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수 구하기' 올인… 민주당, 박성진 후보자에 "자진사퇴" 압박

입력 2017-09-13 17:48 수정 2017-09-14 03:06

지면 지면정보

2017-09-14A6면

국회, 14년 만에 표결없이 '부적격' 청문보고서 채택

'부적격 보고서' 묵인한 여당
여당 의원들 보고서 채택 전 퇴장
"대법원장 문제는 양심껏…"
김명수 인준안 통과에 총력전

고민에 빠진 청와대
"야당 이어 여당도 반대 기류…임명 강행 가능성 희박" 관측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는 13일 전체회의에서 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에 대해 ‘부적격’ 의견을 담은 청문보고서를 채택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인사청문위원들은 채택 직전 퇴장하는 방식으로, 박 후보자가 중기부 초대 장관으로서 정책적 역량이 부족하다는 야 3당의 지적에 사실상 동조했다. 여당이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를 구하기 위해 야당의 요구를 수용하고 박 후보자를 ‘포기’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례적인 ‘부적격’ 보고서 채택

이날 국회 산자중기위는 오전 11시 회의를 열기로 했지만 오후 3시로 연기됐다. 시간을 두고 박 후보자의 자진사퇴를 압박하기 위해서였다.

장병완 산자중기위원장은 여야 4당 간사 회동 뒤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에서도 박 후보자가 부적격이라는 데 공감하고 있다”며 “박 후보자를 추천한 청와대의 입장도 있으니 자진사퇴가 가장 좋다는 것이 민주당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오후 3시 회의에서도 상황 변화가 없자 산자중기위는 민주당의 ‘묵인’ 아래 부적격 의견 보고서를 채택했다. 국회에서 고위공직 후보자에 대한 부적격 보고서가 표결 없이 처리된 것은 2003년 4월 고영구 국가정보원장 후보자에게 부적격 판단을 내린 뒤 처음이다.

산자중기위는 보고서에서 “건국과 경제성장을 둘러싼 역사관 논란, 신앙과 과학 간 논란 등에 대해 양립할 수 없는 입장을 모두 취하는 모순을 노정하는 등 국무위원으로서 정직성과 소신이 부족하다”며 “성경적 창조론으로 무장한 신자의 다양한 분야 진출을 주장하는 등 업무 수행의 종교적 중립성에 의문이 제기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중소기업 정책 추진에 여러 부처뿐 아니라 대·중소기업의 다양한 이해관계를 조율할 만한 전문성과 행정 경험, 정무적 감각이 부족하다는 데(청문위원들은) 우려를 표명했다”고 적시했다.

손금주 국민의당 수석대변인은 부적격 보고서 채택 후 “박 후보자는 인사청문회에서 분명히 국회가 내리는 결정에 따르겠다고 밝힌 바 있다”며 자진사퇴를 촉구했다.

민주당은 박 후보자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김명수 후보자의 국회 인준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는 모양새다. 박 후보자 인사청문회 여당 간사를 맡은 홍익표 민주당 의원은 “야당들이 업무 능력과 개인적 도덕성만 보고, 결격 사유가 전혀 없는 김 후보자 (인준) 문제는 양심껏 소신껏 처리해줄 것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고 말했다.

◆靑, 청문보고서 송달 뒤 견해 표명

국회가 박 후보자에 대한 ‘부적격’ 청문보고서를 채택하면서 청와대가 고민에 빠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국회의 보고서가 송달되지 않은 상황에서 특별한 입장은 없다”고 말했다.
박 후보자가 자진사퇴하지 않을 경우 문 대통령의 선택지는 지명 철회나 임명 강행 두 가지뿐이다. 하지만 김 후보자의 청문 절차가 진행 중인 데다 야당뿐만 아니라 여당 내에서 박 후보자에 대한 부정적 기류가 강한 만큼 임명 강행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청와대 내에서도 박 후보자에 대한 기류 변화가 읽힌다. 청와대 관계자는 박 후보자의 청문회를 전후로 “공직 후보자의 역사나 종교관이 생활에서 드러난 것도 아니고 머릿속에 있는 것을 검증 기준으로 삼을 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단호한 견해를 고수했다. 하지만 여권 내에서조차 반대 목소리가 커지면서 정치적 부담을 느끼는 분위기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을 만나 “‘박성진 불가론’으로 기운 여권 기류의 심각성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정환/조미현 기자 ceose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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