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욱의 일본경제 워치]

일본에서 우편함 투입구가 커지는 이유는

입력 2017-09-11 07:32 수정 2017-09-11 09:43

일본에서 각 가정의 우편함 투입구가 커지고 있다고 합니다. 편지나 신문, 서류 외에 인터넷 쇼핑몰에서 구입한 작은 물건들을 우편함으로 받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일본은 택배회사간 경쟁이 심하고, 온라인 쇼핑 역시 발달한 나라지만 한국에 비하면 ‘한 수’ 부족한(?) 점이 있습니다. 바로 한국에선 집주인 부재시에도 아파트나 개인주택의 ‘문앞’에 배달물을 놓고 가는 경우가 많지요.

하지만 일본에선 이는 상상할 수 없는 일입니다. 개인보호가 철저한 일본에선 집주인이 없는 상황에선 한국의 아파트에 해당하는 ‘맨션’ 내부로 진입하는 것이 불가능합니다. 정문이 닫힌 까닭에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것입니다.

결국 집주인이 집에 있는 시간에 재배달을 하거나, 맨션(아파트)공용 물품보관함에 배달물을 넣을 수 밖에 없습니다. 개인주택의 경우에도 기본적으로 같은 프로세스를 진행하게 됩니다.

배달업체로선 큰 비용이 발생하는 문제고, 개인으로서도 무척 불편한 상황이 이어지게 됩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대안으로 우편함 투입구가 커지는 식으로 ‘진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합니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그동안 맨션이나 아파트 등 공동주택의 우편함은 밖에서 손이 들어가지 않도록 세로가 약 2.5㎝인 ‘표준 사이즈’가 주류였다고 합니다. 하지만 나스타 등 주요 우편함 제작업체의 경우엔 요즘들어 세로 3.6㎝제품이 출하량의 30%를 차지할 정도로 늘었다고 합니다. 나스타의 경우 세로 3.6㎝제품 출하가 2015년 6만가구 분에서 2016년 11만5000호분으로 두배 가까이 늘었다고 합니다. 회사측은 “신축 건물 뿐 아니라 기존 건물에서도 대규모 재배치가 이뤄지는 곳이 적지않다”고 밝혔습니다.
인터넷 쇼핑몰로 배달받은 작은 상자가 우편함에 들어갈 수 있어 재배달을 줄이고자 하는 이유에서랍니다. 나스타측은 신제품 출시에 앞서 택배회사인 일본우편, 인터넷 쇼핑몰 대기업 아마존 등과 논의를 거쳐 DVD나 화장품 등의 소품을 배달하는 데 사용되는 두께 3㎝ 정도의 상자가 우편함에 들어가도록 설계했다고 합니다.

우편함을 만드는 과정에서 택배, 인터넷 쇼핑 회사와 수많은 논의를 거쳤다니 일본 특유의 꼼꼼함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신형 우편함과 관련해 일본식 꼼꼼함이 느껴지는 사례가 하나 더 있습니다. 우편함 입구 두께가 3.6㎝인 이유입니다. 그동안 일본인 손의 두께는 평균 2.8㎝였다고 합니다. 공동주택 투입구 표준이 2.5㎝였던 이유지요. 외부에서 손을 집어 넣어 물건을 빼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이유였다는 데요. 입구 두께가 3.6㎝로 커지면서 소심한 일본인들 사이에선 도난 우려도 커졌다고 합니다. 이에 따라 투입구 두께는 넓어졌지만 내부에 여러장의 보호판이 설치돼 우편으로 배달된 물건은 집어넣을 수 있지만 사람의 손이 들어가서 물건을 잡고 꺼낼 수는 없도록 설계됐다고 합니다.

택배원이 각 가정의 문앞까지 와서 배달물을 놓고 가는 한국에서라면 생기지 않았을 변화가 일본에선 일어나고 있습니다. 그 변화의 과정도 지극히 ‘일본적’ 입니다. 이를 바람직하다고 해야할지, 갑갑하다고 해야할지. 외부인 시선에선 평가하기 쉽지 않은 문제입니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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