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나연 "팬들 응원 덕분에 힐링됐어요!"

입력 2017-09-22 19:05 수정 2017-09-22 19:54

“보기 없이 경기한 게 얼마만인지 기억도 안나요.잊지 않고 응원해준 팬들 덕분에 정말 오랜만에 편하게 경기했어요.”

최나연(31·SK텔레콤)이 3년 여만에 다시 찾은 고국 무대에서 펄펄 날았다. 22일 개막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OK저축은행 박세리 인비테이셔널(총상금 7억원)에서다. 그는 이날 경기 양주 레이크우드GC(파72·6628야드)에서 열린 대회 첫날 보기 없이 5언더파 67타를 쳤다. 선두 허윤경(27·SBI저축은행)에 2타 뒤진 공동 5위다.

최나연은 “많은 팬들 앞에서 스윙을 한 게 너무 오랜만이랑 조금 긴장했지만,전반에 의외로 경기가 잘 풀려 편안한 라운드를 했던 것 같다”고 모처럼의 고국 나들이 경기를 자평했다.

최나연은 2004년 아마추어로 당시 프로 대회인 ADT캡스인비테이셔널을 제패하며 프로로 전향해 국내 투어 통산 8승을 기록했고,2008년 LPGA로 무대를 옮긴 뒤에는 통산 9승을 수확했다.하지만 2015년 6월 월마트아칸소챔피언십 이후 2년 넘게 우승 신고를 하지 못한 채 극심한 부진을 겪고 있다. 지난해에는 6번 연속 컷 탈락한 적이 있고,올해는 17개 대회에 출전해 11번 컷 탈락하는 아픔을 겪었다. 2015년 브리티시여자오픈에서 허리 부상(디스크)을 당한 이후 샷이 망가졌다. 최나연이 국내 대회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2014년 KDB대우증권 클래식 이후 3년여 만이다.

다음은 일문 일답.

▶모처럼 국내 대회를 치른 소감은.

어제 이벤트 행사인 챌린지 대회를 치렀다. 100명 팬들에게 둘러싸여 스윙을 했는데,너무 떨렸다. 그래서 심리선생님이랑 거의 2시간30분 정도 얘기했다. 이게 약이 된 것 같다.첫 홀 진긴장감이 생각보다 덜했다. 너무 오랜만이고,잘치고 싶은 마음이 컸던 듯 하다. 하지만 편하게 쳤다.아마도 이런 느낌은 1년 반 만인 듯하다. 캐디랑 정말 많은 얘기했다.

▶보기 없이 경기 한 게 얼마만인가.

기억도 안난다.하하.

▶2년 넘게 우승이 없고 성적이 안좋은데.

기자들 앞에서 이렇게 말할 기회를 잡고 싶었다.내 스스로 솔직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솔직히 말하면 (그런 부진을)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자꾸 마음이 약해지더라. 나는 못하는 선수구나,이렇게 끝나는 거구나,했다. 요즘 들어서야 조금씩 좋아지고 있다. ‘내려놔야 한다’는 게 뭔지 많이 느낀다. 내 성격이 그렇게 하질 못했던 것 같다. 남들이 목표를 10개 세우면 나는 50개를 잡았다. 지금은 당연히 침체기다. 그래프로 보면 다운이 돼 있다. 하지만 이젠 충분히 일어설 수 있을 것 같다. 골퍼 최나연이 아니라,인간 최나연으로 지내고 싶다.

▶그동안 아픔 속에서 깨달은 게 있다면.

성적과 상관없이 응원해주신 분들이 많다는 점이다. 그래서 쓸데 없는 걸 신경쓰지 않고,팬들만 생각하려고 했다. 그게 좋은 결과로 나타나는 것 같다.

▶오늘 경기가 그런 응원에 영향을 받았나.

그렇다.심리선생님과 얘기한 게 3라운드 동안 화를 내지 말자,응원하러 오신 분들에게 밟은 기운 주자는 거였다. 파이팅해주시는 분,힘내라고 응원해주시는 분들과 다 눈인사를 나눴다. 이런 과정에서 성적에 대한 압박을 잊은 것 같다.

▶LPGA는 큰 소리 응원을 안한다.한국은 다르다.기분이 어떤가.

즐거웠던 것 같다. 어제가 제일 부담됐다. 그런데 버디가 나오고 하니까 재밌다는 느낌이 들었다. 원래 티샷에서 문제가 많았는데, 오늘은 드라이버가 쉬웠다. 무조건 뻥뻥치려고 했다.

미국은 사실 외롭다. 팬들도 없고 썰렁하다. 미국 갤러리들은 또 자국 선수 많이 응원하지 않나. 오늘 최나연 불러주는 말 들으며,옛날 생각 많이 났다.‘나도 한 때 그랬지’그랬다.

