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논단]

독일·프랑스가 유로존 결함을 보완하려면

입력 2017-09-20 18:18 수정 2017-09-26 18:13

지면 지면정보

2017-09-21A39면

"장기적으로 재정연방제 지향하며
심도 있는 구조개혁 병행해야
유로존 개혁 견해차 좁힐 수 있어"

배리 아이컨그린 < 미국 UC버클리 교수 >
프랑스 대선에서 에마뉘엘 마크롱이 승리했고, 오는 24일 치러지는 독일 총선에서는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이끄는 기독민주당(CDU)이 상당히 우세할 것이란 여론조사 결과가 나와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개혁 가능성이 부상하고 있다. 유로화는 항상 프랑스·독일의 프로젝트였다. 지금은 유로화에 내재된 가장 나쁜 결함을 바로잡을 수 있는 기회다.

그러나 양국 간 견해차도 크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 통화동맹(유로존)이 너무 집중화되지 않아서 문제라고 주장한다. 유로존은 자체 재무장관과 의회를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수천억유로의 예산을 꾸려서 실업률이 높은 나라의 재정지출을 늘리고 투자를 활성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반면 메르켈 총리는 유로존이 너무 집중화돼 있고 회원국이 책임을 너무 지지 않아서 문제라고 본다.

양쪽에서 모두 다 받아들일 만한 방법은 ‘은행동맹’을 완성하는 데서 출발한다. 유럽은 현재 유럽중앙은행(ECB)이라는 단일 감독자를 갖고 있지만 예금보험 체제는 갖추고 있지 않다. 독일이 자국 은행들이 낸 돈으로 다른 나라 예금자를 보호해줘야 할까봐 우려하기 때문이다.

바젤Ⅲ의 요구자본 조건을 엄격하게 도입하고 각국의 국채 보유비율을 제한하는 식으로 은행의 자본건전성을 극대화하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역설적인 점은 독일을 비롯한 유럽 감독당국이 미국과 협상할 때 이 규정을 느슨하게 해 달라고 요구해 왔다는 것이다.

그 다음 수순은 아직 초기 단계의 유럽 구제금융 기구인 유로안정화기구(ESM)를 진짜 유럽통화기금(EMF)으로 개편하는 것이다. 각국 정부가 출자 약정을 체결한다면 이 기구의 대출 능력은 크게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현재 만장일치제 대신 일정 수 이상의 다수결제로 바꿈으로써 의사결정 과정을 간소화하는 것이 가능하다. EMF는 ECB와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를 대신해 각국 정부와 구제금융 프로그램을 협상하는 주체가 될 수 있다. EMF의 이사진을 유럽이사회가 지명하고 유럽의회가 추인하게 한다면 현재 ESM의 적법성 문제도 해결된다.

그러나 독일은 값비싼 개입의 가능성을 제한하는 선에서만 동의할 것이다. EU의 규칙에 따라 각국이 재정을 관리한다는 환상은 이미 깨졌다. 조세와 공공지출은 여전히 각국의 권한으로 남았고 외부 감독은 무용해졌다. 벨기에 브뤼셀의 EU 집행위가 감독권을 다시 가져가는 일은 규율을 세우는 쪽이 아니라 포퓰리스트들의 역풍을 불러올 것이 자명하다.

이런 문제에 대한 대안은 각 회원국에 재정정책 권한을 돌려주는 것이다. 나쁜 결정을 내리는 국가는 부채를 구조조정해야 하는 처지가 될 테고, 유럽의 부채 구조조정 메커니즘을 도입함으로써 최악의 상황은 방지할 수 있다. EMF는 유동성 부족에만 대응하고 아예 지급불능의 상태가 되면 돈을 빌려주지 않기 때문에 무너지지 않을 것이다.

이런 구상이 유로 연방주의자들의 공포를 자극하는 것을 막기 위해, 예를 들어 유로존 회원국의 국내총생산(GDP) 1%를 실업보험기금으로 조성한다면 어떨까. 미국 연방정부가 주정부에 보조하는 것과 비슷한 형태다. 다만 독일 정치인들은 프랑스 실업률이 자국 실업률의 2.5배 수준이며 이 때문에 ‘돈 내는 사람 따로, 받는 사람 따로’가 될 위험을 인지하고 있다. 그러므로 이런 제안은 실업률이 높은 나라에서 노동 및 생산 시장의 유연성을 확대하는 구조개혁을 얼마나 잘 하느냐에 달려 있다.

바로 이것이 마크롱이 메르켈에게 제안한 것이다. ‘재정 연방제의 방향으로 조금씩 전진하는 데 동의한다면 은행동맹과 EMF 창설 등 심도 있는 구조 개혁을 받아들이겠다’는 얘기다. 독일과 프랑스 양쪽 모두 이런 구상이 완벽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완벽하기 위해 좋은 것을 선택하지 못해서는 안 된다. ⓒProject Syndicate
배리 아이컨그린 < 미국 UC버클리 교수 >

정리=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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