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잊어가는 치매… 어제 나눈 대화 기억 못하고, 했던 말 또 하면 의심

입력 2017-09-22 16:57 수정 2017-09-23 01:49

지면 지면정보

2017-09-23A21면

이지현 기자의 생생헬스

100세 시대, 치매 극복하기

9월21일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정한 ‘세계 알츠하이머의 날’이다. 정부가 정한 ‘치매 극복의 날’이기도 하다. 치매 관리의 중요성을 널리 알리고 함께 극복하자는 의미로 기념일이 지정됐다. 국내 65세 이상 고령 인구 중 치매 환자는 72만여 명이다. 노인 10명 중 1명이 치매를 앓고 있다는 의미다. 2025년에는 100만 명, 2050년에는 250만 명으로 치매 환자가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각종 치료비 부담도 늘 것으로 예상된다. 치매 환자 1인당 관리 비용은 2015년 기준 2000만원 정도다. 전체 환자로 환산하면 국내총생산(GDP)의 0.9%인 13조2000억원이 치매 환자 관리에 쓰이고 있다. 치매를 예방하고 조기에 발견해 악화되지 않도록 관리해야 개인과 가족의 고통 및 피해는 물론 사회·경제적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치매 증상과 예방법, 치료법 등에 대해 알아봤다.

◆최근 기억부터 사라지는 알츠하이머

치매는 알츠하이머 치매, 혈관성 치매 등으로 나뉜다. 알츠하이머 치매는 고령, 머리 외상 등이 위험 인자로 지목된다. 단백질의 일종인 병적 아밀로이드가 뇌에 축적돼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알츠하이머 치매는 전체 치매의 65% 이상을 차지한다. 퇴행성 뇌질환으로 환자 대부분이 노인이다. 언어장애, 기억장애, 시공간 인지장애 등 우리가 흔히 치매 증상으로 떠올리는 것은 대부분 알츠하이머 치매 증상이다. 알츠하이머 치매가 시작되면 해마의 신경세포가 손상되면서 최근 기억부터 사라진다. 알츠하이머에 걸린 환자들이 엊그제 일은 잘 기억하지 못하면서 수십 년 전 추억을 떠올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후 장기기억을 저장하는 대뇌피질이 손상된다. 오래된 기억까지 사라진다.

혈관성 치매는 전체 치매의 25% 이상을 차지한다. 뇌혈류 감소, 뇌경색 등 뇌혈관 손상으로 인지장애가 생기는 것을 말한다. 알츠하이머 치매와 달리 뇌혈관 질환이라는 분명한 원인이 있다. 어떤 뇌혈관 질환 때문에 치매가 생겼는지에 따라 구분한다. 뇌경색이 처음 발병했을 때 인지기능에 큰 장애가 생기면 전략뇌경색치매로 부른다. 뇌경색이 여러 번 오면서 인지기능 장애가 단계적으로 발생하는 다발경색치매도 있다. 작은 뇌혈관 문제로 뇌 피질 아랫부분이 손상되면 피질하혈관치매다. 염색체 돌연변이가 원인인 유전형 혈관치매도 있다. 이들 혈관성 치매는 대부분 언어장애, 운동능력 저하, 팔다리 마비 등의 증상을 보인다. 환자가 심한 감정 기복과 우울증 증상도 호소한다.

◆삶 의욕 떨어지는 것도 치매 증상

알츠하이머 치매와 혈관성 치매는 진행 속도도 다르다. 알츠하이머 치매는 서서히 시작돼 점진적으로 진행되지만 혈관성 치매는 증상이 비교적 급격히 시작된다. 혈관성 치매는 계단식으로 악화되거나 진행 속도에 기복을 보이는 환자가 많다. 하지만 뇌혈관 질환을 앓았던 사람도 알츠하이머 치매가 생기기도 하고 알츠하이머 치매와 혈관성 치매가 함께 나타나는 혼합성 혈관성 치매 환자도 많다. 치매 증상을 미리 알고 질환이 의심되면 정확한 진단을 받아야 한다.

치매와 자주 혼동하는 질환이 건망증이다. 기억장애 증상이 비슷하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건망증은 무언가를 잊어버렸을 때 단서를 주면 대부분 기억해낸다. 치매는 단서를 줘도 기억하지 못한다. 이를 통해 구분할 수 있다.