▶후배들이 오늘 최나연 샷을 보고 많이 배웠을 것 같다(최나연은 김지현, 이정은과 동반라운드를 했다)

페어웨이를 잘 못지켰다. 그래서 애들한테 “내가 너무 정신 없이 쳤지?” 그랬더니 “저도 못쳤어요”

그러더라. (김)지현이가 “그렇게 오랫동안 안되는 상황 견디기 어렵지 않느냐?”고 묻더라.지현이가 내 팬이었다고 했다. 6년전에 내 싸인을 받아갔다고 하면서, 이날도 ”저 언니 팬이에요“라고 하면서 경기 시작했다.

▶내일은 전략은

내일 타수를 잃더라도 오늘같은 전략으로 칠거다. 언더파를 친 날에도 단 한 번도 원하는 샷을 못치면 불만스럽다. 스코어보다 내용이 더 중요하다.

▶오늘 전략은 어떤 거였나

웃자였다. 티샷할 때부터 웃으면서 들어갔다. 하늘을 많이 보려고 했다.지금까지 땅만 보고 다녔다. 상체의 에너지가 밑으로 쏠리는 게 문제였다. 타깃도 안보고 땅만 봤다. 하늘보도 웃는 게 너무 어렵더라. 자신과의 싸움이었다.

▶기술적으로 보면 만족스러웠나

티샷이 LPGA 대회보다 상대적으로 좋아졌다. 퍼터도 좋아졌고,벙커샷도 최근 안됐는데,토핑을 많이 쳐서 그린을 넘기는 게 많았다.자신감이 없었다. 결국 자신감 있게 치는 것이었다.

벙커샷 3번했고 다 세이브했다. 벙커샷 버디에 나도 놀랐다.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운도 좋았고.

▶여러 실험을 했다.이젠 완성됐나

집게그립을 잡고 있다. 처음에 롱퍼팅이 좀 안됐는데, 계속 연습하니까 안정됐다.

▶허리부상이 스윙에 영향을 줬나

그렇다. 허리를 안쓰려다보니 양쪽으로 스윙이 변했다. 디스크 통증이 신경을 건드리는 거여서 날카로운 느낌이다. 임팩트 할 때 공포스러웠다. 이게 무서웠느데,나중에는 통증이 없어졌는데도 무서웠다. 어느순간부터 반대 동작을 하기 시작했다. 부상 부위를 보호하고 싶어서 그랬던 것 같다. 이런 와중에도 빨리 성적을 내고 싶어서 계속 대회를 급하게 다녔다. 80대를 계속 치고 오비를 대 여섯 깨씩 냈다. 이때가 작년 가울 겨울 때다. 아시안 스윙 투어 때 그래서 안좋았다.

▶친구인 박인비의 슬럼프를 많이 지켜봤을 텐데

인비는 나랑 달리 낙천적이다. 다른 상황을 신경 안쓰는 스타일이다. 물론 어린 나이에 US여자오픈 우승하고 그랬으니까,이후 슬럼프가 왔을 때 힘들었을 거다. 하지만 나와는 차원이 다르다. 내가 ”나 골프 안된다“고 하니까,인비가 무심하게 이렇게 말하더라.“그냥 쳐!.넌 생각이 너무 많아서 문제야“

그 얘기 듣고,내가 많이 생각났던 게 친구 김송희 프로다. 나도 그 때 그런 말을 했다. 송희가 극심한 슬럼프에 빠져 고민을 토로했을 때다. “타깃만 보고 그냥 쳐라”고 했다. 그런데 송희는 “그게 너무 어렵다”고 했다. 내가 겪으니까,그 때 송희의 마음을 이제 알겠더라. 내가 진짜 진심을 담아서 조언을 한 게 아니었던 것 같다.
▶생각을 바꾸게 해준 격려나 계기가 있나

나는 바늘하나만 들어와도 아파하는 사람이다.죽을 것 같았다.맥 말론,배스 다니엘 선생님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나를 위해 갤러리도 해주시고 연습라운드까지 같이 다녔다. 기술적으로 조언해 준 게 아니었다. 이게 너무 감사했다. 내가 미국 사람도 아닌데, TV중계에서 나를 보고는 자발적으로 도와주시겠다고 오셨다. 그 분들의 말씀이 새록새록하다.

“왜 한국 사람은 29살이 피크타임이라고 생각하느냐? 고.내가 그렇다고 했더니,배스는 30살이 피크였다고 하더라. 맥 말런은 42세에 US오픈에 우승했다고 하더라. 한국 선수들이 꼭 그렇게 오래 남기를 바란다고 했다. 나도 그렇게 하고 싶다.

▶US오픈 42세에 우승하는 게 목표인가

이렇게 슬럼프도 겪고, 좀더 단단해져서 오래 골프하고 싶다. 최나연은 죽지 않는다. 저의 노력은 끝이 아니다.

양주=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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