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확대→경제 성장→복지재원 마련… '일하는 일본' 만든다

입력 2017-09-25 18:53 수정 2017-09-26 03:08

지면 지면정보

2017-09-26A8면

한국경제 창간 53

일본 경제 달리는데 한국은…
(2) 미래에 투자하는 일본

정책 초점은 '미래'로
은퇴 후 연금만으로 생활? 저성장 속 '낡은 모델' 판명
아베 "일단 투자부터 해라"

R&D 투자 늘려 혁신
연구개발비 세액공제 확대
'4차 산업혁명' 투자 늘려

규제 풀자 기업도 호응…2017년 R&D투자 사상 최대
지난 5월 일본의 각종 소셜미디어는 일본 경제산업성 젊은 관료들의 ‘파격적 제안’으로 들썩였다. 20~30대 관료 30명이 6개월 이상 대학교수 등 전문가 의견을 수렴해 논의를 거듭한 끝에 ‘불안한 개인, 엉거주춤한 국가, 모델 없는 시대’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작성해 온라인에 공개한 것이다. 행정자료로는 이례적으로 120만 회 넘게 다운로드됐다.

“젊은 세대가 고령자를 지원하는 현재의 사회보장제도를 ‘일할 수 있는 고령자’가 젊은 세대를 지원하는 체계로 바꿔야 한다”는 게 보고서의 요지였다. 현역세대를 위한 정부 지출이 고령자 대상 지출의 5분의 1을 밑도는 상황을 겨냥했다. 정부 정책의 초점을 ‘과거’가 아니라 ‘미래’로 향해야 한다고 젊은 엘리트 공무원들이 직격탄을 날린 것이다.

‘쇼와시대 복지모델’ 작동 안 해

고령화 국가인 일본은 그동안 ‘쇼와(昭和)시대(1926~1989년) 복지모델’을 시행해왔다. 샐러리맨과 전업주부로 구성된 가구가 정년은퇴 후 연금으로 살 수 있게 한다는 게 기본 개념이었다. 하지만 저성장이 지속되고 복지비 부담이 급증하면서 방향을 수정했다. 경제가 성장해야 복지 재원도 마련된다고 판단했다.

2012년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부가 출범하면서 이 같은 정책기조 변화가 두드러졌다. 투자를 앞세운 성장전략이다. 이를 위해 아베 총리는 2014년 국가공무원제도개혁 관련법을 제정해 내각인사국을 창설했다. 총리가 중앙부처 심의관급 이상 간부 약 600명의 인사권을 장악한 것이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대장성(현 재무성)을 정점으로 독자적으로 움직이던 일본 엘리트 관료조직이 아베 총리의 직접 통제 아래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베 총리는 경제산업성을 주축으로 삼아 투자정책을 폈다. 1970년대 말 아버지 아베 신타로가 통상산업부(현 경제산업성) 장관을 지낸 인연이 있는 경제산업성이다. 경제산업성이 보수적이고 재정 안정을 중시하는 재무성에 비해 혁신적인 투자정책을 주도하는 데 적합하다고 아베 총리는 봤다.

금융·재정·성장 ‘세 개의 화살’로 구성된 그의 경제정책(아베노믹스)도 경제산업성이 중심이 돼 시행되고 있다. 신중한 것으로 정평이 나 있던 과거 일본 정책과 다른 결정이 내려진 이후 “일단 투자부터 하라”는 분위기가 일본 사회에 빠르게 퍼졌다.

아베 총리는 25일 향후 총선 일정 등을 밝힌 기자회견에서 “(투자 확대 등으로) 1인당 생산성을 높여 경제 성장을 이끄는 ‘생산성 혁명’을 아베노믹스의 최종 목표로 삼을 것”이라며 “이를 달성하기 위해 모든 정책 수단을 동원하겠다”고 강조했다.

4차 산업혁명 R&D 투자 확대

일본 정부의 투자우선 정책은 연구개발(R&D)비 확대, 혁신을 통한 생산성 향상, 인수합병(M&A) 등을 통한 직접투자 확대 등을 축으로 삼고 있다. 핵심은 미래 먹거리를 창출할 R&D 투자 확대다.
특히 각종 R&D비에 세액공제폭을 늘렸고 사물인터넷(IoT), 재생의료 등 ‘4차 산업혁명’ 관련 분야에 예산을 집중 투입했다. 외국 기업과 대학 등이 일본 내 연구개발 거점을 설립하거나 실증실험을 할 경우 각종 경비도 보조해줬다. 올해 일본의 R&D 관련 예산은 전년 대비 0.9% 늘어난 1조3000억엔(약 13조원)에 이른다.

그러면서 아베 정부는 규제 개혁으로 기업들의 투자를 유도했다. 대표적인 것이 전략특구 제도다. 일본 전역에 신성장동력 육성을 위해 기존 규제가 적용되지 않는 지역을 조성해 기업의 농업 참여 허용, 원격진료 허용, 카지노 도입 등 기존 정권에서는 엄두도 낼 수 없던 정책들을 현실화했다.

정부가 발 벗고 나서자 기업들이 호응했다. 지난달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전년과 실적 비교가 가능한 268개 주요 일본 기업의 올해 R&D 투자 규모를 조사한 결과, 40%가 총 12조444억엔을 투입할 것이라고 응답했다. 이는 지난해에 비해 5.7% 늘어난 금액으로 역대 최대 수준이다.

마쓰모토 히로시 이화학연구소(RIKEN) 이사장은 “정부의 투자정책에 힘입어 미래 먹거리를 발굴하는 각종 연구가 활발해졌다”고 말했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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