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이슈 찬반토론]

정부가 장기 소액 연체자의 빚을 탕감해 준다는데…

입력 2017-09-18 09:01 수정 2017-09-18 09:01

지면 지면정보

2017-09-18S7면

정부가 빚 탕감에 나섰다. 소액(1000만원), 장기(10년 이상) 연체자가 주 대상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선거 공약에 따른 것으로, 1차 대상자는 40만3000명가량 된다. ‘어려운 형편에서도 성실하게 빚을 갚아온 사람들은 뭐가 되느냐’는 형평성 논란이 뒤따르고 있다. 결국 조금씩이라도 빚을 갚아온 경우도 비슷한 조건이면 빚을 탕감해준다는 보완 대책까지 논의 중이다. 이렇게 되면 15만여 명이 추가로 빚 탕감을 받게 된다. 문제는 장기 연체자 빚을 정부 돈으로 갚아주는 것이 정당하며 효과가 있느냐는 것이다. 성실하게 대출금을 갚은 사람만 바보가 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도덕적 해이’에 대한 경고다. 정부가 나선 빚 탕감은 필요한가.

○찬성

“기업도 어려울 땐 탕감받아 약자 지원은 국가경제에 도움”


소액 장기 연체자는 우리 사회의 경제적 약자들이다. 안 갚는 게 아니라 사실상 갚을 능력이 없는 사람이다. 이들이 빚 독촉(채권 추심)의 공포에서 벗어나게 해주고 새 출발하도록 도와주는 것은 국가 경제에 도움이 된다. 이미 드러난 국민행복기금 미상환자(40만3000명+15만 명) 외에 금융 공공기관과 민간 금융회사의 미상환자에게도 같은 혜택을 주도록 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빚 탕감자는 총 214만3000명, 채권은 25조7000억원가량이 된다.

기업도 부도 지경으로 어려워지면 빚을 탕감받지 않나. 개별 기업에 조 단위 빚 탕감도 낯선 일이 아니다. 개인이라고 탕감받지 못할 이유가 없다. 장기 연체자의 채무 탕감으로 새 출발이 가능토록 해주는 것은 문명사회에서 약자를 도와주는 일이기도 하다. 빚 때문에 극단적 선택까지 하는 경제적 약자를 방치할 수는 없다.

일괄적 빚 탕감이 채무자의 도덕적 해이를 유발한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 하지만 채무 능력이 있으면서도 갚지 않고 버티는 사람들은 행정 당국이 적극 가려내면 된다. 일반적으로 갚아야 할 시기를 넘겨버렸다는 것(소멸시효의 완성)은 갚을 능력이 없는 상황을 의미한다고 봐야 한다. 계속 채무자로 남겨두고 채권 추심의 고통을 줘봤자 사회적 실익이 없다. 미상환자 다수는 자신의 처지를 부끄러워하고 미상환이 정당치 못한 것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을 것이다. 많은 경우 채무 원금 때문이 아니라 고리로 불어난 이자를 감당하지 못한 미상환자라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채권자가 잘 빌려줘야 할 의무가 있는 만큼 채권자도 손실을 분담해야 한다.

○반대

“사회 전반 도덕적 해이 우려의도 좋다고 좋은 결과 담보 못 해”


취지는 좋으나 부작용이 심각하다. 탕감 대상자에 포함되지 않는 채무자의 입장이 돼 보라. 제대로 안 먹고, 안 입으며 빚을 갚은 사람들의 불만이 늘어나면 ‘빚은 갚지 않고 버티면 되는 것’이라는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 이렇게 되면 금융의 현대화에도 심각한 걸림돌이 될 것이다. 도덕적 해이는 돈으로 계산하기 어려운 사회적 병리 현상이다. 신용사회의 기반을 흔들 가능성이 있다. 어차피 회수할 수도 없는 장기연체자를 털고 가자는 것, 소액의 채무자에게 재출발 기회를 주자는 것, 금융 약자를 지원해주자는 것 이런 명분들은 하나같이 나무랄 데가 없다. 그런 선의가 금융시스템과 사회 전체에 좋은 결과를 가져다주지 않는다는 점을 생각해 봐야 한다.

탕감보다 경감이 대안이 될 수 있다. 과거 정부도 그런 이유로 전면적인 탕감보다는 일정 수준으로 채무 규모를 줄여주면서 상환 시기를 늘려주는 식으로 대처해 왔다. 당장 탕감 대상이 된 국민행복기금도 주인 없는 돈이 아니라 민간 은행 등이 출자해 설립한 엄연한 주식회사다. 인기에 부합하듯이 그냥 한번 나눠주고 정리해버릴 금융기관이 아니라는 것이다. 금융회사 자율적으로 정해야 할 ‘소멸시효 완성 채권’ 처리까지 정부가 개입해 결정하려는 것은 또 다른 후유증을 낳을 수 있다.

약자 지원만큼이나 형평성과 책임감도 중요하다. 대부업체를 이용하는 서민들이 우리 빚도 모두 갚아 달라고 하면 어떻게 할 것인가. 정부가 나서 탕감하면 국민 세금이 들어간다. 그러자면 다수 국민의 공감대와 동의도 필요하다.

○ 생각하기
"빚 탕감은 포퓰리즘적 구호…약자 보호와 형평성의 균형이 중요"


부채 탕감과 부채 경감은 다르다. 빚 탕감은 ‘착한 의도’에도 불구하고 선거 때면 부각되곤 하는 포퓰리즘 구호이기도 하다. 이전에 완전 탕감을 단행한 적이 없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약자 보호’와 ‘형평성’을 두고 벌어질 사회적 논란도 가볍게 볼 일은 아니다. 물론 경제적 약자가 스스로 재기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방안도 모색해야 한다. 기업 부채탕감 처리 방식과 균형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일리는 있다. 경제 정책은 그래서 다양한 측면이 있고 결정은 어려운 것이다. 정부정책의 균형이 늘 중요한 이유다.

허원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huhw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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