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임기자 칼럼]

선승들의 총무원장 경선, '이 뭣고?'

입력 2017-09-13 18:32 수정 2017-09-14 02:56

지면 지면정보

2017-09-14A38면

서화동 문화선임기자 fireboy@hankyung.com
불교 조계종이 소란스럽다. 적폐청산을 요구하는 촛불법회와 단식 농성에 이어 유력 후보의 학력 위조 의혹, 은처승·도박승 논란 등 거론하기조차 민망한 사안들까지 수면 위로 떠올랐다. 14일 서울 조계사 앞에서 범불교도대회가 열리는 데 이어 승려대회 개최까지 예고돼 있다. 승려대회는 종단 비상시에 선승들이 앞장서서 소집하는 초법적 수단이다.

사태의 근원은 총무원장 선거다. 총무원장은 불교계 최대 종단인 조계종의 행정 최고 책임자다. 거대 종단의 인사, 재정, 사업 등과 관련한 권한과 책임이 막중하다. 대외적으로는 종단을 대표한다. 종종 청와대에도 다녀온다. 흔히 ‘닭벼슬보다 못한 중벼슬’이라고 하지만 현실은 반대다. 총무원장은 권력이다. 신임 총리, 장관, 여야 대표 등이 앞다퉈 찾아가는 이유다.

총무원장이 뭐길래…

조계종은 8년간 재임한 자승 총무원장 후임을 다음달 12일 간접선거로 뽑는다. 중앙종회의원 81명과 전국 24개 교구본사에서 선출된 선거인단 240명 등 총 321명이 투표에 참여한다. 덕숭총림 수덕사 방장 설정 스님과 안국선원장 수불 스님이 현재까지 출마 의사를 밝혔다.

설정 스님은 불교계 양대 문중의 하나로 꼽히는 덕숭문중을 대표하는 방장이다. 방장은 사찰의 살림살이를 책임지는 주지와 달리 정신적 지도자다. 수행력과 인품, 덕성이 중요한 자리다. 이 때문에 그의 총무원장 출마는 의외요 파격이다. 설정 스님은 올봄 한국경제신문과 가진 부처님오신날 인터뷰에서도 “방장 자리만 해도 감당하기 어려운데 원로의원까지 맡겨서 힘들다”고 했다.

수불 스님 역시 서울과 부산에서 조계종의 대표적 수행법인 간화선 대중화에 앞장서온 선승이다. 하필이면 이런 선승들이 총무원장 선거에서 맞붙게 됐으니 얄궂다.

또 한 사람, 조계종의 적폐청산을 앞장서서 요구하고 있는 명진 스님도 선승 출신이다. 명진 스님은 봉은사 주지에서 물러난 뒤 줄곧 자승 총무원장 체제를 비판하다 지난 4월 조계종에서 제적됐다. 명진 스님을 필두로 한 적폐청산 요구에는 진보 진영의 시민·사회단체와 타 종교인들까지 가세해 총무원장 선거의 사회적 이슈화를 추진하고 있다.

참선의 가치는 간데없고…
설정 스님은 종단 정치의 최대 계파를 움직이는 자승 총무원장이 미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종단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소임이 주어진다면 외면하지 않겠다”는 설정 스님의 진정성이 의심받는 이유다. 설정 스님이 당선될 경우 ‘자승 원장 3기’라는 소리도 나온다. 이 때문에 선방 수좌들까지도 ‘된다’ ‘안 된다’로 갈라지고 있다. 전국선원수좌회가 승려대회를 열겠다고 했지만 개최 가능성도, 효과도 불투명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승려대회의 초법적 권위는 수좌들의 ‘이심전심’에 기반하기 때문이다.

이런 논란의 와중에 설정 스님의 학력 위조 파문까지 불거졌다. 설정 스님은 그간 여러 언론 인터뷰와 저서 등을 통해 서울대 원예학과에 늦깎이로 입학해 졸업한 것으로 알려져 왔다. 하지만 서울대 부설 방송통신대를 다닌 것으로 확인됐다. 설정 스님도 이를 인정하고 참회한다고 했지만 출마의 뜻은 굽히지 않았다. 수불 스님도 “중도 하차는 없다”는 입장이다.

선승들이 수행하는 사찰의 선원은 ‘선불장(選佛場)’이라고 한다. 부처를 뽑는 곳이란 뜻이다. 이판(理判)을 대표하는 선승들이 어쩌다 ‘사판(事判)의 정점’인 총무원장을 놓고 다투게 됐을까. 그 까닭을 찾아 ‘이 뭣고?’를 해볼 일이다.

서화동 문화선임기자 fireboy@hankyung.com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

투표김영란법 시행 1주년, 어떻게 생각하세요?

  • 부패방지를 위한 획기적 계기로 현행 유지해야 908명 64%
  • 민생경제 활성화 위해 현실에 맞게 금액 수정해야 500명 36%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