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어머니 많다…기재부에 맡겨달라" 김동연의 소신발언

입력 2017-09-14 17:28 수정 2017-09-14 23:15

지면 지면정보

2017-09-15A2면

기재부 공무원들의 비명
청와대 경제보좌관·일자리위원회 등 여러 수석실서 사전 업무보고 요구
수시로 "이거 넣어라" "저거 빼라"
김 부총리 역점 둔 '혁신 성장안', "담당부처 아닌데 왜 보고하냐"

다른 경제부처들도 불만
"현안보고 위해 청와대 가면 4~5곳 들러 똑같은 보고"
여당까지 가세 갖가지 간섭

지난달 25일 기획재정부의 대통령 업무보고가 열린 세종컨벤션센터 회의장. 회의를 주재한 문재인 대통령을 중심으로 임종석 비서실장을 비롯해 김현철 경제보좌관, 홍장표 경제수석, 반장식 일자리수석, 박종규 재정기획관 등 청와대 정책라인 참모들이 배석했다.

회의가 중반으로 접어들 무렵, 김동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 발언 도중 갑자기 “시어머니가 너무 많다”고 말했다. 기재부가 업무보고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청와대 여러 수석실로부터 중복 지시를 받은 것에 대한 고충을 털어놓은 것이다.

김 부총리는 그러면서 “(경제 컨트롤타워를 맡은 기재부에) 믿고 맡겨줬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김 부총리 발언에 청와대 참모들의 표정이 굳어지며 회의 분위기가 차가워졌다고 한 참석자는 전했다. 문 대통령도 김 부총리 발언에 이렇다 할 언급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김 부총리 발언에 대해 일각에선 ‘단순한 고충 토로’ 차원이 아니라 그동안 정책 추진과정에서 쌓인 불만을 표출한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청와대와 기재부 복수의 관계자 얘기를 종합하면 기재부 업무보고 전 각 수석실은 물론 경제보좌관실, 일자리위원회 등 대통령 직속위원회까지 가세해 기재부에 별도의 사전 보고를 요구했고, 그 과정에서 ‘이걸 넣어달라’ ‘저걸 빼달라’는 식의 요청이나 지시를 수시로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김 부총리가 역점을 두고 추진키로 한 혁신성장 방안에 대해 이견이 많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기재부가 왜 혁신성장 방안을 보고하느냐. 담당 부처가 아니다’는 취지의 반론이 이곳저곳에서 제기됐다고 한다. 김 부총리의 혁신성장 방안이 문 대통령의 소득주도 성장을 희석시킬 것을 우려한 청와대의 견제라는 것이 관가의 분석이다.

“시어머니가 너무 많다”는 불만은 기재부뿐 아니라 다른 경제부처에서도 나온다. 새 정부가 청와대 정책라인을 복잡하게 구성해 놓으면서 주요 경제부처들은 하나의 안건을 보고하려면 장하성 정책실장은 기본이고 홍 경제수석, 김 경제보좌관 등 경제라인뿐만 아니라 부동산과 복지와 관련해서는 김수현 사회수석에게까지 보고해야 한다.

여기에다 대통령 직속기구인 일자리위원회(이용섭 부위원장)와 정책기획위원회(정해구 위원장)까지 합치면 ‘시어머니’가 7~8명은 된다는 지적이다. 이르면 이달 대통령 직속으로 신설될 예정인 ‘4차 산업혁명위원회’가 또 하나의 시어머니가 될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한 경제부처 과장은 “경제 현안을 보고하기 위해 청와대에 가면 4~5곳을 들러 똑같은 내용을 따로 보고해야 한다”며 “기존에는 경제수석실 한곳에 20분 정도만 보고하면 됐는데 이제는 한 시간 이상 걸리는 것은 기본”이라고 말했다.

정책 방향이 여당 개입으로 막판에 뒤바뀌는 일까지 벌어지면서 공무원들의 불만은 더 커지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김 부총리의 불가 방침에도 불구하고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법인세·소득세 증세가 결정된 과정이 대표적이다.

김 부총리는 결국 뒤늦게 “국민에게 일관된 메시지를 주지 못해 유감스럽다”고 해명해야 했다. 민주당에서 최근 보유세 인상론이 불거지는 가운데 김 부총리가 지난 12일 기자간담회를 열어 “투기 억제를 위한 보유세 인상은 검토하고 있지 않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것도 ‘이번에는 여당에 휘둘리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조미현/김일규/임도원 기자 m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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