치매 초기에는 이미 했던 이야기나 질문을 자주 반복하는 환자가 많다. 사람이나 사물 이름이 잘 생각나지 않고 글이나 다른 사람의 말을 이해하기 어려워지는 증상도 보인다. 감정 기복이 심해지고 화를 잘 내거나 고집이 세지는 것도 치매 증상이다. 삶의 의욕이 떨어지고 옷차림 등에 신경을 쓰지 않게 되는 환자도 있다. 말이 어눌해지고 여러 가지 일을 한 번에 잘 못하는 증상도 보인다. 치매는 초기에 치료할수록 치료 효과가 좋다. 이들 증상이 있으면 주저하지 말고 의료기관을 찾아 진단받아야 한다.

◆약물 치료 등으로 증상 늦춰

치매 의심 증상으로 의료기관을 찾으면 기억력 검사, 근래 행동 및 성격 변화에 대한 문진, 인지기능 평가를 위한 신경심리검사, 임상 양상 관찰, 기타 신체 질환 존재 확인을 위한 검사 등을 한다. 자기공명영상(MRI)촬영이나 양전자방출단층촬영(PET-CT)검사로 뇌 영상을 찍어 확인해보기도 한다. 뇌 영상 촬영은 혈관성 치매가 의심될 때 뇌혈관 부위 병변을 확인할 수 있다.

알츠하이머 치매와 혈관성 치매 모두 근본적인 완치 방법이 없지만 약물을 통해 인지기능을 개선할 수 있다. 치매 환자로 진단되면 치매 때문에 생긴 증상을 줄이고 진행을 억제하는 치료를 한다. 인지기능과 기억력 저하가 심하지 않은 환자에게는 아세틸콜린 분해 효소 억제제를 활용해 치료한다. 아세틸콜린은 뇌신경세포를 활성화시키는 신경전달물질이다. 치매 환자의 뇌에는 정상인보다 아세틸콜린이 적다. 약을 먹으면 증상을 6개월~2년 정도 늦출 수 있다. 인지기능과 기억력이 심하게 떨어진 환자는 글루탐산이 수용체와 결합해 과도하게 활성화되는 것을 막는 NMDA수용체 길항제로 치료한다.

혈관성 치매 환자는 이와 함께 뇌혈관 질환 재발을 막아야 한다. 혈소판 응집을 억제하는 아스피린, 항응고제인 와파린, 혈류순환개선제 등을 함께 활용해 치료한다. 한호성 유성선병원 뇌졸중센터장은 “혈관성 치매는 치료를 잘 받으면 증상이 호전될 가능성이 크다”며 “치료 과정에서 환자 스스로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치매 예방, 생활습관부터
치매 예방을 위해서는 생활습관이 중요하다. 흡연, 음주, 고지방·고열량 음식 등을 피하고 뇌 혈액순환을 촉진하는 운동을 규칙적으로 해야 한다. 독서나 취미활동 등을 해 뇌를 자극해야 한다. 친목모임 등 사회활동도 치매 예방에 도움이 된다. 노인성 우울증도 조심해야 한다. 노인성 우울증이 치매로 진행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센터장은 “지속적으로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이나 취미활동을 하고 환경이나 생활방식을 갑자기 크게 바꿔 혼란을 주는 것을 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윤창호 분당서울대병원 신경과 교수팀은 수면무호흡증이 알츠하이머 치매 위험을 높인다는 연구 결과도 발표했다. 뇌세포가 활동하면서 조직 안에 아밀로이드가 쌓이는데 잠잘 때 이 같은 아밀로이드가 뇌척수액으로 배출된다. 하지만 수면무호흡증 때문에 수면 질이 떨어지면 아밀로이드가 잘 배출되지 않아 뇌에 쌓이게 된다. 이는 알츠하이머 치매로 이어질 수 있다. 수면무호흡증은 수면 중 기도 막힘 등으로 산소 공급이 중단되는 수면질환이다. 성인의 4~8% 정도가 앓고 있다. 윤 교수는 “알츠하이머 원인인 아밀로이드는 40~50대부터 쌓이기 시작한다”며 “아밀로이드가 쌓이는 것을 막기 위해 미리 수면무호흡증을 치료해야 한다”고 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도움말=한호성 유성선병원 뇌졸중센터장, 윤창호 분당서울대병원 신경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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