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밀라노까지 데려가 사업가 등친 '유로위폐 사기단'

입력 2017-09-13 18:55 수정 2017-09-14 01:32

지면 지면정보

2017-09-14A33면

경찰, 간 큰 일당 3명 검거

"발행 중단되는 500유로권 싸게 살 수 있다" 속여
유로화 감정 때 위폐 바꿔치기
지난 6월 이탈리아 밀라노의 한 호텔 객실, 자산가 장모씨(45)는 불법 외환거래업자 오모씨(44) 소개로 세 명의 이탈리아 보석 세공업자를 만났다. 오씨는 장씨에게 “내년부터 500유로 지폐 발행이 중단되고 사용할 수도 없어 급매하려는 이탈리아 사람들이 있다”며 “이들로부터 유로당 1300원인 현재 환율보다 싼 유로당 1000원에 500유로 지폐를 살 수 있다”고 꼬드겼다.

오씨는 이탈리아 현지에 있는 유로화 다발이 쌓인 창고를 사진으로 보여줬다. 하지만 노련한 사업가 장씨는 “믿기 힘들다”며 거절했다. 그러자 오씨는 “이탈리아에 가서 직접 눈으로 보라”며 여행을 제안했다. 그렇게 장씨는 밀라노의 호텔에서 유로화를 판다는 보석 세공업자들과 만났다.

장씨는 1주일을 고민한 끝에 거래를 결심했다. 거래 금액은 190만유로. 장씨는 위폐 감별 스캐너로 지폐를 샅샅이 훑은 뒤 한국에 있는 사촌형 장모씨(50)에게 전화를 걸어 오씨의 대리인 네덜란드 사람 A씨(27)에게 현금 19억원을 넘겨줬다.
손쉽게 환차익을 얻었다는 장씨의 기쁨은 오래가지 않았다. 오씨와 헤어진 뒤 열어본 가방 속엔 누가 봐도 가짜인 위폐만 가득했다. 그가 위폐를 확인하는 사이 이탈리아인들이 돈다발을 가방에 넣어주는 척하면서 위조지폐로 바꿔치기한 것이다. 장씨는 사촌형에게 곧바로 전화를 걸었지만 현금은 넘어간 뒤였다.

서울 강서경찰서는 13일 오씨와 공범 김모씨(30) 등 두 명을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사기) 위반 혐의로 구속했다. 모든 것은 오씨가 짠 사기극이었다.

경찰은 귀국길에 오르던 오씨 일당을 검거했다. 이들에게 돈을 전달하려고 기다리던 세르비아인 B씨(41·여)를 명동의 한 호텔에서 체포했다. 출국한 A씨에 대해선 인터폴에 적색수배를, 이탈리아인 세 명에 대해선 현지 경찰에 공조수사를 요청했다. 경찰은 B씨가 보관 중이던 9억6000만원은 회수해 장씨 형제에게 돌려줬다. 하지만 남은 9억4000만원은 행방이 묘연한 상태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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