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탈핵, 미래 원전 기술 제대로 평가했나

입력 2017-09-13 18:26 수정 2017-09-14 02:59

지면 지면정보

2017-09-14A39면

빌 게이츠가 개발하는 TWR처럼
안전한 고성능 원자로 실용화 눈앞
에너지정책에 근시안적 판단 안돼

김용희 < KAIST 교수·원자력공학 >
원자력 공학을 가르치는 사람으로서 원자력을 적폐의 한 부분으로 매도하는 문재인 정부의 시각은 매우 당황스럽다. 정부는 “위험한 원자력 비중을 줄여 60년 후 탈핵(脫核)을 완성하겠다는 것인데 뭐가 문제인가”라고 반문한다. 신념에 가까운 찬반 양 진영의 논쟁은 차치하고, 현 문제를 냉철하게 바라보면 관련 쟁점은 원자력발전소의 안전성, 경제성, 친환경성으로 요약할 수 있다. 미래 원자력시스템을 연구하는 필자는 자문한다. “안전성 및 경제성이 획기적으로 향상돼 대중의 수용성이 크게 개선되고 지속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원자로는 가능한가?” 답은 “그렇다”이다.

먼저 10년 이내 상용화할 수 있는 소형모듈형원자로(SMR)가 있다. 출력이 대형 원전의 10분의 1 이하인 SMR은 주요 부품들을 하나의 용기에 설치해 일본 후쿠시마에서와 같은 사고 가능성을 원천 제거했으며, 공장 제작을 통해 건설기간을 크게 단축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한국은 스마트(SMART)라는 SMR을 독자 개발해 세계 최초로 인허가를 획득할 정도로 이 분야를 선도하고 있으며, 2022년 가동을 목표로 사우디아라비아에 수출도 했다. 미국에서는 NuSCALE이라는 SMR의 인허가가 신청된 상태이며 아이다호국립연구소에 건설이 계획돼 있다.

기존 원전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4세대 원전이 약 20년 뒤 실용화를 목표로 주요 국가에서 개발되고 있다. 4세대 원자로의 대부분은 고속중성자를 이용하는 고속로 개념이다. 고속로를 활용하면 현재 원자력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사용후연료 자체를 고속로에서 연료로 소모하기 때문에 관련 문제를 원천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 고속로만을 사용하면 사용후연료가 원칙적으로 발생하지 않으며, 오직 핵분열생성물이라고 불리는 쉽게 관리할 수 있는 폐기물만 발생한다. 또 고속로는 매우 높은 냉각재 온도로 인해 훨씬 효율적으로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
그렇다면 고속로의 안전성은 어떨까. 1986년 4월 초 미국 서부의 EBR-II라는 고속로 주 제어실은 역사적인 안전성 시험을 직접 확인하기 위한 각국 전문가들로 붐볐다. 신호에 따라 운전원은 100% 출력에서 비상정지 시스템을 끈 상태로 원자로 냉각에 필수적인 냉각재 펌프를 중지시켰다. 이는 후쿠시마 사고보다 더 심각한 사고 상황이다. 냉각재 흐름이 빠르게 감소하면서 원자로 온도 또한 급격히 높아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곧 원자로 출력이 자동으로 감소해 핵분열 반응이 끝나고 자연대류에 의해 붕괴열이 제거되면서 시스템은 안정됐다. 즉, 후쿠시마에서와 같은 사고 상황에서 운전원의 개입 없이도 원자로 시스템이 스스로 안정되는 고유안전성이 시험에서 증명된 것이다. 그러나 4월26일 체르노빌 사고가 발생하면서, 높은 안전성이 보장되는 고속로에 대한 미국의 연구개발은 중단됐다. 현 4세대 고속로는 이처럼 고유안전성을 확보하면서 사용후연료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목표로 개발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다수의 벤처기업이 4세대 원자로를 개발하고 있다. 가장 혁신적인 4세대 고속로 개발을 선도하는 기업은 빌 게이츠 전 마이크로소프트(MS) 회장이 설립한 테라파워(TerraPower)다. 빌 게이츠는 이산화탄소로 인한 기후변화 문제를 해결하고 보다 많은 사람이 안전하고 경제적으로 전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진행파원자로(TWR)라는 고속로를 개발하고 있다. 테라파워는 1회 연료장전으로 20~50년 연속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TWR 핵심기술을 완성하고 실용화를 추진 중이다. 필자는 TWR 논의를 위해 2013년 빌 게이츠 회장을 두 번 만난 적이 있다.

60년 뒤엔 현재의 문제들이 해결된 극도로 안전한 고성능 원자로를 운용할 수 있다.

탈원전 논의가 기존 원자력 기술만을 고려한 것이라면, 근시안적이고 비합리적 판단으로 귀결될 것이다. 현명한 결정을 위해서는 미래 원자력 기술을 제대로 평가하는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김용희 < KAIST 교수·원자력공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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