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계 '불법파견' 논란 확산
고용부, 만도헬라에 '하청업체 직원 직고용' 명령

산업계 "낡은 잣대로 규제
아웃소싱 하지말란 얘기…이럴 바엔 공장 해외이전"

모비스·현대위아 등도 당혹
사내하청 활용 많은 철강·조선 등 직고용 압박

"불법 논란 줄이려면 제조업 파견 허용해야"

만도헬라일렉트로닉스 하도급업체 소속 근로자들이 인천 송도 공장 앞에 천막을 설치하고 농성을 벌이고 있다. 이들은 원청의 직접 고용, 근무시간 단축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인천=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고용노동부가 만도헬라일렉트로닉스에 생산을 담당하는 하도급업체 직원을 전원 직접 고용해야 한다고 명령하면서 생산 공정을 아웃소싱(외부위탁)하고 있는 다른 업체에도 비상이 걸렸다. 제조업에서 사내하도급을 활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정책적 결정으로 산업계는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만도헬라는 2008년 설립 이후 10년 가까이 이 같은 고용 형태를 유지해왔다. 고용부가 그동안 문제로 삼지 않다가 갑자기 ‘불법 파견’ 판단을 내린 것은 현 정부의 ‘비정규직 정규직화’ 기조에 맞춘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갑작스러운 ‘불법 파견’ 딱지

한라그룹 계열 자동차센서업체 만도헬라는 한라홀딩스가 50%, 독일 헬라가 50%씩 합작해 2008년 설립했다. 설립 당시부터 연구개발(R&D)과 관리 부문 직원 300여 명은 본사가 고용했고, 생산은 하도급업체에 맡겨 왔다.

이 같은 생산 방식은 다른 기업들도 많이 활용하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국내 12개 공장 중 화성, 아산, 서산 공장을 사내하도급 직원들로 운영 중이다. 현대위아는 아산, 평택 등 공장의 생산을 아웃소싱하고 있다. 현대위아 관계자는 “해당 공장은 단순작업 비율이 높은 곳으로 하도급을 활용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설명했다. 해당 기업들은 고용부가 만도헬라에 ‘불법 파견’ 판정을 내리자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길게는 20여 년간 문제없이 돌리던 공장이 하루아침에 불법 파견 멍에를 쓰게 됐기 때문이다. 이럴 바엔 공장을 해외로 옮기는 게 나을 거라는 얘기도 나온다.

더구나 이번 고용부의 판단은 생산부문 정규직이 없었던 공장에 정규직 직군을 신설하라는 새로운 방식의 규제라는 점에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기존 불법 파견 논란은 정규직과 사내하도급 근로자가 혼재한 작업장에서 주로 발생했다. ‘같은 장소에서 비슷한 일을 하면 원청의 작업 지시가 있었을 것’이라고 추정하는 게 불법 파견을 판단하는 주된 논리였다. 업계 관계자는 “고용부의 방침은 생산공정 외주화를 전면 금지하고 직접 고용하라는 것으로 해석된다”며 “조선이나 철강 등 사내하도급을 많이 활용하는 업종에도 직고용 압박이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시대착오적 파견법 바꿔야”

‘불법 파견’ 논란이 반복되는 이유는 현행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 체계에 근본적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1998년 제정된 파견법은 경비, 청소 등 32개 업종에만 파견을 허용한다. 제조업 등 다른 산업에서 파견근로를 쓰면 그 근로자를 정규직으로 채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기업은 경기변동 대응 수단으로 사내하도급을 주로 활용하고 있다. 고용부에 따르면 300명 이상 제조업체의 40%가 사내하도급을 활용한다. 파견과 사내하도급의 차이는 원청이 파견업체(하도급업체) 직원의 근로감독을 하느냐 여부다.

소모적인 불법 파견 논란을 줄이고 노동시장 유연성을 높이려면 제조업 파견을 허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독일은 2003년 건설업을 제외한 전 업종 파견을 허용했다. 이어 일본은 2004년 제조업 파견을 허용했다. 두 나라 모두 성장률이 떨어지고 실업률이 치솟는 상황에서 정규직만으로는 산업 경쟁력 제고와 고용 창출에 한계를 맞으면서 파견 범위를 확대했다.

한국 정부도 제조업 파견 허용을 추진해왔으나 정치권과 노동계의 반발에 밀려 번번이 실패했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글로벌 기업들이 생산을 외주화해 효율성을 높이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도 정책을 유연하게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강현우/심은지 기자 h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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