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사드보복 피해 커지는데…'중국 WTO 제소' 안 하겠다는 청와대

입력 2017-09-14 19:51 수정 2017-09-15 02:00

지면 지면정보

2017-09-15A8면

청와대 "북핵 문제 중국과 협력 중요"
일각 "중국 진출 기업 외면" 지적도
청와대가 14일 중국의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경제 보복에 대해 우리 정부가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해야 한다는 지적과 관련해 “지금은 북핵과 미사일 도발 등으로 중국과의 협력을 유지하는 게 매우 중요한 시점”이라며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춘추관을 찾아 “한·중 간 어려운 문제에 대해서는 전략적 소통과 협력을 더욱 강화하면서 해결해 나가고자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박 대변인은 “일부 언론에서 중국 사드 조치에 대해 WTO에 제소해야 한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며 “입장을 간명하게 가져가는 것이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중국과의 국제 공조에 더욱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청와대가 직접 나서서 중국을 WTO에 제소할 계획이 없음을 공개적으로 밝힌 것은 두 가지 목적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우선 WTO 제소가 실익과 승산이 낮을뿐더러 중국만 더 자극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또 대북 제재에 소극적인 중국의 협조를 끌어내기 위해서다.

중국은 한국에서 WTO 제소 여론이 높아지는 데 예민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자매지 환구시보는 이날 “한국이 WTO에 제소하려면 명확한 증거가 있어야 하지만 중국 정부는 사드 보복 조치를 공식적으로 발표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추이옌궈 중국 WTO연구회 부회장은 “외국 기업이 중국에 상품을 수출할 때는 중국법을 준수해야 하며 관련 규정을 어기면 중국은 이를 처벌할 권한을 갖고 있다”며 “민간에서 자발적으로 하는 보이콧은 막을 수 없으며 WTO가 이를 제재할 수도 없다”고 강조했다. 중국 외교부는 사드 보복 조치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에 “외국 기업은 중국에서 경영할 때 현지 법과 규정을 따라야 한다”며 한국 기업을 대상으로 한 각종 제재가 법에 따른 조치라고 주장해 왔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구체적인 대응책 없이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의 피해를 외면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WTO 승소 가능성이 있다고 해서 승소한다고 보장하기는 어렵다”며 “한국 기업의 피해를 손놓고 있겠다는 것이 아니다. 외교적 노력을 다하겠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CNN과 인터뷰에서 사드 배치에 따른 중국의 경제적 보복 조치를 풀어갈 복안이 있느냐는 질문에 “중국과의 관계에 있어서는 사드 보복 조치를 해결하는 것뿐 아니라 관계 복원을 통해 한·중 관계를 더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금 중국이 당대회를 앞두고 있어 현 상황에서 사드 문제에 대한 관심을 바꾸는 데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이해한다”며 “단기간에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지 않고 차근차근 길게 내다보면서 중국과의 관계를 복원해 가겠다”고 덧붙였다.

조미현 기자/베이징=강동균 특파원 m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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