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유흥비와 상품권깡으로 전락한 청년수당의 현주소

입력 2017-09-11 18:00 수정 2017-09-12 01:14

지면 지면정보

2017-09-12A35면

청년 취업난을 덜겠다고 지방자치단체들이 지급하고 있는 청년수당이 곳곳에서 중복·부정 수령되는 것은 물론 할인 판매되고, 심지어 유흥비로도 쓰이고 있다는 한경 보도(9월11일자 A33면)다. 서울시 청년수당은 모텔 노래방 DVD방 소주방 등 유흥업소에서 모두 사용가능하다. ‘클린카드’ 형태로 지급되지만 서울시가 이들 업소 이용을 제한하지 않아서다. 이런 사실은 이전에도 알려졌지만 서울시는 “사전 규제가 아닌, 사후 적정성 검토를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만 하고 있다.
경기 성남시는 ‘성남사랑 상품권’을 청년수당으로 지급하는데, 주로 주부들이 할인된 가격으로 사들여 장 보는 데 쓰고 있다고 한다. 청년들 역시 치킨집 등 취업과 무관한 곳에 쓰는 경우가 적지 않다. 대전시는 정부의 취업수당과 대전시 청년수당(청년취업 희망카드)을 중복 수령한 45명을 적발, 지급을 중단하기도 했다. 현재 청년수당을 지급하는 6개 지자체 모두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비슷한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다.

너무도 뻔히 예측됐던 결과들이다. 청년수당처럼 보편적·무차별적으로 뿌려지는 복지는 어떤 이름이나 형식을 띠든, 필연적으로 도덕적 해이와 파행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공짜’로 몰려드는 발길 아래 취업지원이라는 본래 취지는 설 땅조차 없어진다. 이전 정부에서 보건복지부가 서울시와 성남시의 청년수당 지급을 반대하며 대법원에 제소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새 정부가 들어선 뒤에는 태도가 달라지고 있다. 복지부는 최근 서울시에 대한 청년수당 관련 소송을 취하키로 했다. 정권이 바뀐 만큼 복지정책에 대한 시각도 달라져야 한다는 것이다. 청년수당은 기초연금 인상, 아동수당 신설 등 보편적 복지를 확대하려는 새 정부의 취지에 부합한다.

하지만 유흥비와 용돈으로 유용되고 상품권 할인 업체 배만 불려주는 청년수당을 그대로 둘 수는 없다. 당장 청년들의 환심을 살지는 모르지만 취업을 돕기는커녕, 청년들을 망가뜨리는 현실을 제대로 봐야 한다. 이런 청년수당이라면 없느니만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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