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탄이어 섬유제품 수입 금지…금융제재 정황도 포착

중국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에 따라 23일 대북 석유제품 수출 제한 등을 발표하면서 대북 압박이 본격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번 이행방안은 중국이 안보리 결의 2375호가 채택된 지 11일 만에 비교적 신속하게 발표된데다 중국의 대북 제재 강도 강화를 엿볼 수 있는 정황들이 최근 속속 드러나고 있어서다.

중국의 신속한 조치에는 미국 등 국제사회의 움직임이 반영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21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과 무역거래를 하는 외국은행과 기업, 개인을 겨냥한 행정명령까지 발표한 것이 대표적이다.

대북 제재에 미온적인 중국 등을 움직이기 위해 중국 금융기관을 겨냥한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사실상 세컨더리 보이콧(제3자 제재)에 가까운 압박에 중국도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본다.

이번 조치는 유엔 안보리 결의에 따른 것이기는 하지만, 중국이 북한에 대해 가한 첫 번째 유류 제한 조치라는 점에서도 중요한 의미가 있다.

중국이 대북 석유제품 수출을 제한하면서 가뜩이나 정유시설이 노후한 북한 입장에서는 원유 정제 능력에 부담이 가중될 가능성이 크다.

북한은 평안북도와 함경북도 나진·선봉 구역에 각각 봉화화학공장과 승리화학연합기업소를 운영하고 있지만, 두 시설 모두 노후화해 안보리 결의로 감소한 석유제품 수입량을 감당하기에는 무리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에는 그간의 제재와는 차원이 다른 압박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석유제품 수출 제한 외에도 중국은 석탄과 함께 북한의 양대 외화벌이 수단인 섬유·의류 제품에 대해 이날 즉시 수입을 전면 금지했다.

섬유제품은 올해 상반기 북한의 대중 수출액 1위를 기록했을 것으로 추정되며, 지난해에도 북한 전체 수출의 25.8%(7억3천만 달러)를 차지할 정도로 북한의 주요 외화벌이 수단이다.

중국이 북한 전체 무역의 90%를 차지하는 것을 고려하면, 이번 조치로 인해 북한은 연간 7억 달러 상당의 외화 수입 감소라는 직격탄을 맞게 된다.

또 노동집약적 성격이 강한 섬유산업 특성상 관련 일자리 감소 등 여파가 이어지면서 북한 민생경제에도 큰 충격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의 대북제재가 본격화한다는 조짐은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대북제재 명단에 오른 북한 개인과 기업의 금융 거래를 제한하는 등 대북 금융제재를 강화하는 움직임을 보이는 데서도 잘 드러난다.

중국당국은 부인하고 있지만, 중국 금융기관들이 북한과의 금융 거래를 전면 동결했다는 보도도 지속해서 나오고 있다.

지난 21일 외신이 인민은행이 중국 내 금융기관에 북한과의 신규 거래를 중단하라고 통지했다고 보도한 데 이어 교도통신도 22일 북·중 무역의 약 70%를 차지하는 랴오닝(遼寧) 성에서 북한 기업과 개인이 소유한 계좌를 전면 동결했다고 보도했다.

관련 보도가 사실이라면 이번 금융제재는 안보리 결의 수준을 뛰어넘는 조치로 그동안 안보리 틀 안에서 대북제재에 나서겠다고 주장해 온 중국과는 상반된다.
중국의 변화된 태도는 시진핑(習近平) 집권 2기 시작을 알리는 중국 공산당 제19차 전국대표대회(19차 당 대회)를 앞두고 미국과 충돌을 최대한 피하고자 하는 중국 지도부의 의도가 반영된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베이징 외교 소식통은 "북한과 관련한 중국의 제재가 실질적인 효과를 거둘지는 미지수지만, 표면적으로는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면서 "최근의 조치들은 세컨더리 보이콧 형식의 제재 카드를 꺼내 든 미국의 압박과 함께 19차 당 대회를 앞두고 대외적인 갈등 요소를 줄이려는 중국당국의 의도를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베이징연합뉴스) 김진방 특파원 chin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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