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obal CEO & Issue focus]

이스라엘 '관수기업' 란 마이단 네타핌 CEO

입력 2017-09-21 17:09 수정 2017-09-22 10:04

지면 지면정보

2017-09-22B3면

"더 적은 물로 더 많은 작물 키워라"
필요한만큼 물 주는 독자기술 개발
키부츠 농부들의 꿈, 이젠 글로벌로

일러스트=전희성 기자 lenny@hankyung.com

‘더 적은 물을 주고 더 많은 작물을 얻을 수 없을까.’ 국토의 60%가 사막으로 이뤄져 있고, 연간 강수량이 한국의 절반 수준(500~750㎜)에 못 미치는 전형적인 물 부족 국가인 이스라엘 농부들의 고민이다.

1930년 무렵 이스라엘 수자원공사인 메코롯(Mekorot) 기술자였던 심카 블라스도 같은 고민을 하고 있었다. 어느 날 블라스는 이웃집 농부의 마당에서 유독 크게 자란 나무를 발견했다. ‘따로 물을 준 것도 아닌데 왜 저 나무만 잘 자랐을까?’ 궁금증이 생긴 그는 이웃집을 찾아가 나무를 좀 더 살펴봤다.

블라스는 이웃집 지하에 매설된 용수 공급 파이프에서 물이 조금씩 새어나와 작은 웅덩이를 만든 것을 발견했다. 작은 웅덩이 근처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 나무가 유독 빠르게 자란 것이었다.

블라스는 이를 보고 적은 양의 물을 공급해 지표면을 적셔주기만해도 식물의 생장 속도를 높일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물을 원하는 곳에만 소량 떨어뜨리는 ‘점적관수(drip irrigation)’ 기술의 시작이었다.

“농부들이 세운 회사”

블라스는 아이디어를 검증하기 위해 실험을 거듭했고, 1960년대 초반 점적관수 특허를 획득했다. 정부 기관에서 퇴사한 그는 창업을 결심했다. 집단농장인 키부츠 하체림(Hatzerim)의 투자로 1965년 네타핌을 설립했다. 네타핌은 히브리어로 ‘물방울’이란 뜻이다.

네타핌의 독자적인 점적관수 기술은 우연한 발견과 끊임없는 변형 및 검증을 거쳐 발전을 거듭했다. 네타핌이 지난해 110개국에서 벌어들인 매출은 8억5000만달러(약 9600억원)에 달했다. 2014년 네타핌의 최고경영자(CEO)로 발탁된 란 마이단은 “농업은 우리 회사의 뿌리”라며 “네타핌은 농부들이 설립한 회사란 것을 잊지 말고 우리의 고객이기도 한 농부들의 과제가 무엇인지, 그들에게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키부츠에서 탄생한 기술

네타핌에 투자한 키부츠는 단순히 여러 사람들이 모여 농사를 짓는다는 의미의 집단농장이 아니다. 끊임없는 연구개발(R&D)과 실험을 거듭해 새로운 품종을 만들고 토지를 개량하는 첨단 농업 클러스터에 가깝다. 농업뿐 아니라 식품가공·기계부품 제조 등 공업단지를 포함하는 경우도 많다.

네타핌은 작물 뿌리에 필요한 양만큼만 물을 공급하는 점적관수 기술을 활용한 파이프, 펌프, 비료를 섞는 탱크 등 다양한 제품을 생산·판매한다. 지름이 5~20㎜인 호스에 작은 구멍을 뚫어 물방울이 조금씩 나오도록 조절한다. 이 방법을 통해 작물 뿌리에 필요한 양만큼만 물을 공급해 물 이용의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네타핌 관계자는 “전통적 담수 관개의 물 효율은 40~60%, 스프링클러 관개는 70~85% 정도”라며 “점적관수를 통해선 90~95%의 물이 작물에 바로 공급된다”고 말했다. 주로 와인용 포도, 망고, 아보카도, 아몬드, 오렌지 등 고부가가치 작물 재배에 점적관수 기술이 활용되고 있다.

네타핌은 현재 30개의 해외 지사를 두고 17개 공장을 가동하고 있다. 직원 수는 4700여 명에 달한다. 네타핌 직원의 명함엔 ‘GROW MORE WITH LESS(더 적은 물로 더 많은 작물을 키워라)’는 말이 적혀 있다. 적은 물과 좁은 땅에서 더 많은 수확을 얻을 수 있는 효율성에 집중하는 것. 이것이 네타핌의 모토다.

멕시켐에 인수…“글로벌 생산 확대”

네타핌은 지난달 멕시코 플라스틱 호스·파이프 제조사 멕시켐에 지분 80%를 넘겼다고 발표했다. 인수 계약 당시 18억9500만달러(약 2조1400억원)의 기업 가치를 인정받았다. 글로벌 시장 확대를 위한 선택이라고 강조했다. 네타핌 측은 이번 인수로 플라스틱 호스·파이프 생산 확대에 박차를 가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앞서 마이단 CEO는 2014년 취임 당시에도 “네타핌이 수년간 구축해온 글로벌 인프라의 영향력을 확대할 것”이라며 “마이크로 관수(micro-irrigation) 시스템 시장 성장을 가속화하고 독자적인 솔루션 제공을 지속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네타핌은 향후 20년간 이스라엘에서 생산과 R&D 시설 운영을 유지하는 조건을 달았다. 마이단 CEO는 “멕시켐과 손잡고 네타핌의 성장과 번영을 이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며 “네타핌의 이스라엘식 기질도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수는 올해 말 완료될 예정이다.
IoT 접목한 ‘디지털 파밍’ 기술 개발

네타핌은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접목한 ‘디지털 파밍’에 투자하고 있다. 밸브로부터의 거리와 관계없이 파이프 구멍을 통해 일정한 양의 물을 줄 수 있는 압축 보상방식을 활용하고 있다. 물뿐 아니라 비료도 이 같은 방식으로 공급한다. 네타핌은 센서를 통해 작물의 생장에 필요한 물과 비료의 양 외에도 기온, 습도와 같은 기후 조건 등 다양한 데이터를 측정해 자동으로 밸브를 여닫아 물과 비료를 공급하는 IoT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아시아 시장 확대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스테판 티체 아시아태평양 대표는 “점적관수로 쌀을 재배하는 기술도 개발했다”며 “물과 비료를 주는 과정을 자동화해 날씨에 의존하는 농사 기법이나 농사 인력의 고령화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네타핌이 지난해 우크라이나 농업과학아카데미와 공동 연구한 결과에 따르면 다른 관개농법에 비해 점적관수를 이용할 때 60% 낮은 비용으로 쌀농사를 지을 수 있다.

텔아비브=추가영 기자 gych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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