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욱의 일본경제 워치]

일본서 '추억 팔이' 상품이 속속 등장하고 있는데…

입력 2017-09-12 07:24 수정 2017-09-12 07:29

고상한 말로 ‘노스텔지어’, 요즘 젊은층의 비아냥 거리는 표현으로 ‘추억팔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아련한 옛 시절의 추억이 절로 떠오르는 ‘그때 그 시절’을 대표하던 상품이 재탄생 하는 것은 어느 사회건 드문 일이 아닙니다. 경제상황이 좀 어렵다 싶을 때 이런 노스텔지어를 자극하는 경우가 더욱 늘어나기도 하구요.

‘복고상품’은 요즘 일본에서도 심심찮게 볼 수 있는 주제이기도 합니다. 이같은 추억팔이의 주역은 일본이 세계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냈던 ‘쇼와시대(昭和時代·1926~1989)’ 말기 상품들에 집중돼 있습니다. 일본경제가 요즘 부할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아직 ‘쇼와시대’의 위상에는 한참 못미치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대표적으로 최근 출시 35주년을 맞아 일본에서 눈길을 다시 끄는 상품이 있습니다. 바로 일본 전자제품 제조사 카시오계산기가 만든 전자시계 ‘지-쇼크(G-SHOCK)’입니다.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지-쇼크’가 출시 이후 누적 세계출하량이 지난 8월말로 1억개를 넘어섰다고 합니다. 1983년 처음 선보인 이래 35년만이라고 합니다. “떨어뜨려도 깨지지 않는다”라는 선전문구를 앞세워 수십년간 스테디셀러로 꾸준한 인기를 누려왔다네요. 세계적인 인기브랜드로 성장했을 뿐 아니라 최근에는 ‘터프함’에 더불어 각종 기능을 집적한 모델들을 선보이고 있다며 한껏 분위기를 띄웠습니다.

처음에는 시계를 개발한 기술자가 부모님으로부터 받은 시계를 떨어뜨려 부서진 것을 계기로 제품을 개발했다느니, 건물 3층에서 낙하시켜 충격을 견딜 수 있을지 실험한 시제품이 200개에 이른다느니 하는 ‘출생의 비밀’도 또다시 부각됐습니다.

현재 약 500개 모델을 세계 138개국에서 판매하고 있다며 2016년 사상 최고인 850만개를 판매했다는 깨알같은 설명도 덧붙입니다.

사실 ‘지-쇼크’는 부침이 없지는 않았지만 끊임없는 변신과 개량으로 생명력과 인기를 유지해 왔으니 완전히 추억에만 기댄 상품이라 하긴 어려울 것입니다,

하지만 노골적으로 잘나갔던 1980~1990년대를 카피하는 제품도 심심찮게 등장하고 있습니다. ‘그때 그 시절’이후 시장에서 사라졌던 상품들이 거의 똑같은 외형으로 재림하는 것이지요. 노골적으로 과거 큰 인기를 끌었던 제품을 복사한 ‘복각판’ 상품이 속속 출시되고 있는 것입니다.
완구업체 반다이는 올 4월 선보인 애완동물 육성 시뮬레이션 게임기 ‘다마고치’를 선보였습니다. 닌텐도는 게임기 ‘패미콘’을 발매했습니다. 모두 40대 이상 세대에서 학창시절이나 젊은날 부러운 눈으로 바라만 봤던 글로벌 히트상품을, 옛날이 연상되는 외형으로 재탄생 시킨 것입니다.

고가의 한정판 복각판 제품을 내놓은 경우도 있습니다. 일본 시계업체 세이코도 올 3월에 1960년대에 고급제품으로 선보였던 ‘그랜드 세이코’ 최초 모델 3개의 복각판을 한정판으로 발매했다고 합니다. 말 그대로 ‘영광의 시대’를 재현한 것입니다.

한때 잘나가던 시절을 떠올리는 상품이 잇따라 등장하는 일본. 이런 일본의 모습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 것일까요. 그저 추억을 곱씹는데 몰두하는 퇴행적인 모습일까요, 아니면 반격을 준비하는 와신상담의 과정일까요. 이들 복고상품들이 일본 사회의 단면을 바라보고, 해석할 수 있는 틀이 될 수 있지는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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