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공정위의 기술유용 과잉징벌이 낳을 부작용도 봐야

입력 2017-09-10 18:29 수정 2017-09-11 01:37

지면 지면정보

2017-09-11A39면

공정거래위원회가 더불어민주당과 당정협의를 거쳐 대기업의 하도급사에 대한 이른바 기술탈취 제재를 대폭 강화하는 내용의 ‘대·중소기업 간 기술유용 근절 대책’을 내놨다. 대기업의 경영정보 요구나 하청업체가 개발한 원천기술 특허 공유 행위 등을 금지하며, 기술유용 적발 땐 3배의 징벌적 손해배상을 때린다는 게 골자다. 기술유용 처벌이 법제화된 2010년 이후에도 중소기업 피해사례가 끊이지 않는다는 지적에 따른 조치라는 게 공정위 설명이다.

대기업이 아니라 그 누구라도 악의적 방법으로 다른 기업에 피해를 줬다면 법에 따라 제재하는 데 이견이 있을 수 없다. 특히 어렵사리 기술 개발에 성공한 중소기업 처지에서 보면 자사의 기술자료가 원사업자를 통해 경쟁업체로 넘어가거나, 원사업자가 유사 제품을 직접 생산하는 데 부당하게 이용된다면 그 억울함은 짐작하고도 남을 일이다.
하지만 공정위가 기술유용을 원천적으로 막겠다며 모든 대기업을 ‘잠재적인 기술탈취 범죄자’로 간주해 대대적인 직권조사에 나선다면 그 부작용이 결코 적지 않을 것이다. 대·중기 거래에 자연스레 수반되는 정상적 기업활동까지 위축시킬 소지가 있어서다. 민법상 실손해 배상원칙, 헌법상 과잉금지 등에 위배된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는 ‘무조건 3배’라는 징벌적 손해배상도 마찬가지다.

당장 대·중기 협력에 미칠 부정적 영향이 그렇다. 대기업은 하청업체가 기술탈취라고 주장할 경우 그대로 제재를 당할 수밖에 없다고 판단하면, 신뢰할 수 있는 소수 업체만 남겨놓고 나머지는 관계를 정리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또한 대기업이 해외 업체와의 협력을 선호하면, 기술유용을 막자는 조치가 오히려 국내 중소기업의 기술 활용 기회를 없애는 어처구니없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대·중기 관계를 기술을 뺏고 빼앗기는 ‘적대적 착취 관계’로만 규정하면 세계 흐름과 달리 국내에선 개방형 혁신 생태계나, 기술 공개·공유 등을 통한 플랫폼 경제를 기대하기 어렵다. 이는 글로벌 경쟁에 직면한 중소기업에도 전혀 도움이 안 된다. 규제가 아니라 인센티브로, 대·중기 기술거래와 협력을 촉진함으로써 기술유용을 막는 방법도 얼마든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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