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네이버 FARM]

"이왕이면 다홍치마… 농산물도 디자인 입혀야 잘 팔리죠"

입력 2017-09-22 01:09 수정 2017-09-22 01:09

지면 지면정보

2017-09-22A25면

조현준 디팜 대표

고부가가치 상품 만들기 위해 박스·테이프 등에 디자인 접목
가격만 듣고 전화 끊던 농부들 이젠 입소문 나 단골도 생겨
“농산물 직거래를 제대로 해보고 싶어서 로고 디자인을 하려고 합니다. 비용이 얼마나 들까요?”(농부) “초기 디자인부터 하게 되면 기본 70만원부터 시작하고요.”(디자이너) “뭐가 그리 비싼가요.”(농부) “간단해보여도 최소한 2~3일은 작업해야 하는 거라서 그 정도는….”(디자이너) “뚜뚜뚜….”(전화음)

농부들도 안다. 농산물도 예쁜 게 들어가면 소비자가 좋아할 것이라는 사실을. 소비자와 직거래하는 농부들은 그 필요성을 더 느낀다. 그러나 디자인을 의뢰하는 농부들의 전화는 대부분 위의 대화처럼 진행된 뒤 감정만 상한 채 끝난다고 한다. 디자인을 바라보는 농부와 디자이너의 시각이 다르기 때문이다.

조현준 디팜 대표(32·사진)는 농부와 디자이너의 이 같은 인식 차이에 주목했다. “농부에겐 우수 디자인을 좀 더 쉽게 제공하고 디자이너들에겐 상품 단가가 좀 낮더라도 농업이라는 새 시장이 열리고 있다는 점을 알리는 매개체가 되고 싶습니다.”

동국대 국제통상학과에 다니던 그는 2014년 이런 사업 아이템으로 학교 창업지원센터의 문을 두드렸다. 당시 지도교수에게서 농업 관련 무역 아이템을 만들면 성공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는 말을 들었던 게 계기가 됐다. 한국의 농산물에 디자인이 더해지면 더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고 농민에게도 도움이 된다는 판단을 내렸다. 농부와 디자이너를 연결해준다는 의미의 ‘농부릿지’와 농부를 위한 디자인 마켓플레이스(오픈마켓) ‘디팜’을 열었다.

디팜은 택배 배송용 박스와 각종 문구가 새겨진 테이프, 스티커, 명함, 로고 등을 판다. 디자이너들이 직접 디자인한 명함과 로고 시안을 등록하면 농부가 선택해 구매하는 식이다. 농장 이름과 기본 정보 등을 보내면 제작이 시작된다. 택배 상자와 테이프 등은 디팜이 직접 디자인한 것을 판매한다. 조 대표는 “농부 개개인에게 맞춘 디자인은 아니지만 그래도 농부들은 디자인을 받아본 뒤 대부분 만족해한다”고 말했다.

조 대표는 디팜이 소규모 농가를 위한 플랫폼이라고 설명했다. “디팜의 제품은 일단 만들어진 것을 소량 주문할 수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저렴합니다.”

조 대표가 이런 디팜의 모델을 중심으로 사업하고 있는 것은 창업 초반 겪었던 수많은 실패 때문이다. 조 대표도 원래는 브랜드 디자인을 중심으로 회사를 운영하려고 했다. 전문 디자이너와 농부를 1 대 1로 매칭하는 농부릿지 사업을 중심으로 회사를 운영했다. 쉽지 않았다. “일단 가격을 듣고 바로 전화를 끊는 농부가 많았습니다. 가격 등을 맞추고 어렵게 세부 디자인을 진행하는 와중에도 열에 서넛은 어그러지더라고요.”
가장 큰 문제는 인식과 언어의 차이였다. 예컨대 ‘싱그러운 느낌의 로고’라고 하면 농부들은 대부분 흙과 햇빛, 농부의 땀방울 같은 이미지를 떠올린 데 비해 디자이너들은 이슬, 신선한 샐러드의 느낌을 생각한다는 것이다. 농부는 돈을 냈는데 왜 맞춰주지 않냐며 불만을 제기했고 디자이너는 자신의 포트폴리오에 도움이 되지 않는 디자인은 아예 하고 싶지 않다고 하는 식이 지속됐다.

물론 지금도 디자이너와 1 대 1로 매칭해 전문적인 디자인을 해주는 컨설팅 사업도 한다. 특히 젊은 농부들 사이에선 디자인의 가치를 알아주고 의뢰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최근엔 홍천군 4H 연합의 브랜드 ‘유스 파머’를 직접 디자인했다.

농부릿지와 디팜 서비스를 통해 벌어들이는 매출은 1년에 3억원 수준이다. 매출이 많은 수준은 아니지만 농부들 사이에서는 어느 정도 입소문이 났다. 200여 명의 농부가 제품을 구매했고 그중엔 신제품이 나올 때마다 구매해주는 단골도 생겼다. 그 덕분에 스탬프, 제품 패키지 디자인 상품 등 새로운 아이템도 꾸준히 개발하고 있다. 농부들은 어느 정도 디자인과 친해지기 시작했다.

FARM 강진규 기자/최형욱 인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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