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란판 두른 삼성전자 광주공장

입력 2017-09-17 19:17 수정 2017-09-17 23:51

지면 지면정보

2017-09-18A15면

아하! 그렇군요
세탁기와 냉장고, 에어컨 등을 생산하는 삼성전자 광주사업장에 올 들어 이색적인 모습이 연출되고 있다. 대형 공조기와 냉장고 판금라인에 있는 커다란 기계나 건조기가 모두 계란판을 두르고 있는 것. 냉장고에 들어가는 금속 합판을 자르고 굽히는 판금기계부터 공중에 매달린 공조장치까지 모두 계란판으로 감쌌다. 최신 가전제품이 만들어지는 생산 현장에 등장한 계란판에 사업장을 방문한 이들은 모두 멈춰 서서 ‘정체’를 묻는다.
계란판은 적은 비용으로 생산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삼성전자 생산직 직원들이 머리를 맞댄 결실이다. 삼성전자가 제조하는 것 중 덩치가 가장 큰 가전제품을 생산하는 광주사업장은 그만큼 갖가지 소음이 여기저기서 들리는 곳이다. 그렇다고 공장에 비싼 방음시설을 설치할 수도 없어 고민하던 직원들은 계란판에 흡음 기능이 있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음파가 굴곡이 심한 물체에 부딪히면 그 표면 안에서 이리저리 반사되며 소리 크기가 줄어드는 흡음 현상이 나타난다. 올록볼록한 계란판은 여기에 알맞은 형태를 갖추고 있다.

회사측은 직원들의 아이디어를 받아들여 인근 대형마트에서 계란판을 대량 구입했다. 양계장을 하는 지인에게 얻어온 직원들도 있었다. 이들은 계란판을 3개씩 겹친 뒤 평소 소음이 심한 생산시설 외부에 흡음벽을 쌓았다. 계란판을 깨끗이 씻고 밖으로 통하는 바람길도 확보해 기기의 생산성에는 문제가 없도록 신경 썼다.

이 결과 판금 장비 등의 소음이 예전에 비해 대폭 줄었다. 별도의 비용 지출 없이 직원들의 아이디어와 협업만으로 이룬 성과다. 생산환경이 개선되면서 집중력이 높아지고 생산성도 덩달아 오르는 효과도 있었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가정에서 쓰고 버리는 계란판으로 생산 현장의 소음을 개선할 수 있어 중소기업과 대기업을 가리지 않고 손쉽게 따라할 만하다”고 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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