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 분식회계' 증거인멸 직원 놓고…검찰 "죄 없다" 법원 "죄 있다" 입장 뒤바뀐 이유

입력 2017-09-14 19:00 수정 2017-09-15 00:01

지면 지면정보

2017-09-15A33면

법원 "자기 범죄 증거인멸은 죄 아냐"
검찰 "범죄와 무관…증거인멸 인정"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분식회계 의혹을 둘러싼 구속영장 기각 사태를 두고 검찰과 법원의 입장이 뒤바뀌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펼쳐졌다. 검찰이 KAI 임원 박모 고정익개발사업 관리실장에 대해 증거인멸교사죄 혐의 등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하고 법원이 지난 13일 이를 기각하는 과정에서다.

검찰은 박씨가 자신 또는 경영진의 증거를 인멸하기 위해 개발부서 직원들에게 문서 파쇄를 지시했다고 봤다. 그 과정에서 직원들은 박씨의 지시를 일방적으로 따르고 증거를 인멸했다는 게 검찰 시각이다. 증거인멸죄는 자신의 증거를 인멸할 때 적용되지 않는다. 다만 제3자에게 증거인멸을 지시했을 때는 처벌받기 때문에 박씨를 증거인멸교사죄로 구속해야 한다는 게 검찰 주장이었다.

하지만 법원은 다르게 봤다. 강부영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판사는 “증거인멸 지시를 받은 사람이 자신의 형사사건에 관한 증거를 인멸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어 타인의 형사사건에 관한 증거를 인멸했다는 점이 소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기각 사유를 밝혔다.
박씨로부터 지시를 받은 직원도 분식회계와 관련된 혐의가 있다고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자신들의 혐의와 관련된 증거를 인멸했기 때문에 직원들에 대해 증거인멸죄를 적용할 수 없고 이를 교사한 의혹을 받는 박씨에게도 교사죄를 적용할 수 없다는 논리다. 검찰은 “인멸된 증거는 경영진과 회계담당자들의 분식회계에 대한 것”이라며 “분식회계로 처벌받을 가능성이 없는 개발부서 직원들에게 중요 서류를 세절하도록 교사한 것이므로 죄가 성립한다”고 반박했다.

검찰은 해당 직원에 대해 주된 혐의인 분식회계가 없다고 보고, 법원은 오히려 혐의자라고 판단한 아니러니한 상황이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박씨를 구속해 KAI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자 택한 전략으로 보인다”며 “법원이 검찰의 속셈을 알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 증거인멸죄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의 형사·징계 사건 관련 증거를 인멸·은닉·위조·변조하거나 이를 사용한 자에게 적용하는 혐의다. 5년 이하 징역 또는 7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 다만 다른 사람에게 증거인멸을 교사(敎唆)한 자는 그 내용이 자신과 관련된 것이라 해도 처벌 받는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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