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아이들'…자녀 동반자살·학대 급증

입력 2017-09-14 20:10 수정 2017-09-15 06:51

지면 지면정보

2017-09-15A33면

한 달새 자녀살해 4건…아동학대도 1년새 70%나 늘어

해외선 자녀살인 '중형'인데 국내선 부모살해만 가중처벌
'자녀는 소유물' 그릇된 인식…빈약한 사회 안전망 강화 시급
지난 13일 오후 11시. 직장에서 밤늦게 귀가한 A씨(43) 눈앞에 끔찍한 광경이 펼쳐졌다. 아내 B씨(44)가 손목에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고 그 옆에는 숨을 쉬지 않는 두 아이가 반듯이 누워 있었다. B씨가 남긴 ‘미안하다’는 쪽지 한 장도 눈에 들어왔다.

서울 서대문경찰서는 14일 자신의 아파트에서 11세 딸과 7세 아들의 목을 졸라 살해한 혐의로 B씨를 입건했다. B씨는 범행 후 손목 부위를 그어 자살을 시도했다. 우울증으로 치료 중인 B씨는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동반자살·아동학대 범죄 급증

부모가 자식을 해하는 끔찍한 범죄가 급증세다. 지난 한 달간 일어난 아동 살해 범죄만 네 건이다. 지난 11일에는 경기 남양주시 진접읍에 사는 C씨(42·여)가 집에서 6세 딸과 4세 아들을 살해한 혐의로 붙잡혔다. 지난달 26일에도 경기 고양시의 한 아파트에서 30대 엄마가 5개월 난 아들과 함께 투신했다. 같은 날 충북 보은 한 아파트에서는 산후 우울증을 앓던 D씨(36·여)가 생후 4개월 된 아들이 시끄럽게 운다며 입과 코를 막아 숨지게 한 혐의로 검거됐다.

부모에게 학대당하는 아이도 크게 늘고 있다. 14일 윤상직 자유한국당 의원이 법무부에서 받은 ‘아동학대 사범 처리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아동학대 사범 수는 4580명으로 한 해 전보다 70% 급증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아동학대의 약 80%가 부모에 의해 벌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2014년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정 후 신고가 크게 늘어난 점을 감안해도 증가세가 뚜렷하다”고 지적했다.
◆“자식을 소유물로 보는 인식이 문제”

자식을 소유물로 여기는 풍토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동반자살’이라는 용어 자체에 이런 시각이 배어 있다. 한국자살예방협회 관계자는 “저항할 능력이 없는 아이를 살해하는 행위를 ‘동반자살’로 부르는 것은 자식을 부모의 소유물처럼 여기는 인식이 깔려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국제 아동보호단체인 세이브더칠드런 관계자도 “가부장적 의식이 강한 동양권, 특히 한국과 일본에서 ‘살해 후 자살’이 집중한다는 연구도 있다”며 “자녀를 독립된 인격체로 대하는 풍토가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잘못된 인식은 형법 조항에도 반영돼 있다. 부모를 살해하는 존속살인은 사형·무기 또는 7년 이상 징역형에 처하지만, 비속살인은 가중처벌이 없다. 특히 영아 살해는 최고 형량이 징역 10년으로 일반 살인보다 가볍다. 방정현 법무법인 정앤파트너스 변호사는 “생활고에 시달리거나 정신적 문제가 있으면 감형되는 경우도 있다”며 “존·비속을 불문하고 혈족에 대한 범죄를 무겁게 다루는 다른 나라들과 대비된다”고 말했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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