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세계 1위 게임 '배틀그라운드' 키운 장병규 블루홀 의장

입력 2017-09-13 20:00 수정 2017-09-14 14:33

지면 지면정보

2017-09-14A17면

"외화 벌려고 게임사업…내겐 '사업보국 DNA' 있나봐요"

배틀그라운드, 해외서 돌풍
5개월 만에 매출 2000억 돌파
기업가치 3조8000억으로 평가

일찌감치 북미시장 공략
피인수된 회사 인재들에 '점령군 행세' 안하고 중재자 역할

게임은 10년내 가장 유망한 산업
셧다운제 같은 비상식적 규제로 게임업계 기 꺾지 말아야

장병규 블루홀 이사회 의장은 지난 11일 서울 강남 본엔젤스파트너스 사무실에서 만나 “네오위즈와 첫눈을 창업해 성공시켰지만 ‘원화 아닌 돈’을 벌어보겠다는 생각에 게임으로 해외시장에 도전했다”고 말했다. 김영우 기자 youngwoo@hankyung.com

장병규 블루홀 이사회 의장을 처음 만난 것은 지난해 이맘때였다. 게임사업보다는 다른 이야기가 주로 화제에 올랐다. 당시 블루홀은 주력 게임 ‘테라’의 매출이 급감하면서 경영난으로 고전하고 있던 상황이었다.

하지만 지난 11일 서울 강남 본엔젤스파트너스 사무실에서 다시 만난 장 의장의 표정은 첫눈에도 밝아 보였다. 회사 얘기를 꺼낼 때마다 뿌듯함이 묻어났다. 지난 4월 블루홀이 출시한 총싸움게임 ‘배틀그라운드’가 대박을 터뜨린 덕분이다.

배틀그라운드는 해외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한국 게임의 ‘성공 방정식’을 따르지 않고 기획 단계부터 철저히 해외에서 통할 만한 게임을 만드는 데 집중한 것이 통했다. 이 게임은 세계 최대 PC온라인게임 플랫폼 ‘스팀’에서 1000만 다운로드를 넘기면서 2000억원 이상의 매출을 냈다. 동시접속자 수도 최고 110만 명을 넘기면서 쟁쟁한 해외 게임을 제치고 1위를 유지하고 있다. 미국 실리콘밸리에 기반을 둔 알토스벤처스의 김한준 대표는 “한국에서 개발한 게임은 해외에서 성공하기 어렵다는 편견을 시원하게 깨뜨렸다”고 평가했다.

장 의장은 해외 시장 공략에 성공한 비결에 대해 “현지 사업부(북미 게임배급 법인 엔매스엔터테인먼트)의 뜻을 전적으로 존중해준 덕분”이라고 했다. “콘퍼런스콜 시간도 한국이 아니라 북미 시간에 맞췄습니다. 현지 사업부에 힘을 실어준 덕에 스팀이라는 대형 플랫폼에 대해 잘 파악할 수 있었고 이는 배틀그라운드 성공의 밑바탕이 됐습니다.”

그는 2008년 엔매스를 세우고 글로벌 시장에 뛰어들었다. “북미 시장 공략에 뛰어든 것은 ‘원화 아닌 돈’을 벌어야겠다는 목표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저와 비슷한 나이(1973년생)대 사람이라면 가질 수 있는 ‘사업보국’의 마음이 있는 것 같아요.”

배틀그라운드가 ‘K게임’의 자존심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지만 게임산업을 바라보는 시선은 여전히 부정적이다. 장 의장은 “5~10년을 바라볼 때 게임과 e스포츠는 다른 어떤 산업보다 유망하다고 본다”며 “기술 발전에 따라 업무시간이 줄어들면서 즐길거리에 대한 수요가 많아질 것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하지만 “정부의 게임산업 정책은 셧다운제처럼 유망 산업의 기를 꺾는 비상식적인 규제가 주류를 이룬다”며 “규제는 정교한 실험을 통해 파급효과를 따져본 뒤 도입해야 하는데 한국은 어느 한쪽으로 확 몰아붙이는 형태의 규제가 많다”고 지적했다.

장 의장은 대구과학고와 KAIST를 졸업했다. 1996년 네오위즈를 공동 창업하고, 2005년 검색엔진 업체 첫눈을 창업해 이듬해 네이버에 성공적으로 매각한 국내 ‘1세대’ 창업가 출신이다. 2010년 벤처캐피털(VC) 본엔젤스파트너스를 창업하고 투자자로도 활동하고 있다.

그는 게임업계에서 ‘미다스의 손’으로 불린다. 배틀그라운드 개발사 블루홀지노를 비롯해 장 의장이 2015년 인수합병(M&A)한 개발사가 잇달아 흥행작을 만드는 등 손대는 회사마다 대박을 치고 있어서다. 블루홀스콜이 개발 중인 ‘테라M’이 흥행에 성공하면 M&A ‘3연타석 홈런’을 달성하게 된다.
그는 “인수합병한 업체들이 잇달아 성공을 거둔 것은 ‘합병 후 통합’ 작업에 집중한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인수회사 구성원들은 자신이 피인수회사 직원보다 잘났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이는 큰 착각”이라며 “합병의 성과는 그 당시에 결정되는 게 아니라 조직 통합작업의 성패에 따라 갈린다”고 했다. 장 의장은 “피인수회사 인재들에게 ‘점령군 행세’를 하지 않고 경영진부터 겸허한 자세로 그들을 존중하는 모습을 보였다”며 “게임개발자들 사이에 의견 충돌이 있었는데 김강석 블루홀 대표를 비롯한 경영진이 중재하느라 노력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장 의장은 벤처투자자로서는 “창업 문화를 북돋우기 위해선 모태펀드 예산을 늘리는 등 큰 정책도 필요하지만 구체적인 정책도 필요하다”며 “빠르게 성장하는 스타트업(초기 벤처기업)에 돈을 더 붓는 ‘팔로업’ 전략 등 다양한 방법을 고려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장기적으로는 블루홀 기업공개(IPO)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했다. 배틀그라운드 흥행 덕분에 기업가치가 급등하면서 비상장사인 블루홀 장외 주식 가격은 주당 54만원, 시가총액은 3조8000억원에 이른다. 장 의장은 “상장은 주주들의 요구 등을 고려할 때 언젠가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도 “다만 단기적으로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유하늘 기자 sky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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