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와 함께 책 속으로

표절 백문백답
학생 A가 지도교수에게 양해를 받고 교수의 논문 몇 편을 편집해 자신의 박사학위 논문을 작성해 제출했다. 이런 경우 원저자만 문제삼지 않으면 이 학생에겐 표절 책임이 없는 걸까?

답은 ‘아니다’다. 남형두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사진)는 “저작권 침해와 달리 표절은 피해자인 저작권자의 동의로도 면책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저작권 침해는 표절자와 원작자 사이의 개인적 이해에 관한 것이지만 표절은 학문 윤리에 해당하는 개념이기 때문이다. 표절에 따른 피해는 저작권자뿐 아니라 제3자인 관련 학계나 독자에게도 퍼질 수 있다. 예컨대 A와 교수 채용 경쟁 상대인 B는 그동안 정직하게 글을 써 왔음에도 그의 표절 행위로 피해를 입을 수 있다.

‘표절 연구계의 교과서’라고 불리는 《표절론》의 저자 남 교수가 최근 후속작인 《표절 백문백답》(청송미디어)을 펴냈다. 《표절론》이 720페이지에 달하는 연구서였다면 이번 책은 실생활에서 충분히 일어날 가능성이 있는 상황을 기반으로 한 표절 관련 질문 100개를 추려 만들었다. 남 교수는 “실제 발생한 법원 판례나 외국 사례를 기반으로 질문과 답을 썼다”고 설명했다. 이 외에도 ‘표현을 바꾸면 표절이 아닐까’ ‘아이디어 제공자도 저자가 될 수 있을까’ ‘인공지능(AI)이 쓴 글은 베껴도 표절이 아닐까’ 등 헷갈릴 수 있는 표절 관련 궁금증에 대한 답을 담았다.
표절 문제는 한국 사회에서도 흔한 문제다. 2015년 소설가 신경숙의 표절 논란부터 천경자의 위작 논란, 조영남의 대작 논란 등이 연이어 터졌다. 그는 “후진국엔 표절 행위가 많지만 선진국엔 표절 논란이 많다”며 “표절 논란이 활발하다는 건 오히려 그 나라가 선진국이라는 증거”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표절이나 위작 논란 과정에서 관련 예술계의 충분한 논의를 거치지 않고 사건을 바로 검찰이나 법원으로 넘긴 것은 아쉽다”고 말했다. “표절 여부에 관한 활발한 논쟁은 해당 학문의 발전을 가져옵니다. 조영남의 대작 논란 때 조씨는 ‘현대미술에서 용인될 수 있는 것’이라고 했죠. 미학과 현대미술의 본질에 대해 미학자들이 깊이 논의해 미학을 한 단계 발전시킬 수 있는 중요한 소재였음에도 그럴 기회를 놓친 셈입니다.”

표절은 인사청문회에서 단골로 사용되는 정쟁 도구기도 하다. “학자 출신 고위공직자의 윤리성을 판단할 때 논문 표절 여부는 중요한 척도인 건 맞습니다. 다만 한국 사회에서 표절 논쟁은 진영 논리에 파묻혀 특정 인사를 공격하는 데만 사용되니 안타깝습니다. 표절 여부를 따지는 첫 번째 이유는 학문의 발전을 위해서라야 할 겁니다.” (313쪽, 1만6000원)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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