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대북지원 시기 늦춰달라"… 문 대통령 "제반 사항 고려해 판단"

입력 2017-09-15 22:15 수정 2017-09-16 01:05

지면 지면정보

2017-09-16A4면

북한 도발에도 대북 지원 논란

한·일 정상, 34분간 통화
미국도 문재인 정부에 냉소적 반응

< 문 대통령, NSC 전체회의 소집 >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청와대에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체회의를 소집해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한 대응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왼쪽부터 송영무 국방부 장관, 강경화 외교부 장관, 이낙연 국무총리, 문 대통령. 청와대 제공

청와대가 15일 북한의 미사일 도발에도 불구하고 “인도적 차원의 대북 지원 원칙에 변함없다”고 거듭 밝히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국내외에서 “지금이 과연 적기냐” “대북정책이 오락가락하고 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오전 북한의 도발 직후 기자들과 만나 정부가 전날 유니세프 등 국제기구를 통한 800만달러 대북 지원 사업을 추진한다는 계획에 대해 “문재인 정부의 대북 기조는 변함없다”며 “미사일 발사나 핵 도발에 대한 단호한 제재와 대응 기조를 유지하지만 이와 별개로 인도적 지원 부분은 진행할 수 있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날 오후 5시37분부터 6시11분까지 34분간 이뤄진 한·일 정상 간 전화통화에서도 우리 정부의 대북 지원 문제를 놓고 이견이 노출됐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전화통화에서 문 대통령에게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 시기를 고려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북한이 이날 탄도미사일을 발사했음에도 우리 정부가 800만달러 규모의 대북 지원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데 불만을 나타냈다는 분석이다. 청와대가 ‘요청’이라는 표현을 썼지만 사실상 문제 제기를 한 것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문 대통령은 “이 문제는 유엔식량계획과 유엔아동기금이 북한의 영유아와 임산부에 대한 사업 지원을 요청해 와 검토하게 된 것”이라며 “원칙적으로 영유아와 임산부를 지원하는 것은 정치적 상황과 무관하게 다뤄야 할 사안으로 보고 있다”고 답했다. 이어 “현재의 남북관계와 북한이 핵·미사일 도발을 계속하고 있는 제반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시기 등 관련 사항을 판단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또 “북한의 도발에 대해 확고하게 대응해 나갈 필요성에 완전하게 공감한다”며 “다만 북한의 위협에 과도하게 대응함으로써 긴장이 격화돼 자칫 우발적 충돌로 이어지지 않도록 한·일 양국이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해 나가도록 협력하자”고 말했다.

미국에서도 우리 정부의 대북 인도적 지원에 대해 냉소적인 반응이 나왔다. 그레이스 최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담당 대변인은 14일(현지시간) 미국의소리(VOA) 방송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한국 정부의 대북 지원 계획에 대한 국무부의 입장과 사전 통보 여부를 묻는 말에 “한국 정부에 문의하라”고 냉담하게 답했다.

정부는 전날 북한의 도발 징후를 포착했음에도 유니세프 등 국제기구를 통해 800만달러 대북 지원 사업을 추진할 계획을 발표했다. 정부의 대북 지원 계획 발표가 북한의 도발을 자제시키려는 의도였지만 실패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인도적 지원을 한다는 원칙은 기본 입장”이라며 “북한의 도발을 누그러뜨리려 한다고 북한이 당장 개선된 행동을 취할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고 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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