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핵실험 여부만 포착한 뒷북 탐지망… "핵폭탄 종류 규명은 실패”

입력 2017-09-13 19:24 수정 2017-09-13 21:17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 관계자들이 북한 핵실험 직후 동해에서 이동식 제논 포집장비로 포집한 뒤 군 헬기로 운송된 대기 시료를 군 관계자로부터 건네받아 실험실로 옮기고 있다. KINS 제공

정부가 북한의 6차 핵실험 때 나왔을 것으로 추정되는 방사성 기체인 제논 탐지에는 성공했지만 핵무기 종류를 규명하는 데는 끝내 실패했다. 북한이 핵실험을 한 것은 맞지만 정작 국민의 관심사인 사용한 핵폭탄이 수소폭탄인지, 원자폭탄인지는 알아내지 못했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13일 서울 종로구 원안위 청사에서 브리핑을 열어 이같은 내용을 담은 북한 6차 핵실험 이후 진행된 방사성 핵종 탐지 결과를 발표했다.

◆ 북한 핵실험 근거 핵종 첫 포집

원안위 산하에서 핵실험 탐지 업무를 맡은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에 따르면 지난 3일 북한 핵실험 직후 강원도와 경기도에 설치한 고정식 포집 장비 ‘사우나’ 2대와 함정에 실은 이동식 포집기 1기로 공기중 방사성 물질을 포집한 결과 11회에 걸쳐 핵실험 과정에서 나온 것으로 판단되는 제논-133을 검출했다. 제논-133은 자연 상태에선 나오지 않는 방사성 물질로 원전과 연구용 원전 외에도 핵실험 과정에서 나온다. 이런 이유로 핵실험 여부는 물론 핵실험 종류를 판단하는 데 중요한 핵심 물증으로 활용된다.

KINS는 핵실험 바로 다음날인 4일 새벽부터 지난 12일 자정까지 고정식 장비를 모두 32차례, 이동식 장비 11차례 동원해 북한 함경북도 풍계리에서 날아오는 제논 포집에 나섰다. 또 공군 항공기에도 포집 장치를 달아 핵실험 이후 유출됐을 것으로 추정되는 요오드·세슘 등 입자성 방사성 핵종 포집을 10차례 실시했다.

시료 분석 결과 지난 7일 이후 강원도 동해 지역에 설치한 포집 장비에서는 9차례에 걸쳐 제논-133이 1㎥당 0.16~1.14밀리베크렐(mBq)이 검출됐다. 또 동해에 떠있는 함정에 설치한 이동식 포집기에선 4차례에 걸쳐 0.2~033mBq이 검출됐다. 통상 0.1mBq 이상인 경우 핵실험의 결과물로 판단한다.

정부가 북한의 1·2차 핵실험 이후 2007년과 2011년 도입한 포집 장비를 활용해 북한 핵실험에서 나온 방사성 핵종을 탐지한 건 처음이다. 지난해 1월 4차 핵실험 때는 제논을 세 차례 검출했지만 미량이어서 북한 핵실험에서 나왔는지, 국내 원자력 발전소에서 나왔는지 판단을 내리지 못했다. 3차와 5차 핵실험 때는 아예 제논 포집에 실패했다.

최종배 원안위 사무처장은 “제논-133이 포집된 날짜와 위치, 바람 변화를 종합한 결과 북한 풍계리에서 유입됐다는 결론을 얻었다”며 “북한의 6차 핵실험에서 나온 것이 확실하다”고 설명했다.

원안위는 검출된 제논을 핵실험의 결과로 보는 중요한 근거로 핵실험 직후 일어난 함몰지진을 지목했다. 핵폭발 규모가 커지면서 핵실험 장소 일대가 붕괴하면서 더 많은 방사성 물질이 배출됐다는 분석이다. 방사성 물질의 포집 횟수를 이전보다 2배 늘린 것도 포집 확률을 높였다.

◆ 핵무기 종류 밝히지 못한 깜깜이 탐지체계

이번 발표가 국민적 궁금증을 풀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핵실험 여부를 확인하는데 그칠 뿐 북한이 과연 수소폭탄 확보했는지, 어떤 종류의 핵폭탄을 사용했는지를 가리는 데 실패했다는 지적이다. 핵무기 종류를 알려면 핵실험 직후 나오는 제논-131m과 제논-133m, 제논-133, 제논-135 중 최소 2개 이상은 포집해야 한다. 이들 핵종은 반감기가 서로 다른데 핵무기가 우라늄탄인지 플루토늄탄인지에 따라 공기 중에 섞여 있는 비율이 달라진다. 원안위는 제논-133 외에 다른 제논 동위원소가 포집되지 않아 북한이 이번에 터뜨린 핵무기 종류를 파악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핵폭탄 종류를 가늠할 입자성 핵종과 수소폭탄 실험의 근거가 되는 삼중수소 역시 발견하지 못했다.
◆ 핵실험 때 무용지물된 동북아 북핵 감시망

원안위는 현재로선 북한 지역에서 직접 시료를 채취해오거나 북한 핵실험장에서 가까운 러시아와 중국, 일본의 도움을 받지 못하면 핵실험 종류를 알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현재로선 주변국의 협조를 얻는 게 쉽지 않아 보인다. 한국과 함께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기구(CTBTO)에 가입한 러시아는 북한 풍계리에서 가장 가까운 위치에 포집 장비를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6차 핵실험 때 고장이나 핵종 탐지에 실패했다. 일본도 CTBTO에 보고되는 핵종 포집기가 있지만 내륙에 설치돼 있어 포집에 실패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핵실험을 감지하는 인공지진 정보를 한국과 일부 공유하고 있을 뿐 핵종 탐지 정보는 공유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원안위는 6차 핵실험 이후 남한 지역의 환경 방사선 준위는 정상치인 시간당 50~300나노시버트(nSv)에 머물고 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동해안과 동해에서 평상시보다 짙은 농도의 제논이 탐지된 점을 감안하면 핵실험장에서 가까운 북한 지역이 높은 방사선 환경에 노출돼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박근태 기자 kunt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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