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아름의 왜&때문에]

커피에서 카페인 빼면…디카페인의 비밀

입력 2017-09-10 09:00 수정 2017-09-10 09:00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큰 고민 중 하나는 바로 '잠'일 겁니다. 오전에 마시는 커피는 밀려오는 잠을 쫓아 주지만 오후에 마시는 커피는 불면증을 불러오곤 하니까요.

그렇다고 해서 "저녁엔 커피를 마시지 말자"고 말한다면 진정한 커피 마니아가 아니죠. '디카페인 커피'가 등장할 차례입니다.

디카페인 커피의 역사는 의외로 오래돼서 20세기 초에는 이미 관련 특허가 나왔습니다. 독일의 커피 상인인 루드비히 로젤리우스가 낸 디카페인 커피 공법은 그의 이름을 따 로젤리우스 프로세스라고 불립니다. 그는 벤젠을 이용해 커피콩에서 카페인을 제거했는데요. 발암물질로 널리 알려진 바로 그 벤젠입니다. 당연히 지금은 벤젠을 이용해 디카페인 커피를 만드는 것이 금지돼 있습니다.

최근 가장 많이 쓰이는 방법은 염화메틸렌과 에틸아세테이트를 이용하는 방법인데요. 커피콩(생두)을 뜨거운 물에 우려내거나 스팀으로 쪄낸 후 용매제를 이용해 카페인을 제거하는 방식입니다.

에틸아세테이트와 염화메틸렌 모두 휘발성이 높기 때문에 로스팅 과정에서 거의 모두 공기 중으로 날아가게 돼 우리가 마시는 커피에는 거의 남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우리나라에서는 화학 물질을 이용한다는 이유로 이 방식으로 만든 디카페인 원두의 판매가 금지돼 있습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조금 더 고급 커피에 쓰이는 방식도 있습니다. 바로 스위스 워터 프로세스라고 불리는 방식입니다. 위의 방법들과 달리 화학물질을 전혀 사용하지 않아 주로 유기농 디카페인 커피를 만들 때 쓰죠.

뜨거운 물에 원두를 우려낸 후 활성산소필터로 카페인을 걸러 냅니다. 카페인을 제거한 물에 새 원두를 넣어 카페인을 녹여 내는 것을 반복합니다. 커피의 맛 성분보다 카페인이 더 빨리, 많이 우러난다는 것을 이용한 방식이죠.

동서식품의 디카페인 카누, 커피빈 등 국내에서 시판되는 대부분의 디카페인 커피가 이 스위스 워터 프로세스로 만들어진 원두를 이용합니다.

하지만 바리스타들은 스위스 워터 프로세스를 거친 원두는 일반 원두보다 맛과 향이 떨어진다고 말합니다. 서로 다른 생두의 향이 섞일 뿐만 아니라 뜨거운 물에 담가 두기 때문에 맛의 손실이 없을 수 없다는 거죠.
그래서 등장한 방법이 이산화탄소 추출법입니다. 최근 스타벅스코리아가 이 방법을 이용한 디카페인 커피를 출시해 인기를 끌고 있죠. 원두의 맛을 가장 잘 보존하면서 카페인을 제거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합니다.

이산화탄소 추출법은 물과 원두를 통에 담고 고압력의 이산화탄소를 쏴 카페인만 녹여내는 방식입니다. 이산화탄소를 이용했기 때문에 화학물질 문제도 없고 짧은 시간에 고압력으로 카페인을 제거해 맛에도 거의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합니다. 대신 가격이 비싸다는 단점이 있죠.

결국 디카페인 커피 공법의 발전은 '맛과 건강을 지키기 위한' 노력입니다. 건강에 해롭지 않은 용매를 사용하면서 맛도 일반 원두와 차이가 없는 방법을 고민한 결과인 거죠.

이런 노력들 덕분에 우리가 오후에도, 저녁에도 불면증 걱정 없이 커피를 마실 수 있는 세상이 온 것 아닐까요.

김아름 한경닷컴 기자 armijj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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