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네이버 FARM]

미국 도시농부들의 잇템으로 뜬 호미, 그 전엔 조선낫도 있었다

입력 2017-09-28 15:45 수정 2017-09-28 15:58

“다재다능한 이 도구로 당신의 정원을 쉽게 꾸미세요. 땅을 파거나 흙을 평평하게 고를때, 잡초를 제거할 때 쓸 수 있습니다. 동양에서 사용하는 이 특이한 도구는 삽이자 모종삽이고 제초기이며 또 수확도구이기도 합니다. 어떤 채소나 꽃을 키우는 가든에도 적합합니다.”

미국의 온라인쇼핑몰 아마존에서 판매하는 한 농기구에 대한 설명이다. 가격은 23.39 달러. 한국 돈으로 약 2만6000원인 이 농기구에는 ‘Korean Ho-Mi(한국 호미)’라는 이름이 붙어있다. 국내에서는 너무나도 흔하고 쉽게 구할 수 있는 농기구인 호미다.

외국인들 사이에서 호미의 인기가 뜨겁다. 미국 온라인몰 아마존에서는 130여개 업체가 호미를 판매하고 있을 정도다. 소개 페이지에는 한국의 전통 농기구라는 설명이 붙어있으며 제품 이름도 한국 이름을 그대로 살린 ‘Ho-Mi’ 또는 ‘hommy’를 쓴다.

소비자들의 반응도 긍정적이다. 판매량이 많은 업체의 호미의 경우 평점 5점 만점에 4.4점을 기록하고 있다. ‘6년 전 호미를 처음 사용한 후 호미가 없으면 정원을 꾸밀 수 없을 정도가 됐다’, ‘정원이 있으면 반드시 사야할 도구’, ‘사용하기 편리하고 내가 필요한 일들에 잘 맞는다’ 등 긍정적인 구매 후기가 잇달아 올라오고 있다.

호미의 인기가 자생적이란 점이 고무적이다. 유튜브 등 해외 영상 사이트에는 약 5년 전부터 호미 사용법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해외의 한 농부가 가드닝 작업을 하면서 호미로 땅을 파고 흙을 고르거나 잡초를 제거하는 모습을 소개하면서 시작됐다.

미국인들이 호미를 좋아하게 된 것은 작은 규모의 정원을 꾸밀 때 호미가 유용하기 때문이다. 호미를 알기 전 정원을 꾸미는 미국인들은 주로 삽을 사용했다. 땅을 파는 범위가 커서 정원에 손상이 가는 일이 많았다고 한다.
호미가 다양한 작업을 할 수 있다는 점도 인기를 확산시키는 요인 중 하나다. 피츠버그포스트 가제트에 소개된 다섯명의 조경 전문가 중 하나인 앤 탈라렉은 “호미가 있으면 다양한 작업을 할 때마다 도구를 바꿀 필요가 없다”고 했다.

◆1000년이 넘은 전통의 농기구

미국인들이 신기해 하며 이제야 쓰기 시작한 호미지만 한국에선 시골 가정집마다 몇 개씩 있는 흔한 도구였다. 서울 구의동 유적 등 고구려문화권을 포함한 삼국 전역의 유적지에서 출토될 정도로 역사도 깊다. 호미는 통일신라기에 접어들면서 오늘날과 같이 날이 좁고 날카로운 모양으로 변했다고 한다.

호미는 한국 고유의 연장이었다. 서유구가 쓴 임원경제지에서도 호미를 두고 ‘동서’(동쪽 나라의 호미)라고 불렀을 정도다. 주로 논이나 밭을 매는 데 쓰였으며 모양과 용도에 따라 보습형, 낫형, 세모형으로 나뉜다. 보습형 호미 하나로 성인 남성 한 명이 하루에 300평의 논을 맬 수 있다고 한다.

소설가 박완서 씨도 산문 ‘호미 예찬’을 통해 호미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의 글 몇 줄을 옮긴다. ‘내가 애용하는 농기구는 호미다. 어떤 철물점에 들어갔다가 호미를 발견하고 반가워서 손에 쥐어보니 마치 안겨오듯이 내 손아귀에 딱 들어맞았다.(.....) 호미질을 할 때마다 어떻게 이렇게 잘 만들었을까 새롭게 감탄하곤 한다. 호미질은 김을 맬 때 기능적일 뿐 아니라 손으로 만지는 것처럼 흙을 느끼게 해준다.(.....) 원예가 발달한 나라에서 건너온 온갖 편리한 원예기구 중에 호미 비슷한 것도 본 적이 없는 걸 보면 호미는 순전히 우리의 발명품인 것 같다. 또한 고려 때 가사인 '사모곡'에까지 나오는 걸 보면 그 역사 또한 유구하다 하겠다.(.....)’<박완서, 호미 예찬 중에서>
◆또 다른 고유의 농기구, 조선낫
호미와 함께 대표적인 한국 고유의 농기구로 꼽히는 것이 낫이다. 조선낫이라고 불리는 전통 낫, 그중에서도 날이 굵어 다양한 작업을 할 수 있는 나무낫의 우수성도 오래전부터 조명받아왔다. 나무낫은 이름처럼 나무도 잘라버리는 두껍고 강한 낫이다. 나무낫 하나만 있으면 풀을 쉽게 베고, 도끼 없이도 나무까지 해올 수 있다고 한다.

1995년 국립 중앙과학관이 펴낸 ‘전통과학기술 조사연구’에는 대장간에서 전통 방식으로 생산한 조선낫이 공장식으로 생산하는 왜낫에 비해 우수한 이유를 설명했다. 조선낫은 대장간에서 8번 이상 담금질을 해서 만든다. 순간적으로 찬물에 담갔다가 다시 두드리는 과정을 반복한다. 과학관 측은 고강도 베어링이나 자동차용 강판에 응용되고 있는 ‘베이트나이트’라는 조직이 조선낫 등 전통 농기구에서 발견된다고 설명했다.

일제 강점기 때 조선의 농업 수준을 높이기 위해 조선총독부에 파견된 일본 농학자들이 조선낫과 호미를 보고 반해서 일본에 조선낫과 호미를 보급했다는 이야기도 전설처럼 전해내려온다.
하지만 낫은 호미만큼 외국인들에게 특이한 농기구는 아니다. 낫과 같은 형태의 농기구는 전세계 다양한 지역에서 사용돼왔다. 낫을 이르는 영어단어 씨클(sickle) 등이 이미 존재한다.

FARM 강진규 기자
전문 ☞ blog.naver.com/nong-up/22110047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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