 달리 거래 당사자들만 정보를 공유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가상화폐 투자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주홍민 금융위원회 전자금융과장은 “세계적으로 가상화폐 투자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IT 개발자를 혁신의 중심에 둬야”

이날 콘퍼런스에선 두 달여 만에 400여만 명의 가입자를 유치한 ‘카카오뱅크(카뱅) 돌풍’ 비결도 소개됐다. 정규돈 카카오뱅크 최고기술책임자(CTO)는 “기술을 중심에 두고 업무 환경을 혁신한 게 카뱅의 성공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디지털 비즈니스의 흐름은 인터넷을 통한 ‘연결’ 시대에서 검색엔진을 통해 정보를 찾아주는 ‘탐색’의 시대를 지나 축적된 정보를 바탕으로 ‘이용자가 찾지 않아도 추천해주는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며 “카뱅의 성공은 이런 흐름을 가장 잘 따라갔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정 CTO는 카뱅 혁신의 비결로 정보기술(IT) 개발자를 업무의 중심에 둔 점을 꼽았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고객과의 접점을 장악하는 회사가 주도권을 쥐고 이윤을 독점하는데, 이 접점을 만드는 개발자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는 얘기다.

그는 “최고경영자(CEO)부터 시스템 개발자와 가까이 일하며 수시로 피드백을 주는 조직구조를 통해 기존 은행과 차별화된 앱(응용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었다”며 “기존 은행들이 IT 시스템 개발을 외주에 맡기는 건 금융업의 본질을 간과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 CTO가 꼽은 두 번째 혁신 비결은 업무 환경이다. 그는 “직원들이 임원에게도 반대 의견을 말할 수 있도록 CEO 책상을 일반 직원 옆에 뒀다”며 “톱다운 방식으로는 혁신을 이루는 게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정 CTO는 “위계질서를 강조하는 조직에서 혁신을 꾀하는 건 스티브 잡스와 같은 천재적 리더가 있지 않는 한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이현일/정지은 기자 hiune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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