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의 일관된 모순… “800만달러 대북지원은 하되 남북관계 상황은 본다?”

입력 2017-09-21 13:05 수정 2017-09-21 13:06
‘대북 인도적 지원과 정치는 별개’ 주장하면서
”남북관계 상황 등 전반적 여건 종합적 고려”
스스로 자가당착 빠뜨리는 상황 봉착

“북한의 영유아, 임산부 등 취약계층에 대한 인도적 지원은 정치적인 상황과 무관하게 지속한다는 것이 정부의 기본 입장이라며 이는 제재·압박 상황과는 별개다.”(9월 18일 통일부 정례브리핑)

“국제기구 대북지원 사업에 대한 800만달러 공여 방침을 의결했으며, 실제 지원 시기와 규모는 남북관계 상황 등 전반적인 여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서 추진하기로 했다.”(9월 21일 통일부 발표)

통일부가 자가당착에 빠졌다. 국제기구를 통해 북한에 800만달러(약 90억원)를 지원하기로 결정했지만, 이 사안의 시급성을 강조해 온 통일부가 “남북관계 상황 등 여건을 고려하며 실제 지원 시기와 규모를 정한다”고 했기 때문이다. 이로써 ‘대북 인도적 지원은 정치적 상황과 분리해 추진한다’는 기조를 스스로 부정한 셈이다.

정부는 2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조명균 통일부 장관 주재로 남북교류협력추진협의회(교추협)를 열고 유니세프와 WFP(세계식량계획)의 북한 모자보건·영양지원 사업에 남북협력기금에서 800만 달러를 공여하는 방안을 심의·의결했다. 정부가 지원하기로 한 사업은 WFP의 아동·임산부 대상 영양강화 식품제공 사업(450만달러)과 유니세프의 아동·임산부 대상 백신 및 필수의약품, 영양실조 치료제 지원 사업(350만달러)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 첫 대북 지원 조치다.
이번 회의엔 기획재정부, 외교부, 통일부, 법무부, 농림축산식품부, 보건복지부, 국무조정실, 국가정보원 등의 차관급 공무원, 김용현 동국대 교수, 최영애 여성인권을지원하는사람들 대표 등 8개 부처와 2명의 민간위원이 참석했다. 조 장관은 회의 모두발언에서 “북한 정권에 대한 제재와 북한 주민에 대한 인도지원은 분리 대처해 나간다는 것이 국제사회가 공유하고 있는 보편적 원칙이자 가치”라고 말했다.

그러나 구체적 지원 시기와 방법은 이번 회의에서 결정되지 않았다. 통일부 관계자는 “국제기구를 통한 대북지원 사업에 대해 국민의 많은 관심과 우려가 있는 것을 알고 있다”며 “그런 부분을 충분히 고려해서 논의를 했고 그 바탕 위에서 이런 결정이 이뤄졌다”고 말했다. 하지만 ‘남북관계 상황 등 여건을 고려하며 실제 지원 시기와 규모를 정한다’는 문구를 넣은 이유에 대해선 제대로 된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 다만 “통일부의 발표가 기존 방침과 모순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는 모호한 대답만 했다.

통일부는 그동안 “남북간 민간 교류와 인도적 지원은 국제사회의 제재 틀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유연하게 검토하겠다”고 지속적으로 밝혀왔다. 그러나 이번 대북지원 관련 의사결정 과정에서 자체적 원칙과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과 같은 외부 상황 사이에서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이며 “일관적으로 모순된 태도를 보인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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