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잡이'로 뜨고 있는 감사원

입력 2017-09-20 16:18 수정 2017-09-20 17:13
감사원, 새 정부 개혁 대상으로 지목된 곳은 어김없이 감사
감사원이 금융감독원을 향해 칼을 빼들었다. 지난 3월 13일부터 4월 21일까지 금감원 감사를 실시한 뒤 20일 그 결과를 발표했다.

장모계좌로 735억원어치의 주식 거래를 한 금감원 직원을 적발하는 한편 전체 임직원 중 절반 가량이 3급 이상 간부이며 직원 선발 과정에서 청탁이 난무했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감사 결과로만 보면 금감원은 채용비리에 방만한 예산 운영, 직원들의 도덕적 해이까지 그야말로 ‘비리의 종합선물세트’였다.

늘 금융사 감독만 하던 금감원의 충격은 적지 않았다. 하지만 최흥식 금감원장은 감사원 감사를 기다렸다는 듯 이날 바로 금감원 고강도 내부 개혁을 선언했다. 조직을 재정비하고 채용 투명성을 확보하겠다는 게 주요 내용이었다. 어찌 보면 신임 금감원 수장인 최 원장에게 좋은 개혁 명분과 계기를 감사원이 만들어준 셈이었다.
감사원이 변화의 ‘바람잡이’ 역할을 한 건 처음이 아니다. 문재인 정부 들어 개혁이 필요한 곳이면 어디든 감사원이 출동했다. 바꿔 얘기하면 적폐청산이 시급한 곳에 감사원이 어김없이 등장했다.

국정농단 의혹과 면세점 비리의 중심에 있던 관세청을 감사할 때가 그랬고, 블랙리스트로 시끄러웠던 문화체육관광부 감사도 비슷한 맥락으로 이해됐다. 돈봉투 사건으로 검찰 개혁 목소리가 나올 때는 부처별 특수활동비에 대해 대대적으로 감사에 나섰다. 방산비리 척결이 필요할 때는 한국형 기동 헬기 ‘수리온’ 감사결과를 내놨다. 경찰 물대포를 맞고 숨진 고 백남기 씨 사망진단서 논란과 관련된 서울대병원도 감사를 받았고 4대강 사업도 네번째 감사를 받게 됐다. 공기업 기관장을 교체할 시점이 되니 공기업 채용 및 조직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물론 감사원은 “감사청구가 들어온 사안이라거나 예정된 감사 일정에 따라 감사할 뿐 정치적 배경이 없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감사 착수 시점이나 발표 시점은 늘 오해를 받고 있다. 감사원 자체적으로 시기상 시급하다고 판단되는 사안이면 인원을 추가로 투입해 감사 강도와 시기를 조절한다고 한다. 이런 오해를 받더라도 감사원의 광폭 행보는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지배적인 전망이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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